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성적 – 71승 2무 71패 (6위)
[스포탈코리아]
스토브리그
2018시즌 9위. kt wiz는 창단 처음으로 꼴찌에서 벗어났다. 많은 이의 기대와 달리 김진욱 감독은 결국 가을야구 시즌을 만들지 못한 채 자진 사퇴했다. 후임으로 이강철 감독이, 단장엔 이숭용 타격 코치가 임명됐다. 외부에서 감독을 영입하면서, 단장을 내부 승진이나 그룹 인사이동이 아닌 내부 현장 스태프에서 채웠다. 현장에 좀 더 힘을 실어주면서, 긴밀하게 소통하라는 윗선의 의중이라 생각된다.
단장 임명 이후 프런트 조직 또한 대대적으로 개편을 단행했다. 현장 운영은 단장, 그 외의 업무를 경영기획실로 나눴다. 데이터 기획팀을 신설해 외국인 선발 업무와 함께 기존 전력분석에 더해 새로운 시각으로 야구를 보고자 하는 의지도 내비쳤다. 일종의 R&D 중추를 데이터기획 팀이 담당하게 된 것이다.
바뀐 외국인 선수 영입 규정에 발맞춰 150대 강속구를 뿌리는 라울 알칸타라(11월 19일)와 제구형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11월 29일)를 일찌감치 영입했다. 2019시즌을 기대하게 만드는 행보였다.
4월 – 지옥 같던 한 달
사실 시작은 그리 좋지 못했다. 개막 이후 4월까지 리그 최하위, 10승 22패를 기록했다. 팀의 승률(0.313)이 같은 기간 팀 내 수위타자 강백호의 타율(0.303)에 근접했다. 당시 KT는 팀 타율 9위(0.255), 팀 평균자책점 7위(4.71), 역전패 공동 1위(11회)를 기록할 정도로 전반적인 투타 밸런스가 무너져 있었다.
선발 중 그나마 제 몫을 한 선수는 외인 2명 정도였다. 나머지는 실점이 많거나 이닝 소화력이 부족했다. 외인 선발진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으나 어느 정도 계산이 서는 투구를 보여줬다. 토종 원투펀치로 기대를 모은 금민철, 이대은이 예상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투수진 전반의 피로도를 증가시켰다. 젊은 선발진은 강력한 구위로 리그를 놀라게 했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만한 제구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매번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이대은은 팔꿈치 통증으로 5월 17일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이후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했다.
4월의 모습은 잊어주세요
이때까지만 해도 남은 시즌 동안 큰 소득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5월 이후 KT는 이전과 전혀 다른 팀이 됐다. 7월까지는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타격을 보이는 팀 중 하나였고, 8월에는 투수진이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며 4개월 만에 결국 리그 공동 5위 자리를 탈환했다. 가을야구가 가까워 보였다.
한번 10위로 떨어지면 선수단 전체가 패배감에 휩싸이기 때문에 이를 시즌 중에 극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통 많은 구단들이 1, 2군 간 대대적인 코치진 보직변경을 시도하거나, 극단적으로는 감독이 사퇴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액션 없이 선수단을 잘 추슬러 좋은 성적으로 끝마친 것은 팀 전체에 있어서도 아주 긍정적인 신호다.
물론 막바지에 9경기 차이를 뒤집고 극적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두산도 있었고, KT가 결국 5위 자리를 지키지 못했기에 더 이상의 극적인 효과를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분명 2019년 4월까지의 KT와 그 이후의 KT는 다른 모습이었다. 2019년 4월을 기점으로 창단 시절의 모습을 완전히 탈피했다.
5위 싸움의 결정적 순간
KT에게 9월 하순에 있었던 삼성, NC와의 2연전은 잊지 못할 결정적인 순간이다. 9월 9일까지 5위 NC와 승차 없는 상황에서 시작한 일주일. 8위 삼성과의 2연전, 추석 연휴 NC와의 2연전을 쓸어 담을 경우 단독 5위를 굳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렇지만 KT는 9월 21일 경기에선 라이블리에게 7이닝 동안 꽁꽁 묶여 버렸고, 이후 경기에선 선발이 일찍 무너지고 말았다. 결국 NC와의 두 경기를 모두 내주며 4일 만에 공동 5위에서 2.5경기 차 6위로 주저앉았다. KT에게는 가장 안타까운 한 주였을 것이다.
