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김동윤 기자=2008년 데뷔해 올해로 메이저리그 14년 차를 맞은 맥스 슈어저(36, 워싱턴 내셔널스)는 2년 연속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다.
두 번 모두 블라디미르 게레로 시니어(46, 은퇴) -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2, 토론토 블루제이스) 부자를 상대로 경험한 것이었다.
지난해에는 슈어저가 주인공이었다. 2020년 7월 30일(이하 한국 시간), 슈어저는 게레로 주니어를 상대로 4회 말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2010년 7월 22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시절 게레로 시니어를 상대로 2개의 삼진을 잡아낸 지 10년 만이었다.
게레로 주니어를 삼진 처리한 것을 포함해 10탈삼진을 기록하고 승리 투수가 됐던 슈어저는 "나도 나이가 들었다. 이제 공식적으로 메이저리그의 노장"이라며 웃어 보였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슈어저가 게레로 주니어에게 삼진을 잡은 것을 두고 "슈어저가 시간 여행을 했다"고 표현했었다.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난 4월 28일, 슈어저는 또 한 번 시간 여행자가 됐다.
올해는 게레로 주니어가 주인공이었다. 2021년 4월 28일, 게레로 주니어는 슈어저를 상대로 2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상황도 극적이었다. 게레로 주니어는 1회 말 첫 타석에서 병살타로 체면을 구겼다. 토론토는 워싱턴에 3회 초까지 0-3으로 끌려가고 있었고, 게레로 주니어는 3회 말 1사 만루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슈어저의 실투성 슬라이더를 받아쳐 그대로 임시 홈구장 TD볼파크의 좌중간 담장을 넘겨버렸다. 4-3으로 역전시키는 짜릿한 만루홈런이었다.
슈어저가 게레로 시니어에게 홈런을 맞은 지 10년 만이었다. 2011년 8월 14일 디트로이트 시절 슈어저는 게레로 시니어에게 홈런을 허용한 바 있다.
또한, 슈어저로서는 5년 만에 허용한 통산 3번째 만루홈런이었다. 슈어저는 통산 270개의 홈런을 내주면서도 대다수가 1점 홈런(170개)일 정도로 좀처럼 대량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투수였다. 하지만 이날은 빛나는 게레로 주니어의 재능에 무릎을 꿇었다.
5회 말 두 사람은 다시 만났다. 선두 타자로 들어선 게레로 주니어는 슈어저의 6구째 포심 패스트볼을 또 한 번 넘겼다. 지난해에는 너털웃음을 터트린 슈어저였지만, 이번에는 욕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로써 슈어저는 이반 노바(34)에 이어 게레로 부자에게 홈런을 내준 두 번째 투수가 됐다. 노바는 2011년(게레로 시니어), 2019년(게레로 주니어) 홈런을 내줬다.
한편, 게레로 주니어는 슈어저가 내려간 뒤에도 자신의 타격감을 마음껏 자랑했다. 7회 말에도 1회 1사 상황에 나와 카일 피네건에게 2점 홈런을 기록했다. 3연타석 홈런이었다. 혼자서만 3홈런 7타점을 기록하며, 토론토의 9-5 승리를 이끈 게레로 주니어는 메이저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MLB.COM은 "22년 42일의 게레로 주니어는 한 경기 3홈런을 기록한 선수 중 7번째로 어리며, 아버지 게레로 시니어도 한 경기 3홈런은 하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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