[스타뉴스 김우종 기자] 한화 선수단. /사진=OSEN
한국시리즈 7차전. 4-7로 뒤진 9회말. 투수는 당대 최고의 에이스. 타자는 올 시즌 홈런왕. 2사 주자 만루. 볼카운트는 3-2 풀카운트. 쳤습니다. 크다. 크다. 좌측 담장. 넘어가느냐. 넘어가느냐. 홈런. 굿바이 만루 홈런이 터졌습니다~!
'야구의 꽃' 홈런. 그 중에서도 '만루 홈런'.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랜드 슬램'이라 부르기도 한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지만 만루 홈런을 치면 타자를 포함해 주자 4명이 아무 방해 없이 홈을 밟을 수 있다. 한 번에 무려 4점을 얻을 수 있는 꿀맛 같은 만루 홈런.
올 시즌 현재까지(8일 오전 기준) '2015 KBO리그'에서 만루 홈런은 총 13차례 터졌다. 주목할 점은 만루 홈런을 때려낸 팀이 모두 승리했다는 점이다. 반대로 1경기에서 만루 홈런을 허용한 팀은 100% 패했다.
그만큼 만루 홈런은 팀을 승리로 이끄는 강력한 원동력이다. 반대로 상대에게는 치명적인 '독(毒)'같은 존재다. 만루 홈런. 그럼 올 시즌 만루 홈런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경기에서 힘을 발휘했을까.
SK 선수단. /사진=OSEN
◆ '1회' 터진 만루 홈런.. 상대 팀은 초장부터 '전의 상실'
올 시즌 1회 만루 홈런은 총 3차례 터졌다. 우선, KBO리그 시즌 1호 만루 홈런의 주인공인 브라운(SK)이 1회 때려냈다. 지난 3월 29일 대구 삼성전. 1회초 1사 만루. 브라운은 삼성 선발 차우찬을 상대로 좌월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결국 SK는 브라운의 결승 만루포를 잘 지켜낸 끝에 7-3으로 승리했다.
올 시즌 유일하게 두 차례 만루 홈런을 친 강민호(롯데). 강민호는 지난 3일 대전 한화전 1회 1사 만루 기회에서 유창식을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만루 홈런을 때려냈다. 1회에만 5점을 뽑은 롯데. 이 경기 역시 롯데의 6-3 승리로 끝났다. 유창식은 이 만루 홈런포를 내준 뒤 KIA로 전격 트레이드됐다.
4월 12일 사직 한화-롯데전. 김대우(롯데)는 팀이 2-0으로 앞선 1회 1사 만루 기회서 탈보트를 상대로 좌월 만루포를 터트렸다. 이 홈런으로 점수는 3-0에서 순식간에 7-0이 됐다. 탈보트 역시 유창식과 마찬가지로 ⅔이닝만 투구한 뒤 조기 강판됐다. 이 경기 역시 롯데의 15-3 대승.
여기서 공통점 하나, 1회 만루 홈런을 허용한 팀은 경기 중 끝내 단, 한 차례도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1회부터 데미지가 컸다는 이야기다. 만루포를 내준 팀으로서는 초반부터 맥이 빠진 채 경기에 임해야 한다. 무리하게 필승조를 활용하기도 곤란하다. 다음 경기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KIA 선수단. /사진=OSEN
◆ '2회 두 차례, 3회 한 차례'.. 역시 맥이 빠질 수밖에
올 시즌 만루 홈런은 2회 2번, 3회 1번씩 터졌다. 유한준(넥센)은 4월 21일 팀이 5-0으로 앞선 2회말 2사 만루 때 마야(두산)를 상대로 만루 홈런을 때려냈다. 마야는 이날 3회까지만 던진 뒤 강판됐다. 최종 결과는 넥센의 12-0 대승.
또 4월 5일 목동 넥센-SK전. SK가 3-0으로 앞선 2회초. 최정은 넥센 선발 문성현을 상대로 중월 만루포를 터트렸다. 결국 SK는 13-7로 승리했다. 또 김대우(롯데)는 4월 12일 사직 한화전 때 팀이 2-0으로 앞선 1회 1사 만루 상황 때 이상민을 공략, 6-0을 만들었다. 이 경기 역시 롯데의 15-3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3회 만루포를 친 선수로는 최준석이 있다. 최준석은 지난달 22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던 롯데-KIA전에 출전했다. 그는 3회 2사 만루 기회 때 험버의 3구째를 통타, 1-0에서 5-0으로 달아나는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결국 롯데는 KIA의 막판 추격을 뿌리친 채 7-6으로 승리했다. 2회와 3회 역시 경기 초반이다. 만루포를 얻어맞은 팀은 타격이 컸다.