최고의 선수 – 로하스
이 부분은 이견의 소지가 다분하다. 생산능력 자체로만 놓고 본다면 강백호(wRC+ 157.4)가 로하스(wRC+ 151.3)를 근소한 차이로 앞선다. 유한준이 wRC+ 133.6으로 그 뒤를 잇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KT에서 강백호와 로하스의 존재감은 크다. 하지만 최고의 선수를 논하고자 한다면 생산능력에 기반한 ‘전체 기여도’를 따져 142경기를 소화해 준 로하스에게 최고의 선수 타이틀을 주고 싶다. 강백호의 부상은 본인의 관리 문제가 아닌 예상치 못한 외부적 요소였기에 더욱더 안타깝다. 내년에는 건강하게 3-4-5를 찍어주길 바란다.
아쉬운 선수 – 금민철
KT 이적 후 첫 풀타임 선발, FA 계약, 커리어 첫 규정 이닝 소화. 32세의 금민철에게 2019년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해가 될 줄 알았다. 게다가 바뀌는 공인구의 효과까지 고려한다면 풀타임 4점대도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14선발 57이닝 38실점 ERA 5.05. 2018시즌에 비해(5.41) 평균자책점은 낮아졌지만 조정 평균자책점*이 97.9에서 81.9로 대폭 하락했다. 기댓값은 리그 평균이었는데 실제로는 2군 투수에 불과한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금민철은 6월 13일 말소된 후 다시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조정 자책점: 리그 평균을 100으로 했을 때, 숫자가 클수록 좋은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본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선수 – 김민, 주권
김민은 정말 많이 아쉽다. 김민의 직구를 보고 있노라면 누가 저 공을 담장 너머로 쉽게 보낼 수 있을까 싶은데, 그건 포수 미트에 꽂히기 전까지다. 포수 미트에 꽂히는 투구의 로케이션을 보고 있자면 ‘구석을 찌르려다 볼만 늘어가는’ 투수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구속에 비해 너무 높은 피안타율(0.330)과 리그 최하위권의 컨택트 허용률(하위 3%)은 개선과 발전의 여지가 있다. 평균 구속 145 km/h를 넘는 좋은 직구를 가진 투수라면 자신 있게 공을 뿌리면 된다. 물론 그 구위에 칼같은 제구가 된다면 좋겠지만, 이제 스무 살이다. 스무 살짜리 영건의 패기는 때로는 상대방에게 ‘위압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볼넷을 ‘안 내주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제구를 한계까지 가다듬어 매덕스가 된다. 두 번째 공격적 투구로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든다. 첫 번째 방법은 단점을 장점으로 만드는 과정이고, 두 번째 방법은 장점을 더욱 가다듬는 쪽에 가깝다. 첫 번째가 가장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만 두 번째도 나쁘지는 않은 선택이다. 김민에겐 슬라이더라는 좋은 세컨드 피치가 있기 때문이다. 좋은 투구의 시작은 회전수도, 구속도 아니다. 내 공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에서 출발한다.
주권. 2016년 가능성을 보여주나 싶다가 2년을 어둠 속에서 헤맸다. 드디어 맞는 옷을 찾은 것일까. 원포인트부터 롱릴리프까지 전천후로 뛰면서 확실한 역할을 받았다. 6월 이후에는 1이닝 또는 15구 이하의 등판 비율이 높아지면서 공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졌다. 결국 9이닝당 볼넷이 1개 이상 줄어들고(2.76→1.67), 인플레이 타구의 피안타율이 극적으로 낮아지면서(0.339 → 0.256) 8점대 평균자책점의 투수가 2.99의 정상급 불펜으로 탈바꿈했다. 피안타율이 0.324에서 0.233으로 감소한 부분은 조금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이제 주권은 KT에서 소금 같은 존재로 살아남을 수 있는 역할을 찾은 것 같다.
첫 가을야구를 위하여
더는 ‘꼴찌 후보’가 아님을 증명했지만 만족스럽진 않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음을 스스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정상급의 화력을 증명했고, 클린업 트리오 또한 다른 팀에 뒤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즌 내내 좀 더 위로 도약할 수 있는 기점에서 미끄러진 것은 투타의 어긋남 때문이었다.
