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7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롯데 자이언츠의 올 시즌 가장 큰 문제점은 '마운드'였다. 팀 타율(0.285)과 OPS(0.782) 2위, 득점(802점) 3위의 공격력은 리그에서도 상위권이었으나, 팀 평균자책점(5.05)은 리그 평균(4.91)에 이하로 7위에 머물렀다.
특히 선발(평균자책점 4.91, 리그 6위)에 비해 불펜(5.34, 8위)의 문제가 더 심각했다. 그중에서도 왼손 불펜 투수의 팀 평균자책점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7점대(7.20)를 기록하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롯데의 왼손 불펜 고민은 올 시즌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평균자책점 6.11) 역시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고, 2022년(5.65)은 9위, 2021년(7.62)도 꼴찌를 기록하는 등 해묵은 고민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겨울 롯데는 왼손 불펜 약점을 보강하기 위해 2025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LG 트윈스로부터 베테랑 불펜 진해수를 영입했다. 또한 SSG 랜더스에서 방출된 임준섭과 계약을 맺는 등 '좌완 수집'에 나섰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진해수는 팀 내 왼손 불펜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54경기(27⅔이닝)에 등판해 2승 1패 5홀드 평균자책점 6.18의 성적을 기록했다. 임준섭은 24경기(11⅓이닝) 2홀드 평균자책점 7.94로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필승조 역할을 기대했지만, 성적은 패전조에 가까웠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을 대체할 왼손 자원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이다. 입단 4년 차 '군필 좌완' 송재영이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반짝 활약을 보여줬으나 시즌 최종 성적은 19경기(8⅓이닝) 1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0.80으로 아쉬웠다. '최강야구 출신' 신인 정현수가 그나마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8경기(23⅔이닝) 1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4.56으로 희망을 보여준 것이 위안이었다.
정규시즌 일정이 종료된 이후 각 팀이 선수단 정리에 나서면서 불펜이 약한 롯데가 눈독 들일 만한 투수 자원들이 자유의 몸으로 풀리고 있다. 그중에서 왼손 투수로는 '23년 차 베테랑' 고효준의 이름이 눈에 띈다.
고효준은 앞서 두 차례 롯데 유니폼을 입은 적이 있다. 2002 신인 드래프트서 2차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SK 와이번스(현 SSG), KIA 타이거즈를 거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2018년 다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2018년 43경기 2승 3패 7홀드 평균자책점 6.96으로 다소 부진했던 고효준은 2019년 리그에서 가장 많은 75경기에 등판해 2승 7패 15홀드 평균자책점 4.76으로 팀의 핵심 좌완 불펜 역할을 했다. 2020년 24경기 1승 평균자책점 5.74로 아쉬움을 남긴 그는 롯데에서 방출된 뒤 2021년 LG(3경기 2⅓이닝 1실점)에서 재기를 노렸으나 1군의 벽을 뚫지 못하고 또다시 방출의 쓴맛을 봤다.
2022시즌을 앞두고 입단 테스트를 거쳐 SSG 유니폼을 입은 고효준은 2022년 45경기 1승 7홀드 평균자책점 3.72, 2023년 73경기 4승 1패 13홀드 평균자책점 4.50을 마크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26경기 2승 1패 5홀드 평균자책점 8.18로 다시 내리막을 걸었다.
고효준은 결국 지난 5일 SSG에서 방출돼 다시 현역 연장과 은퇴의 기로에 섰다. 아직 140km/h 중반의 공을 뿌릴 수 있는 고효준은 현역 생활을 이어 나가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펜이 허약한 롯데 입장에서는 베테랑 왼손 불펜 자원인 고효준의 영입을 충분히 고려해 볼만하다. 롯데는 2022년 겨울 SSG에서 방출된 김상수를 영입해 지난 2시즌 동안 핵심 불펜 자원으로 활용한 경험이 있다. 물론 1983년생인 고효준은 내년 42세 시즌을 맞게 돼 지금보다 기량이 더 하락할 우려는 있다. 하지만 아직 내부에서 눈에 띄는 왼손 자원이 없다는 점에서 '베테랑 좌완' 고효준 카드는 유망주들의 성장 시간을 벌어주고 롯데의 왼손 불펜 뎁스를 강화할 수 있는 긁어볼 만한 복권이다. 과연 롯데가 이번 겨울 불펜 보강을 위해 방출 선수 '줍줍'에 나설지, 고효준은 은퇴 위기를 극복하고 새 팀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뉴스1, OSEN,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