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19시즌 리뷰] LG 트윈스 – 도약을 꿈꾸며
입력 : 2019.11.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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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성적 – 79승 64패 1무(4위, 준플레이오프 탈락)

[스포탈코리아]

실패를 딛고

LG는 잔인한 2018시즌을 보냈다. 시즌 막판까지 순위경쟁을 했지만 두산을 만나 번번이 패하며 8위까지 밀려났다. 시즌이 끝난 후 결국 양상문 단장은 사의를 표명했고 코치진도 대거 물갈이됐다. 빈 단장 자리에는 차명석이 부임했다. 이후 엘지는 비시즌 동안 약점으로 꼽힌 포지션을 적극적으로 보강하고자 했다.

겨우내 구단의 행보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세금 문제로 떠나간 소사의 자리에는 케이시 켈리를 영입했다. 지난 시즌 맹활약한 타일러 윌슨의 재계약도 무리 없이 이뤄졌다. 외국인 타자로는 소문만 무성하던 거포 토미 조셉과 계약하며 외국인 선수 구성을 빠르게 마무리 지었다. 여기에 방출 선수도 대거 영입했다. 팀 뎁스를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마지막으로 최대 약점인 3루 포지션을 보강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3월, 마침내 LG는 김민성을 사인 앤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성공적인 스토브리그를 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즌 전 보강한 선수


늘 그렇듯 순조로운 출발, 곧바로 닥친 위기

언제나처럼 LG의 시작은 매끄러웠다. 지난해 같은 연승은 없었지만 연패도 없었다. 팀 전체적으로 전력이 안정되며 기복 없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여기에 두산과의 첫 맞대결에서는 위닝시리즈를 가져오며 ‘두산 공포증’을 떨쳐냈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은 준수했고 기존 선수들도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민성이 바로 합류하지 못했지만 이를 대비해 영입한 양종민이 있었다. 김민성의 공백기 동안 양종민은 견고한 수비력으로 3루 공백을 최소화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불펜에서는 강력한 신성이 나타났다. 루키 정우영은 등장과 동시에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잦은 연투와 2이닝 투구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승리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여기에 정찬헌이 지난 시즌보다 안정된 모습으로 뒷문을 지켰다. 여기까지 모든 것은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위기는 곧바로 찾아왔다. 또 다시 부상의 악령이 외국인 타자를 덮쳤다. 조셉이 가래톳 통증을 호소한 것이다. 점점 결장이 늘더니 급기야 4월 16일에는 허리 통증까지 호소하며 1군에서 말소됐다. 설상가상으로 마무리 정찬헌은 허리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다. 외국인 타자의 부상과 불펜 붕괴, 지난 시즌이 다시 재현되는 듯했다.


수호신의 탄생, 지키는 야구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위기 속에 류중일 감독은 빠른 공을 가진 고우석을 새로운 마무리투수로 낙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고우석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고우석은 빠른 공을 가졌지만 제구력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는 오래 가지 않았다. 고우석은 4월 21일 첫 마무리 등판에서 세이브를 거두더니 파죽지세로 세이브를 쌓기 시작했다.


고우석 마무리 전/후 성적


마무리 낙점 당시 고우석은 이닝당 한 개가 넘는 볼넷을 내주고 있었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를 맡은 이후에는 180도 달라졌다. 9이닝당 볼넷은 3개 아래로 줄어들었다. 구속도 평균 151km, 최고 157km까지 기록하며 구속과 제구의 동반 상승을 일궈내는 데 성공했다.

강속구를 지닌 선수가 각성하자 그 위력은 실로 놀라웠다. 마무리 투수로 전환한 이후 평균자책점 1.11을 기록했고 34개의 세이브를 거뒀다. LG는 시즌 내내 고우석이 마무리로 등판한 경기에서 단 한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오직 정우영에 의존하던 중간 계투도 조금씩 안정됐다. 김대현은 2군에 다녀온 후 불펜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필승조로 자리잡았다. 문광은은 추격조와 승리조를 오가며 전천후로 활약했다. 팀의 유일한 좌완 필승조 진해수는 늘 그렇듯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시즌 후반 트레이드로 팀에 합류한 송은범의 활약은 다소 아쉬웠지만 정우영이 맡던 이닝을 분담해 줌으로써 불펜 과부하를 방지했다.