매 경기 5점 정도는 낼 수 있는 화력을 갖추었지만, 시작부터 5점을 주고 시작하는 투수진은 상위권 도약의 방해요소가 됐다. KT는 볼넷을 많이 내주는 성향의 팀은 아니다. 경기를 잡으러 나오는 불펜진의 볼넷 비율은 낮지만 경기를 내주는 상황은 대부분 선발투수의 볼넷 남발에서 비롯된다.
선발, 구원진 할 것 없이 결정적 순간에 삼진을 잡을 만한 능력도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결국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지 못하고 무너진다. 이제는 ‘안 내주는’ 것보다 ‘때려잡는’ 쪽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때가 아닐까.
사실 KT의 반등에는 드라마틱한 수비진의 각성이 있었다. 18시즌 팀 DER 0.651로 압도적 10위를 기록한 팀이 단 한 시즌 만에 0.702를 기록하며 리그 2위의 수비력을 보여줬다. 좋은 수비가 좋은 투구를 만들어 냈고, 이로 인해 줄어든 수비 이닝으로 인해 공격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선순환이 구축된 것이다.
하지만 주축 내야진인 황재균, 박경수, 윤석민이 30대 중후반을 향해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체력을 안배하면서 최대한 전력 손실이 없게끔 할 수 있는 내야 자원의 육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1년 144경기를 치르는 동안 주전이 빠졌을 때 그 자리를 메꿔줄 자원의 수준 차이가 결국 마지막 날의 순위를 가른다. 체력 안배를 해 주고 싶어도 백업 자원의 수준이 현격히 떨어진다면 결국 감독의 입장에서는 주전 선수를 계속 기용할 수밖에 없다.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중요한 순간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선택이기도 하다. KT의 김태진은, KT의 최주환은 누가 될 수 있을까. 더도 말고 딱 한 명, 그런 선수가 필요하다.
2019년 KT는 새로운 체제에서 이전의 색깔은 완전히 털어버리고 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NC의 첫 가을야구 진출에도 ‘안정된 수비력’이 큰 역할을 했다. KT도 이제 그러한 수비력을 갖춘 구단이 됐고,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주들이 넘친다. 이제는 기대를 현실로 바꿀 때다. 10월 중순 케이티위즈파크에 울려 퍼질 함성을 기대해 본다.
야구공작소
송민구 칼럼니스트 / 에디터=조예은
[스포탈코리아]
스토브리그
2018시즌 9위. kt wiz는 창단 처음으로 꼴찌에서 벗어났다. 많은 이의 기대와 달리 김진욱 감독은 결국 가을야구 시즌을 만들지 못한 채 자진 사퇴했다. 후임으로 이강철 감독이, 단장엔 이숭용 타격 코치가 임명됐다. 외부에서 감독을 영입하면서, 단장을 내부 승진이나 그룹 인사이동이 아닌 내부 현장 스태프에서 채웠다. 현장에 좀 더 힘을 실어주면서, 긴밀하게 소통하라는 윗선의 의중이라 생각된다.
단장 임명 이후 프런트 조직 또한 대대적으로 개편을 단행했다. 현장 운영은 단장, 그 외의 업무를 경영기획실로 나눴다. 데이터 기획팀을 신설해 외국인 선발 업무와 함께 기존 전력분석에 더해 새로운 시각으로 야구를 보고자 하는 의지도 내비쳤다. 일종의 R&D 중추를 데이터기획 팀이 담당하게 된 것이다.
바뀐 외국인 선수 영입 규정에 발맞춰 150대 강속구를 뿌리는 라울 알칸타라(11월 19일)와 제구형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11월 29일)를 일찌감치 영입했다. 2019시즌을 기대하게 만드는 행보였다.
4월 – 지옥 같던 한 달
사실 시작은 그리 좋지 못했다. 개막 이후 4월까지 리그 최하위, 10승 22패를 기록했다. 팀의 승률(0.313)이 같은 기간 팀 내 수위타자 강백호의 타율(0.303)에 근접했다. 당시 KT는 팀 타율 9위(0.255), 팀 평균자책점 7위(4.71), 역전패 공동 1위(11회)를 기록할 정도로 전반적인 투타 밸런스가 무너져 있었다.
선발 중 그나마 제 몫을 한 선수는 외인 2명 정도였다. 나머지는 실점이 많거나 이닝 소화력이 부족했다. 외인 선발진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으나 어느 정도 계산이 서는 투구를 보여줬다. 토종 원투펀치로 기대를 모은 금민철, 이대은이 예상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투수진 전반의 피로도를 증가시켰다. 젊은 선발진은 강력한 구위로 리그를 놀라게 했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만한 제구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매번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이대은은 팔꿈치 통증으로 5월 17일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이후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했다.
