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김우종 기자]
박석민-김태균-정우람. /사진=OSEN |
KBO리그 역대 최고의 FA 돈 잔치가 벌어졌다. 물론 아직 오재원과 고영민(이상 두산)이 시장에 남아있는 가운데, 사상 최대의 FA 자금이 풀렸다. 하지만 이번 FA 시장의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대기업들이 FA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거대한 자금을 투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2015 시즌 종료 후, 22명의 선수가 FA 자격을 얻었다. 그 중 절반인 11명이 원 소속 팀에 잔류했고, 나머지 11명이 시장에 나왔다.
우선 원 소속팀에 남은 선수를 살펴보면 50억 이상의 계약을 따낸 선수는 단, 한 명에 불과하다. 한화 이글스의 4번 타자 김태균. 그는 4년 84억원의 조건에 한화에 잔류했다.
그 외 잔류 선수 중에서는 30~40억원의 계약 규모 선수들이 가장 많았다. 송승준(4년 40억원), 이승엽(2년 36억원), 이범호(4년 36억원), 이택근(4년 35억원), 이동현(3년 30억원), 박정권(4년 30억원)까지 총 6명.
그 뒤를 이어 김상현(4년 17억원), 채병용(3년 10억5천만원), 조인성(2년 10억원), 마정길(2년 6억2천만원) 순이었다. 계약 년수를 계산하지 않은 가운데, 이들 11명의 평균 금액은 약 30억원.
그리고 이들을 제외한 11명의 선수들이 FA 시장으로 나왔다. 그 중 4명이 50억원 이상의 대우를 받고 팀을 떠났다.
박석민이 역대 FA 최고액인 96억(4년)을 받고 삼성에서 NC로 향했다. 정우람은 84억(4년)을 받고 SK에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넥센에서 뛰던 두 선수는 모두 60억원(4년)을 챙겼다. 손승락은 롯데로, 유한준은 kt로 향한 것이다.
이 외 윤길현(4년 38억원)이 SK에서 롯데로, 정상호(4년 32억원)가 SK에서 LG로, 심수창(4년 13억원)이 롯데에서 한화로 각각 움직였다. 이들 7명의 평균 금액은 약 55억원이었다. 원 소속팀에 잔류한 선수들의 평균 금액보다 약 25억이 높다.
또 박재상은 나머지 9개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 원 소속팀인 SK에 잔류(1+1년 5억5천만원)했다.
물론, 아직 시장에는 3명이 남아 있다. 그 중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행을 확정지었다. 또 4주 기초 군사훈련을 마친 오재원은 두산을 비롯해 나머지 9개 구단과의 협상이 가능하다. 반면 고영민은 9개 팀의 부름을 받지 못한 가운데, 두산과 협상 중이다.
유한준(좌)과 손승락. /사진=OSEN |
이번 FA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하나가 있다. 바로 KBO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선, 올 시즌을 7위로 마친 KIA는 내부 FA인 이범호만 잡았을 뿐, 외부 FA 선수는 영입하지 않았다. LG는 그동안 공을 세웠던 내부 FA 이동현과 취약 포지션인 포수를 보강한 뒤 더 이상의 영입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가장 특징적인 행보를 보인 구단은 바로 삼성 라이온즈다. '국민 타자' 이승엽은 잡았지만, 박석민은 잡지 않았다. 결국 'FA 최대어' 박석민은 역대 최고액을 받으며 NC로 이적했다. 삼성은 일찌감치 외부 FA 시장 철수를 선언, 지갑을 닫았다.
삼성은 2016년 1월 1일부로 제일기획 산하로 편입된다. 사실상 과거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했던 모기업 삼성의 투자 수준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거기에 삼성은 임창용, 안지만, 윤성환의 '해외 도박 스캔들'로 그룹 이미지 및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 중 안지만과 윤성환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각각 4년 80억원과 65억이라는 대형 FA 계약을 맺고 팀에 잔류한 선수들이다. 삼성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이 둘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면서 구단이 FA를 보는 입장도 다소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물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최대한 지향해야 할 목표로 두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우승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패러다임의 변화다. 이는 이미 지난 한국시리즈에서도 드러났다. 삼성은 신속하게 '윤-안-임' 3명을 엔트리에서 제외하며 그룹 이미지 회복에 최대한 힘썼다. 결국 한국시리즈에서 1승4패로 완패했고, 도열 축하 인사를 건네는 등의 감동적인 장면을 보여줬다.
삼성, LG, KIA,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이번 FA 시장에 지갑을 열지 않은 상황. 또 두산은 같은 그룹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영난으로 여론이 좋지 않다. 모기업이 없는 넥센은 최대한 실탄을 저장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결국 이번 FA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선 구단은 한화와 롯데 및 NC, kt 정도로 요약된다. 그럼 이들은 왜 지갑을 열었을까. 우선 한화는 김성근 감독 2년 차인 내년에 사실상 승부를 걸었다. 김태균, 조인성의 잔류와 정우람, 심수창의 영입은 한국시리즈를 넘어 우승까지 바라보는 승부수다.
또 롯데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그룹 이미지 회복을 위해 올 시즌에는 과감하게 지갑을 열었다는 평이다. 송승준의 잔류와 손승락, 윤길현의 외부 영입으로 약점이었던 불펜진을 강화했다. 롯데는 야구 열기가 뜨겁기로 유명한 부산 팬심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를 2위로 마친 NC가 박석민을 영입한 이유. 바로 우승이다. 또 올해 시즌 중 트레이드 등 각종 투자와 영입으로 재미를 본 kt는 유한준을 고향으로 데리고 오며 전력을 보강했다. 이들도 대기업이지만 나름의 투자 이유는 존재했던 것이다. 과연 2015 FA 시장의 움직임이 향후 2016 시즌 종료 후, 그리고 향후 KBO리그 FA 시장에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고척돔의 외부 전경. /사진=뉴스1 |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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