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 감소 프로야구에 ‘비선출’ 한선태가 던진 메시지
입력 : 2019.06.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은경 기자= LG 트윈스가 졌는데,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LG 쪽으로 쏠린 날이었다.

지난 25일 잠실구장. 이날 LG 1군에 생애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투수 한선태(25)가 8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한선태는 이른바 ‘비선출(괴상한 단어지만, 야구팬들 사이에서 선수 출신이 아니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음)’, 즉 학창시절 엘리트 선수로서 야구를 한 경험이 전혀 없다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한선태는 팀이 3-7로 뒤진 8회초 세 번째 투수로 나와 1이닝을 무실점으로 소화했다. 상대는 1위팀 SK 와이번스였다.

25일부터 미디어와 팬들은 온통 한선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야구부에서 공을 던진 적 없던 소년이 자라서 프로 1군 무대, 그것도 서울을 연고로 하는 인기팀의 1군 선수로 뛴다? 어떤 팬들은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탄생했던 것 이상으로 어렵고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흥분했다. 또 많은 팬들이 “당장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 없다”며 ‘가상 캐스팅 놀이’에 나섰다.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갖는 이유가 충분하다. 한선태는 타고난 슈퍼 천재라서 ‘선수 해야지’ 하고 마음 먹으니 갑자기 프로 선수가 된 게 아니다.

한선태는 고등학교 때 야구를 하고 싶어서 야구부 문을 두드렸으나 ‘이미 늦었다’며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는 거기서 포기한 게 아니라 몇 년 간 꾸준히 독립야구단의 문을 두드렸다. 한국에서도 뛰었고, 일본까지도 갔다. 파주 챌린저스와 도치기 골든브레이브스, 아무도 봐주지 않는 경기를 뛰었고, 그때도 주변에서는 어차피 안 될 거니까 그만두라고 했다.

2019 KBO 2차 드래프트에서 LG가 전체 95순위로 한선태를 지명했을 때 많은 이들이 놀랐다. 그러나 그때도 반짝 화제에 불과할 것이라 짐작하는 사람이 아마 더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한선태는 LG 2군에서 최근 10경기 평균자책점 0.36을 기록할 정도로 눈에 띄는 활약을 했다. 그렇게 1군에 콜업됐고, 등록 첫날 마운드에 섰다.

프로야구는 올 시즌 관중감소가 눈에 띈다. KBO 발표에 따르면 6월22일까지 올 시즌 379경기 누적관중은 418만2161명이다. 지난해 같은 경기수를 기준으로 461만570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줄어들었다.
혹자는 그 원인을 경기 질 저하에서 찾는다. 그러나 과연 경기 질이 떨어졌다고 해서 관중이 갑자기 발길을 돌릴까. 이런 상황에서 한 팬이 SNS에 올려놓은 글이 인상적이다. ‘1군 선수로 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선수들이 한선태의 간절함을 봤으면 좋겠다.’



과거 축구의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이 인터뷰 때마다 하던 말이 있었다. “관중이 경기장에 오게 하려면 선수들이 골을 넣고, 백패스를 하지 않고, 이런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경기장 안에서 절실하게 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 경기가 아니면 아무 것도 없다. 내가 여기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생각하는 진심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숫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KBO리그 전체가 돌아봐야 할 지점이 아닐까. 한선태는 “포기하지 않으면 확률은 제로가 아니다”라며 절실하게 덤볐다.

한선태가 앞으로 더 발전해서 진짜 신화를 써내려 갈 지, 결국은 엘리트 야구 교육을 받지 못했던 한계에 부딪힐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성적이 중요할까. 그는 그 뜨거운 진심 하나만으로 전에 없던 진실된 박수를 받고 있다.

어쩌면 팬들은 그동안 ‘야구만 잘 하면 다 용서된다’며 인기에 취한 모습을 보였던 일부 선수들, 그걸 다 받아주던 구단들,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연맹, 구태의연한 기사만 쓰는 미디어 등등 프로야구판 전체에 신물이 났던 건지도 모른다. 신선한 도전이란 게 ‘고인 물’에서 나왔을 때 더 소중하고 인상적인 파문을 던지니까.

사진=뉴시스, 2013년 독립리그에서 뛰던 당시 한선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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