4월의 모습은 잊어주세요
이때까지만 해도 남은 시즌 동안 큰 소득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5월 이후 KT는 이전과 전혀 다른 팀이 됐다. 7월까지는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타격을 보이는 팀 중 하나였고, 8월에는 투수진이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며 4개월 만에 결국 리그 공동 5위 자리를 탈환했다. 가을야구가 가까워 보였다.
한번 10위로 떨어지면 선수단 전체가 패배감에 휩싸이기 때문에 이를 시즌 중에 극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통 많은 구단들이 1, 2군 간 대대적인 코치진 보직변경을 시도하거나, 극단적으로는 감독이 사퇴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액션 없이 선수단을 잘 추슬러 좋은 성적으로 끝마친 것은 팀 전체에 있어서도 아주 긍정적인 신호다.
물론 막바지에 9경기 차이를 뒤집고 극적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두산도 있었고, KT가 결국 5위 자리를 지키지 못했기에 더 이상의 극적인 효과를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분명 2019년 4월까지의 KT와 그 이후의 KT는 다른 모습이었다. 2019년 4월을 기점으로 창단 시절의 모습을 완전히 탈피했다.
5위 싸움의 결정적 순간
KT에게 9월 하순에 있었던 삼성, NC와의 2연전은 잊지 못할 결정적인 순간이다. 9월 9일까지 5위 NC와 승차 없는 상황에서 시작한 일주일. 8위 삼성과의 2연전, 추석 연휴 NC와의 2연전을 쓸어 담을 경우 단독 5위를 굳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렇지만 KT는 9월 21일 경기에선 라이블리에게 7이닝 동안 꽁꽁 묶여 버렸고, 이후 경기에선 선발이 일찍 무너지고 말았다. 결국 NC와의 두 경기를 모두 내주며 4일 만에 공동 5위에서 2.5경기 차 6위로 주저앉았다. KT에게는 가장 안타까운 한 주였을 것이다.
최고의 선수 – 로하스
이 부분은 이견의 소지가 다분하다. 생산능력 자체로만 놓고 본다면 강백호(wRC+ 157.4)가 로하스(wRC+ 151.3)를 근소한 차이로 앞선다. 유한준이 wRC+ 133.6으로 그 뒤를 잇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KT에서 강백호와 로하스의 존재감은 크다. 하지만 최고의 선수를 논하고자 한다면 생산능력에 기반한 ‘전체 기여도’를 따져 142경기를 소화해 준 로하스에게 최고의 선수 타이틀을 주고 싶다. 강백호의 부상은 본인의 관리 문제가 아닌 예상치 못한 외부적 요소였기에 더욱더 안타깝다. 내년에는 건강하게 3-4-5를 찍어주길 바란다.
아쉬운 선수 – 금민철
KT 이적 후 첫 풀타임 선발, FA 계약, 커리어 첫 규정 이닝 소화. 32세의 금민철에게 2019년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해가 될 줄 알았다. 게다가 바뀌는 공인구의 효과까지 고려한다면 풀타임 4점대도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14선발 57이닝 38실점 ERA 5.05. 2018시즌에 비해(5.41) 평균자책점은 낮아졌지만 조정 평균자책점*이 97.9에서 81.9로 대폭 하락했다. 기댓값은 리그 평균이었는데 실제로는 2군 투수에 불과한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금민철은 6월 13일 말소된 후 다시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조정 자책점: 리그 평균을 100으로 했을 때, 숫자가 클수록 좋은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본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선수 – 김민, 주권
김민은 정말 많이 아쉽다. 김민의 직구를 보고 있노라면 누가 저 공을 담장 너머로 쉽게 보낼 수 있을까 싶은데, 그건 포수 미트에 꽂히기 전까지다. 포수 미트에 꽂히는 투구의 로케이션을 보고 있자면 ‘구석을 찌르려다 볼만 늘어가는’ 투수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구속에 비해 너무 높은 피안타율(0.330)과 리그 최하위권의 컨택트 허용률(하위 3%)은 개선과 발전의 여지가 있다. 평균 구속 145 km/h를 넘는 좋은 직구를 가진 투수라면 자신 있게 공을 뿌리면 된다. 물론 그 구위에 칼같은 제구가 된다면 좋겠지만, 이제 스무 살이다. 스무 살짜리 영건의 패기는 때로는 상대방에게 ‘위압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볼넷을 ‘안 내주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제구를 한계까지 가다듬어 매덕스가 된다. 두 번째 공격적 투구로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든다. 첫 번째 방법은 단점을 장점으로 만드는 과정이고, 두 번째 방법은 장점을 더욱 가다듬는 쪽에 가깝다. 첫 번째가 가장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만 두 번째도 나쁘지는 않은 선택이다. 김민에겐 슬라이더라는 좋은 세컨드 피치가 있기 때문이다. 좋은 투구의 시작은 회전수도, 구속도 아니다. 내 공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에서 출발한다.
