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KBO리그에는 ‘유망주’라고 불리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매년 100명 이상 쏟아져 들어온다. 그 중 높은 기대를 받는 상위지명 투수들에게는 ‘유망주’ 대신 ‘즉시전력감’이라는 꼬리표가 금세 따라붙곤 한다. 그런 괴물 신인들이 프로 마운드에 선 뒤 고배를 마시면 자연스레 ‘프로의 벽은 높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이는 유망주에 대한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 유망주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유망주의 가치는 ‘성장’에 있다는 의미다. 구단은 유망주를 성장시켜 기용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구단은 유망주를 기용하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즉시전력감’이라는 이름으로 유망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성적을 내고 성장하라?
원태인, 김기훈, 서준원. 비수도권 최고의 투수들이자 ‘고교 트로이카’로 불렸던 지난 시즌 1차지명 투수들이다. 전반기까지 리그 최고 수준의 선발투수였던 원태인은 후반기 최악의 선발로 전락했다. 풀타임을 치르며 체력이 부치는 모습이 역력했다. 고교 최고의 좌완투수로 평가 받던 김기훈은 제구 난조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지도 못했다. 시즌을 거치면서 구속과 제구 어느 쪽에서도 발전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제2의 임창용’이라던 서준원은 불펜으로 시작해 어느 순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물론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초고교급’이라던 이들에게도 프로 첫해 1군 선발 로테이션 소화는 무리였다. 구단은 이번 시즌 수업료를 낸 셈 치고 이들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겠지만 이것이 선수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원태인, 김기훈은 1·2군에서 110이닝을 넘게 소화했고 서준원은 100이닝 가까이 던졌다. 이닝 자체도 과도했고 대부분 1군 팀의 승패가 달린 이닝이었다는 점도 문제다. 팀과 본인의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지배하는 환경이 유망주의 성장에 효과적이었을까? 이들의 기용이 계획에 따른 것이 아닌 ‘무계획적 방목’으로 보이는 이유다.
팀의 성적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유망주 시스템이 필수적이지만 KBO 대부분의 구단은 ‘경험’이라는 미명 아래 특급 유망주들을 1군 무대에 던져놓는다. 5선발로 고정하고 무작정 로테이션을 소화시키며 ‘홀로서기’하라는 식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로또가 꽝으로 끝나듯 대부분의 어린 투수들은 로테이션에 적응하지 못한 채 조롱거리로 전락한다. 기용 의도야 어찌 됐든 1군은 성적을 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현대야구에서 신인 선발투수가 1군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기란 이제 불가능에 가깝다. 고졸 투수들은 이전까지 5일 휴식, 30경기 등판을 해 본 적이 없다. 프로 타자들을 상대해 본 경험은 더더욱 없다. AAAA급 외국인 투수들도 선발로 성패를 점치기 어려운데 선발 수업도 받지 않은 신인 투수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과거에 비해 경기수는 늘었고 평균적인 타자들의 수준도 높아졌다. 뛰어난 신인투수가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신인 선발투수의 1군 활약이 구조적으로 어려워진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어떨까?
메이저리그에서는 1라운드에 지명된 투수라도 대부분 루키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다. 올해 고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넘어간 최현일과 진우영 역시 루키리그에서 뛰었다. 이 중 최현일과의 인터뷰를 통해 루키리그의 선수 관리에 대해 알아봤다.
최현일은 먼저 투수 운용에 대한 질문에 “다저스의 경우 한 경기에 던질 투수를 제한해 놓고 경기 플랜을 짠다. 선발투수는 투구 수에도 제한이 있다. 여기에 한 이닝에도 한계 투구 수를 지정해 놓고 운영한다. 예를 들어 선발투수가 제한 투구 수인 75개를 넘기지 않았더라도 한 회에 30개 이상을 던졌으면 투수를 교체하는 식이다.”라고 답했다.
데이터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다저스의 경우 투구할 때마다 측정 장비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에 대해 최현일은 “매 경기, 등판마다 데이터를 받는다. 물론 이를 활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선수의 몫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미국의 유망주들은 루키리그부터 데이터 친화적인 환경에 놓여있는 셈이다.