결과적으로 불펜진은 WPA(Win Probability Added: ‘승리확률 기여도’) 리그 2위에 올랐다. LG는 7회까지 리드 시 64승 1패 1무를 기록했고 8회까지 리드한 경기에서는 전승을 했다. 연장 승부에선 9승 1패 1무를 기록하며 불펜진의 힘을 증명해냈다.


만능의 외야, 그물 든 내야

타선은 외국인 타자의 부재 속에서도 선전했다. 늘 변수였던 채은성, 이형종은 상수로 자리잡았고 이천웅도 주전 중견수로 자리매김했다. 김현수는 이름값에 비해 다소 아쉬운 타격 성적을 기록했지만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었다. 외야진은 2년 연속 WAR 리그 1위를 기록하며 팀 타선을 지탱했다.

특히 외야진은 수비에서도 제 역할을 다하며 드넓은 잠실 외야를 지켰다. 중견수로 낙점된 이천웅은 시즌 초에는 다소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됐다. 이형종은 놀라운 운동능력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냈고 채은성도 우익수로서 부족함 없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은 리그 외야 보살 1위와 최저실책 1위로 증명됐다


외야 4인방 성적표


내야진 wRC+는 리그 8위에 그치며 아쉬운 공격력을 보였다. 특히 1루가 문제였다. 외국인 타자는 부진했고 김현수도 1루에선 자신의 타격능력을 보이지 못했다. 유격수를 제외한 나머지 포지션도 모두 평균 이하였다. 결과적으로 내야진의 공격 WAR은 5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오지환의 지분이 70%였다.

하지만 마냥 아쉬운 건 아니었다. 부족한 공격력은 수비로 대신했다. 김민성이 합류한 가운데 2루수 정주현은 기대 이상의 수비를 해냈다. 내야 땅볼 처리율은 리그 1위를 기록했고, 리그에서 가장 많은 땅볼 아웃카운트를 챙겼다. 최저 실책 2위도 기록하며 안정감과 범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이는 윌슨, 켈리, 정우영 등 땅볼 유도형 투수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안녕했던 선수들, LVP는 없었다.

눈부신 활약을 펼친 고우석이 MVP라면 LVP라고 할만한 선수는 없었다. 성적만 놓고 보면 김현수가 기대보다 부진했지만 어디까지나 기대치에 비해서였다. 시즌 내내 1루수를 ‘알바’를 했던 점도 고려해야 한다. 경기 외적으로도 주장으로서 팀을 이끈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

외야 3인방은 올해도 작년의 활약을 재현했다. 내야진도 모두 자신의 커리어에 맞는 활약을 펼쳤다. 여기에 구본혁이라는 백업 선수의 가능성까지 확인했다. 팀도 이런 꾸준함에 힘입어 시즌 내내 단 한번도 5위권 밑으로 추락하지 않았다. 롤러코스터 같았던 지난 시즌과 완벽히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지난 몇 년과 비교하면 선수단에 상수가 많아졌다. 채은성, 이천웅, 이형종이 꾸준한 활약을 하면서 실력에 대한 물음표를 지웠다. 양석환이 입대하면서 오지환만 남았던 내야도 김민성의 합류로 어느 정도 계산이 섰다. 유강남은 어느덧 꾸준한 성적을 올리는 리그 상위권 포수로 자리매김했다. 박용택에 의존하던 과거와 비교하면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다.


시즌 중 아쉬움

허리 잡은 조셉, 실패로 끝난 기다림

1루수 거포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영입한 토미 조셉은 높은 기대를 받았다. 준수한 메이저리그 경력과 어린 나이는 팬들에게 기대를 심어주기 충분했다. 많은 전문가가 조셉을 가장 성공할 것 같은 외국인 타자로 꼽았다. 처음에는 이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준다. 비록 정교함은 부족했지만 개막 후 일주일 동안 3개의 홈런을 뽑아내며 장타력을 증명했다. 그러나 활약은 길지 않았다. 허리 디스크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다.

퓨처스에 내려갔던 조셉은 5월에 다시 팀에 합류했다. 허리부상이 완치된 건 아니어서 지명타자로의 출장이 잦아졌고 결장도 많았다. 장타는 있었지만 많은 결장을 상쇄할 정도의 위력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장타력이 부족한 LG에 조셉이 보여준 홈런 생산 능력은 분명 매력적이었고, 류중일 감독도 조셉을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모험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체 외국인의 폭도 좁아지니 조셉이 살아나지 못하면 이번 시즌도 외국인 타자 덕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조셉의 허리부상이 장기간 이어졌다. 결국 LG는 부랴부랴 카를로스 페게로를 대체자원으로 영입한다. 페게로는 제 몫을 했다. 좌투수 상대로 약점(0.221/0.274/0.247)을 노출했지만 우투수를 상대로는 파괴력(0.328/0.369/0.615)을 보여줬다. 정확도는 조금 부족했지만 일발 장타가 빛을 발했다. 덩치에 맞지 않는 빠른 발은 덤이었다.