주권. 2016년 가능성을 보여주나 싶다가 2년을 어둠 속에서 헤맸다. 드디어 맞는 옷을 찾은 것일까. 원포인트부터 롱릴리프까지 전천후로 뛰면서 확실한 역할을 받았다. 6월 이후에는 1이닝 또는 15구 이하의 등판 비율이 높아지면서 공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졌다. 결국 9이닝당 볼넷이 1개 이상 줄어들고(2.76→1.67), 인플레이 타구의 피안타율이 극적으로 낮아지면서(0.339 → 0.256) 8점대 평균자책점의 투수가 2.99의 정상급 불펜으로 탈바꿈했다. 피안타율이 0.324에서 0.233으로 감소한 부분은 조금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이제 주권은 KT에서 소금 같은 존재로 살아남을 수 있는 역할을 찾은 것 같다.
첫 가을야구를 위하여
더는 ‘꼴찌 후보’가 아님을 증명했지만 만족스럽진 않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음을 스스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정상급의 화력을 증명했고, 클린업 트리오 또한 다른 팀에 뒤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즌 내내 좀 더 위로 도약할 수 있는 기점에서 미끄러진 것은 투타의 어긋남 때문이었다.
매 경기 5점 정도는 낼 수 있는 화력을 갖추었지만, 시작부터 5점을 주고 시작하는 투수진은 상위권 도약의 방해요소가 됐다. KT는 볼넷을 많이 내주는 성향의 팀은 아니다. 경기를 잡으러 나오는 불펜진의 볼넷 비율은 낮지만 경기를 내주는 상황은 대부분 선발투수의 볼넷 남발에서 비롯된다.
선발, 구원진 할 것 없이 결정적 순간에 삼진을 잡을 만한 능력도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결국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지 못하고 무너진다. 이제는 ‘안 내주는’ 것보다 ‘때려잡는’ 쪽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때가 아닐까.
사실 KT의 반등에는 드라마틱한 수비진의 각성이 있었다. 18시즌 팀 DER 0.651로 압도적 10위를 기록한 팀이 단 한 시즌 만에 0.702를 기록하며 리그 2위의 수비력을 보여줬다. 좋은 수비가 좋은 투구를 만들어 냈고, 이로 인해 줄어든 수비 이닝으로 인해 공격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선순환이 구축된 것이다.
하지만 주축 내야진인 황재균, 박경수, 윤석민이 30대 중후반을 향해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체력을 안배하면서 최대한 전력 손실이 없게끔 할 수 있는 내야 자원의 육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1년 144경기를 치르는 동안 주전이 빠졌을 때 그 자리를 메꿔줄 자원의 수준 차이가 결국 마지막 날의 순위를 가른다. 체력 안배를 해 주고 싶어도 백업 자원의 수준이 현격히 떨어진다면 결국 감독의 입장에서는 주전 선수를 계속 기용할 수밖에 없다.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중요한 순간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선택이기도 하다. KT의 김태진은, KT의 최주환은 누가 될 수 있을까. 더도 말고 딱 한 명, 그런 선수가 필요하다.
2019년 KT는 새로운 체제에서 이전의 색깔은 완전히 털어버리고 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NC의 첫 가을야구 진출에도 ‘안정된 수비력’이 큰 역할을 했다. KT도 이제 그러한 수비력을 갖춘 구단이 됐고,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주들이 넘친다. 이제는 기대를 현실로 바꿀 때다. 10월 중순 케이티위즈파크에 울려 퍼질 함성을 기대해 본다.
야구공작소
송민구 칼럼니스트 / 에디터=조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