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6억' 주전 야수조 막내가 30살 강승호...두산 타선 세대교체, 선택 아닌 필수
입력 : 2024.10.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신희재 기자= 이제 김재호 후계자만 문제가 아니다. 두산 베어스 야수조는 전면적인 세대교체가 시급하다.

두산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시즌을 4위(74승 68패 2무)로 마무리한 뒤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연패로 탈락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으나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일찌감치 시즌을 마쳤다.

올 시즌 두산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외국인 투수였다. 지난 시즌 24승을 합작한 라울 알칸타라, 브랜든 와델과 한 시즌 더 동행했으나 두 선수가 나란히 부진과 부상으로 예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계획이 꼬였다. 알칸타라는 12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4.76, 브랜든은 14경기 7승 4패 평균자책점 3.12의 성적을 남긴 채 전반기를 끝으로 전력 외 선수가 됐다.

두산은 후반기를 앞두고 알칸타라 대신 조던 발라조빅을 영입하고, 부상으로 빠진 브랜든의 대체 외국인으로 시라카와 케이쇼와 6주 단기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발라조빅이 11경기 2승 6패 평균자책점 4.34, 시라카와가 7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6.03으로 부진하면서 고개를 떨궜다. 네 명의 외국인 투수가 총합 44경기 13승에 그치며 선발진 붕괴와 불펜 과부하 현상이 나타났다.



정규시즌 농사를 외국인 투수가 망쳤다면, 포스트시즌은 타선의 침묵이 치명적이었다. 두산은 KT 위즈 상대로 1차전 0--4, 2차전 0-1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초로 2경기 18이닝 무득점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작성하는 등 끔찍한 시간을 보냈다.

두산은 와일드카드 2경기에서 동일한 타선을 꺼내 들었다. 정수빈(중견수)-김재호(유격수)-제러드 영(좌익수)-김재환(지명타자)-양석환(1루수)-강승호(2루수)-허경민(3루수)-김기연(포수)-조수행(우익수)이 수비 위치까지 변동 없이 그대로 2연전을 치렀다. 결과는 2경기 총합 10안타 0볼넷 20삼진. 타선이 집단 슬럼프에 빠지면서 점수를 내지 못하니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두산 타선의 충격적인 부진은 이들의 몸값을 생각하면 더 아쉽게 느껴진다. 정수빈이 6년 56억 원, 김재환이 4년 115억 원, 양석환이 6년 78억 원, 허경민이 7년 85억 원 그리고 부상으로 대수비 출전에 그친 양의지가 4년 152억 원이다. 다섯 명의 FA 총액이 무려 486억 원인데 정작 중요한 순간 돈을 쓴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비싼 몸값의 주전 선수들이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 대안이 될 백업 야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그나마 내야수 이유찬, 박준영, 여동건이 대타로 기회를 얻었고 포수 박민준, 내야수 전민재, 외야수 김대한은 한 타석도 나오지 못했다. 시즌 초 예전 주장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퓨처스 선수층이 초토화된 게 고스란히 드러난 장면이었다.


경기 후 이승엽 감독도 타선의 부진을 아쉬워했다. 뉴시스 인터뷰에 따르면 이승엽 감독은 "두 경기에서 점수를 내지 못한 게 컸다.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득점으로 끝났다"면서 "잘 치고 잘 달리는 것과 찬스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 응집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삼진이 많았고 세밀한 야구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승엽 감독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장타로 재미를 봤는데 포스트시즌은 장타가 나오지 않아 힘든 경기를 치렀다. 내년을 위해 공격적인 야구, 세밀한 야구 등 상황에 맞는 야구를 하는 게 중요하다"며 "올해 김재환, 김재호, 양석환, 정수빈 등 베테랑들 위주로 경기했고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 주전과 백업 선수들의 실력 차이도 크게 났다"고 되짚었다.


가을야구가 허무하게 끝나면서 이제 두산은 타선의 고령화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마주했다.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외국인 제러드를 제외한 주전 야수 거의 모두가 30대였다. 포수 김기연(27)만 유일하게 20대였는데 그마저도 주전 포수 양의지의 결장 여파가 컸다. 사실상 1994년생인 강승호가 주전 야수조 막내일 만큼 사정이 좋지 않았다.

두산은 지난 9월 2025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로 야수 최대어 박준순을 뽑는 등 내야 센터라인 보강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수년간 진행 중인 유격수 김재호(39) 후계자 찾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유격수만이 아닌 내외야 대부분의 포지션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두산 타선의 세대교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화수분 야구의 부활이 절실하다.



사진=OSEN, 뉴스1,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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