문제도 있었다. LG는 페게로가 1루수를 맡아주길 바랐다. 하지만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수비 불가 판정을 받았다. 결국에는 기존의 외야진과 포지션 중복을 피할 수 없었다. 이는 1루수로 김현수 기용하는 원인이 됐다. 김현수의 1루수 출장 시 성적을 고려하면 고육지책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페게로에 대한 이슈를 차치하더라도 LG는 외인 타자 슬롯을 통해 얻은 이득이 미미했다. 외인 타자의 WAR은 2로 리그 9위 수준이었다. 외국인 타자의 실패 자체는 어쩔 수 없었지만 교체시기에 대한 아쉬움은 지울 수 없게 됐다.

변화가 없는 2번타자

정주현과 오지환의 무조건적 2번타자 기용은 아주 아쉬웠다. 이번 시즌 LG는 2번 타순에서 타율은 10위, OPS는 8위로 최하위권에 해당하는 생산력을 보였다. 시즌 초반 오지환이 2번에 배치됐지만 전반기 내내 타격감이 좋지 못했다. 좌투수 상대로 주로 배치된 정주현도 부족하긴 마찬가지였다. 작전 수행 능력으로 변호하기엔 번트 성공률도 떨어졌다.

옵션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김민성이 7번까지 밀려있었기에 타선을 한 칸씩 당기는 것도 방법이었다. 일본에서 주로 2번으로 뛰었던 페게로 카드도 충분히 고려 할 만했다. 다행히 후반기에는 오지환이 살아나며 제 몫을 해냈지만 전반기 내내 빈타를 면치 못했던 2번 타선에 단 한번도 변화를 주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다.


보강이 필요한 부분

2루수/토종 선발

19시즌 트윈스의 주전 2루수는 정주현이었다. 수비에서는 예상 외의 선전을 거두며 데뷔 이래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최고 수비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공격에서 상당히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wRC+는 리그 주전 2루수 중 최하위였고 공격 WAR은 대체선수 수준인 0을 기록했다.

공석이던 4,5선발은 결국 시즌 끝까지 확고한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우찬, 배재준, 임찬규가 경쟁했지만 꾸준하지 못했다. 이우찬은 체력적인 한계 속에 시즌 초반 돌풍을 길게 이어가지 못했다. 배재준과 임찬규 역시 제구와 구속 모든 면에서 기복을 보였다.


4, 5선발 후보들의 성적표



기회 온 LG, 이제는 잡아야 할 때

안정된 전력은 계산된 결과를 내놓았다. 시즌 초에나 반짝하는 도깨비 팀 이미지는 벗었다. 3년 만에 4위로 가을야구에 올랐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키움에 패하긴 했지만 이 또한 객관적인 전력 차가 만든 결과였기 때문에 실망하기는 이르다. 키움은 명백히 LG보다 강했다. 이런 패배는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강팀을 넘어서려는 행보가 필요하다. 당장 이번 시즌만 봐도 LG는 상위 3팀에 전적에서 밀리는 모습이었다. 이는 근본적인 전력 열세가 만든 결과였다. 이들을 넘어 대권에 도전하려면 전력보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번 시즌은 대권 도전을 준비하는 기간으로써 성공적이었다. 내야는 어느 때보다 안정됐고, 외야 선수들은 계산이 서는 선수들로 성장했다. 3선발까지는 구축한 가운데 불펜의 양적인 확보도 마쳤다. 내년이면 이 중 다수의 선수가 30대로 접어든다. 이들의 기량이 무르익은 지금이 우승에 도전할 적기일 것이다.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 25년의 세월을 통해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겨울이 더욱 중요하다. 오지환, 진해수 등 내부 FA 단속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2루수 같이 약점으로 꼽히는 포지션에서 추가적인 영입을 고려해야 한다. 쌓였던 숙원만큼 기대도 높아졌다. LG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까?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야구공작소
이승호 칼럼니스트 / 에디터=조예은


기록 출처: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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