‘눈물 젖은 빵’으로 유명했던 마이너리그 식단도 이제는 옛날 이야기다. 영양에 대한 질문에 최현일은 “일부 구단은 영양사를 두고 있다. 프로틴, 과일등을 조합해 먹을 수 있는 스무디바도 구비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최근에는 선수들 스스로도 식단을 관리할 수 있도록 영양 관리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한다.”라고 답하며 구단이 유망주의 영양교육에도 철저함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비시즌 훈련에 대해서는 “루키리그는 6월에 개막해 8월 말에 일정이 끝난다. 일정이 종료된 이후에는 다시 유망주들을 한 달간의 교육리그에 참여시킨다. 대다수의 선수는 이곳에서 경기 소화와 함께 신체강화 훈련을 진행하며 시즌을 마무리하게 된다. 일정이 끝난 뒤에는 구단에서 보내주는 스케줄에 따르면 된다. “라고 답했다. 또 “아직 첫 비시즌이라 정확한 훈련 내용은 잘 모르지만 구속 증가를 위한 프로그램은 확실히 존재한다.”며 마이너리그의 전반적인 육성 시스템을 귀띔해줬다.
많은 유망주가 메이저리그에서 뛰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이들은 마이너 팜에서 투수로서 갖춰야 할 능력들을 하나씩 키워나간다. 이 과정에 무리는 없다. 대신 선수에 맞게 설계된 계획이 있다. 물론 이런 시스템을 적용한다고 모든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선수들이 처음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해 보고, 비슷한 레벨의 선수들을 상대하며 유망주로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다.
급할수록 돌아가자
구단은 선발투수를 길러내기 위해 옥석을 가려야 한다. 긴 이닝과 많은 등판을 버텨내는 것은 안타깝지만 노력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기회도 선택해서 주되 정교한 세공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유망주는 선발투수의 몸을 만들고, 투수로서의 기술도 숙련해야 한다. 구단이 이들을 전력에서 배제하고 시간을 줘야만 가능한 일이다.
선수가 없다는 것은 핑계다. 당장 10개 구단 대부분이 5선발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선수가 없기 때문에 유망주는 오히려 더 철저하게 관리해주어야 한다. 선수가 없다는 이유로 유망주에게 선발로테이션을 소화시키는 것은 당장의 갈증해소를 위해 마중물까지 마셔버리는 일이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시스템’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시스템은 구단마다 다른 방식으로 적용되겠지만 최소한 주먹구구식 운영의 시대가 지났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제는 유망주를 키우는 곳에도 시스템을 적용할 때가 됐다. 어떤 시스템을 적용할지는 구단의 선택이다.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하다. 유망주는 성장해서 성적을 거둘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야구공작소
이승호 칼럼니스트/ 에디터=오연우, 박효정
기록 출처=STATIZ
하지만 이는 유망주에 대한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 유망주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유망주의 가치는 ‘성장’에 있다는 의미다. 구단은 유망주를 성장시켜 기용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구단은 유망주를 기용하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즉시전력감’이라는 이름으로 유망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성적을 내고 성장하라?
원태인, 김기훈, 서준원. 비수도권 최고의 투수들이자 ‘고교 트로이카’로 불렸던 지난 시즌 1차지명 투수들이다. 전반기까지 리그 최고 수준의 선발투수였던 원태인은 후반기 최악의 선발로 전락했다. 풀타임을 치르며 체력이 부치는 모습이 역력했다. 고교 최고의 좌완투수로 평가 받던 김기훈은 제구 난조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지도 못했다. 시즌을 거치면서 구속과 제구 어느 쪽에서도 발전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제2의 임창용’이라던 서준원은 불펜으로 시작해 어느 순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물론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초고교급’이라던 이들에게도 프로 첫해 1군 선발 로테이션 소화는 무리였다. 구단은 이번 시즌 수업료를 낸 셈 치고 이들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겠지만 이것이 선수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원태인, 김기훈은 1·2군에서 110이닝을 넘게 소화했고 서준원은 100이닝 가까이 던졌다. 이닝 자체도 과도했고 대부분 1군 팀의 승패가 달린 이닝이었다는 점도 문제다. 팀과 본인의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지배하는 환경이 유망주의 성장에 효과적이었을까? 이들의 기용이 계획에 따른 것이 아닌 ‘무계획적 방목’으로 보이는 이유다.