롯데 강민호(오른쪽)와 최준석. /사진=OSEN
◆ 5회 이후 쾅! 터진다면.. 뒤집기는 더욱 어렵다
올 시즌 13개의 만루 홈런 중 2개가 5회에 터졌다. 우선, 지난 5일 대전 한화-kt전. 정근우(한화)는 양 팀이 8-8로 팽팽하던 5회말 2사 만루 기회 때 이창재를 상대로 만루포를 때려냈다. 8-8 에서 12-8이 된 순간. 이 한 방을 맞은 kt는 이후 단, 1점도 올리지 못한 채 8-15로 패했다.
이어 지난 6일 대전 한화-kt전. 이번에는 kt가 3-5로 뒤진 5회 1사 만루 기회서 용덕한(kt)이 송창식을 상대로 5구째를 통타, 7-5로 역전시키는 만루포를 때려냈다. 용덕한의 데뷔 첫 만루 홈런. 결국 kt는 8-5 승리를 거뒀다.
이홍구는 지난 4월 29일 광주 챔필 한화전에서 만루 홈런을 쳤다. 이홍구는 팀이 5-4 살얼음 리드를 지키고 있던 6회말 1사 만루 때 유창식을 상대로 대타로 나와 만루 홈런을 때려냈다. KIA는 결국 9-4로 승리했다. 이처럼 5회 이후 터진 만루포는 사실상 승기를 완전히 잡을 수 있는 홈런이었다.
용덕한이 데뷔 첫 만루포를 때려낸 뒤 동료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OSEN
◆ 8,9회.. '쐐기포' 또는 '극적 만루 홈런'
경기 막판 터지는 만루 홈런은 승부가 사실상 갈린 상태에서 쐐기를 박거나, 혹은 아주 극적인 상황에서 터지는 추격포 또는 동점, 역전 홈런이다.
강민호와 이범호의 홈런의 경우가 전자에 해당한다. 강민호는 4월 5일 사직 두산전 때 8회 무사 만루 기회서 이재원을 상대로 만루 홈런을 때려냈다. 점수는 12-4에서 16-4가 됐다.
이범호도 4월 4일 수원 kt전에서 팀이 6-1로 앞선 9회말 쐐기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무사 만루 기회 때 이범호가 이성민을 상대로 만루 아치를 그렸다. 최형우는 7일 목동 넥센전에서 팀이 6-4로 뒤진 8회 1사 만루 기회 때 사실상 추격 의지를 잠재우는 쐐기포를 성공시켰다.
그럼 올 시즌 가장 극적인 만루 홈런은 언제 나왔을까. 바로 지난 4월 23일 KIA-롯데전이 열린 광주-KIA 챔피언필드에서 나왔다. KIA가 2-6으로 뒤지며 패색이 짙은 상황. 필이 9회 김승회를 상대로 무사 만루 기회에서 동점 만루포를 때려낸 것이다. 결국 6-6으로 만드는 이 홈런을 바탕으로 9회말 KIA는 밀어내기 끝내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올 시즌 만루 홈런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팀은 한화다. 한화는 올 시즌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네 차례 만루 홈런을 허용했다. 그리고 매번 패했다. 그 뒤를 이어 두산과 kt, 넥센이 2차례, 삼성, KIA, 롯데가 1차례씩 만루포를 얻어맞았다. 반면 LG, SK, NC는 아직까지 만루포를 맞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야구를 흔히 '멘탈 게임'이라고 말한다. 만루 홈런의 경우, 상대 팀 감독과 선수의 멘탈을 흔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같은 4점이라도 그 파괴력이 확연히 다른 것이다. 벤치에서도 히트 앤드 런, 스퀴즈 번트, 도루 등의 작전을 간파할 수 있지만, 홈런은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비 없이 만루 홈런을 세게 맞는 팀은 멍하니 무너질 때도 많다. 치명적인 매력 '만루 홈런'. 올 시즌 내내 만루 홈런을 친 팀이 계속 승리할 지도 지켜볼 일이다.
늘 홈에서 3명의 주자들로부터 환영 인사를 받는 만루포의 주인공. /사진=OSEN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