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열광시킨 중심 타자들의 투·타 맞대결, 구장에 모인 모든 이들이 즐겼다
입력 : 2021.04.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타자와 투수로 맞서게 된 프레디 프리먼(사진 左)과 앤서니 리조(사진 右)

[스포탈코리아] 김동윤 기자=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홈구장 트루이스트 파크를 찾은 시카고 컵스 팬들은 응원팀의 10점 차 대패를 목격해야 했다. 그러나 풍부한 볼거리가 있었기에 그들은 충분히 야구를 즐길 수 있었다.

29일(한국 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컵스는 애틀랜타에 0-10 대패를 당했다. 선발 카일 핸드릭스가 홈런만 3개를 허용하며, 3.2이닝 7실점으로 크게 무너진 탓이 컸다. 애틀랜타 타선은 1회 마르셀 오즈나의 2점 홈런, 오스틴 라일리의 2점 홈런, 2회 프레디 프리먼의 2타점 적시타로 초장부터 핸드릭스를 두들겼다.

여기에 애틀랜타의 선발 투수로 나선 후아스카 이노아가 첫 타석 안타에 이어 두 번째 타석에서는 홈런을 기록하며, 핸드릭스를 완전히 무너트렸다. 이후 컵스는 알렉 밀스를 마운드에 올려 6회까지 던지게 했지만, 밀스 역시 2.1이닝 3실점으로 버텨내지 못했다.

6회가 끝난 시점에서 점수는 0-10으로 컵스의 패색이 짙었고, 데이비드 로스 컵스 감독은 이날 1번 타자 겸 1루수로 출전한 타자 앤서니 리조를 마운드에 올렸다. 2018년 7월 24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이후 두 번째 등판이었다.

헛스윙 삼진을 당했음에도 야구 그 자체를 즐긴 프레디 프리먼

마운드에 오른 리조의 최고 구속은 73.7마일(약 118km/h)에 불과했다. 최저 구속은 48.4마일(약 78km/h)까지 나왔다. 낮은 구속으로 리조는 요안 카마르고를 5구 만에 1루수 땅볼로 잡아냈고,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프레디 프리먼과의 투·타 맞대결이었다. 서로 양 팀의 1루를 맡으면서 정신적 지주이자 중심 타선을 맡고 있는 리조와 프리먼은 재밌는 상황에 웃음만 내보였다.

리조는 60~70마일의 느린 공으로 프리먼을 상대했고, 결국 프리먼으로부터 헛스윙을 유도해 삼진을 기록했다. 투수 리조의 커리어 첫 삼진이었다.

타자에게 헛스윙 삼진을 당한 상황에서도 프리먼은 웃음을 잃지 않은 채 더그아웃으로 향했고, 두 사람이 연출한 재밌는 장면에 홈·원정 팬 모두가 열광했다. 해설 역시 "믿을 수 없다"라며 상황을 즐겼다.

리조의 역할을 여기까지였지만, 컵스 야수의 마운드 등판은 계속됐다. 내야수 맷 더피가 뒤이어 등판해 남은 한 타자를 처리했고, 8회 말에는 내야수 에릭 소가드가 1이닝을 책임졌다. 소가드는 두 개의 안타와 몸에 맞는 공으로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요안 카마르고를 좌익수 뜬 공으로 잡아내 무실점을 기록하며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렇게 컵스는 0-10 완패를 당했지만, 7회가 되기 전 야수를 마운드에 올린 로스 감독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며 비난을 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야수에게 삼진을 당한 굴욕의 주인공이 된 프리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리조에게 당한 삼진은 삼진 한 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를 띄우는 것. 이것이 야구고 스포츠다. 난 그래서 괜찮다. 오늘의 내가 잘못됐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로 인해 미소 짓고, 또 웃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것이 스포츠가 해야 될 일이기 때문에 난 괜찮다"라며 재치 있는 답변을 남겼다.

재밌는 장면에 선수, 팬, 해설자까지 모두가 하나가 됐다

사진=MLB.COM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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