팀의 성적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유망주 시스템이 필수적이지만 KBO 대부분의 구단은 ‘경험’이라는 미명 아래 특급 유망주들을 1군 무대에 던져놓는다. 5선발로 고정하고 무작정 로테이션을 소화시키며 ‘홀로서기’하라는 식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로또가 꽝으로 끝나듯 대부분의 어린 투수들은 로테이션에 적응하지 못한 채 조롱거리로 전락한다. 기용 의도야 어찌 됐든 1군은 성적을 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현대야구에서 신인 선발투수가 1군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기란 이제 불가능에 가깝다. 고졸 투수들은 이전까지 5일 휴식, 30경기 등판을 해 본 적이 없다. 프로 타자들을 상대해 본 경험은 더더욱 없다. AAAA급 외국인 투수들도 선발로 성패를 점치기 어려운데 선발 수업도 받지 않은 신인 투수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과거에 비해 경기수는 늘었고 평균적인 타자들의 수준도 높아졌다. 뛰어난 신인투수가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신인 선발투수의 1군 활약이 구조적으로 어려워진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어떨까?
메이저리그에서는 1라운드에 지명된 투수라도 대부분 루키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다. 올해 고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넘어간 최현일과 진우영 역시 루키리그에서 뛰었다. 이 중 최현일과의 인터뷰를 통해 루키리그의 선수 관리에 대해 알아봤다.
최현일은 먼저 투수 운용에 대한 질문에 “다저스의 경우 한 경기에 던질 투수를 제한해 놓고 경기 플랜을 짠다. 선발투수는 투구 수에도 제한이 있다. 여기에 한 이닝에도 한계 투구 수를 지정해 놓고 운영한다. 예를 들어 선발투수가 제한 투구 수인 75개를 넘기지 않았더라도 한 회에 30개 이상을 던졌으면 투수를 교체하는 식이다.”라고 답했다.
데이터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다저스의 경우 투구할 때마다 측정 장비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에 대해 최현일은 “매 경기, 등판마다 데이터를 받는다. 물론 이를 활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선수의 몫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미국의 유망주들은 루키리그부터 데이터 친화적인 환경에 놓여있는 셈이다.
‘눈물 젖은 빵’으로 유명했던 마이너리그 식단도 이제는 옛날 이야기다. 영양에 대한 질문에 최현일은 “일부 구단은 영양사를 두고 있다. 프로틴, 과일등을 조합해 먹을 수 있는 스무디바도 구비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최근에는 선수들 스스로도 식단을 관리할 수 있도록 영양 관리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한다.”라고 답하며 구단이 유망주의 영양교육에도 철저함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비시즌 훈련에 대해서는 “루키리그는 6월에 개막해 8월 말에 일정이 끝난다. 일정이 종료된 이후에는 다시 유망주들을 한 달간의 교육리그에 참여시킨다. 대다수의 선수는 이곳에서 경기 소화와 함께 신체강화 훈련을 진행하며 시즌을 마무리하게 된다. 일정이 끝난 뒤에는 구단에서 보내주는 스케줄에 따르면 된다. “라고 답했다. 또 “아직 첫 비시즌이라 정확한 훈련 내용은 잘 모르지만 구속 증가를 위한 프로그램은 확실히 존재한다.”며 마이너리그의 전반적인 육성 시스템을 귀띔해줬다.
많은 유망주가 메이저리그에서 뛰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이들은 마이너 팜에서 투수로서 갖춰야 할 능력들을 하나씩 키워나간다. 이 과정에 무리는 없다. 대신 선수에 맞게 설계된 계획이 있다. 물론 이런 시스템을 적용한다고 모든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선수들이 처음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해 보고, 비슷한 레벨의 선수들을 상대하며 유망주로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다.
급할수록 돌아가자
구단은 선발투수를 길러내기 위해 옥석을 가려야 한다. 긴 이닝과 많은 등판을 버텨내는 것은 안타깝지만 노력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기회도 선택해서 주되 정교한 세공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유망주는 선발투수의 몸을 만들고, 투수로서의 기술도 숙련해야 한다. 구단이 이들을 전력에서 배제하고 시간을 줘야만 가능한 일이다.
선수가 없다는 것은 핑계다. 당장 10개 구단 대부분이 5선발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선수가 없기 때문에 유망주는 오히려 더 철저하게 관리해주어야 한다. 선수가 없다는 이유로 유망주에게 선발로테이션을 소화시키는 것은 당장의 갈증해소를 위해 마중물까지 마셔버리는 일이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시스템’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시스템은 구단마다 다른 방식으로 적용되겠지만 최소한 주먹구구식 운영의 시대가 지났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제는 유망주를 키우는 곳에도 시스템을 적용할 때가 됐다. 어떤 시스템을 적용할지는 구단의 선택이다.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하다. 유망주는 성장해서 성적을 거둘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야구공작소
이승호 칼럼니스트/ 에디터=오연우, 박효정
기록 출처=STAT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