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불의의 부상으로 2024시즌을 완주하지 못한 '바람의 손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데뷔 첫해의 아쉬움을 털고 다시 출발선에 선다.
이정후의 매니지먼트사 '리코 스포츠에이전시'는 7일 "이정후 선수가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한다"고 알렸다. 빅리그 2년 차가 된 이정후는 지난해(2월 1일)보다 약 4주 일찍 미국으로 건너가 2025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2023년 12월, 이정후는 많은 이들 주목하는 가운데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었다. KBO리그서 7시즌을 뛰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 무대 진출에 나선 이정후는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624억 원)라는 아시아 출신 야수 역대 최고 규모 계약 '잭팟'을 터뜨렸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1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3(35타수 12안타) 1홈런 5타점 2도루 OPS 0.911을 기록하며 타격감을 조율했다. 정규시즌에는 데뷔 3경기 만에 첫 홈런을 터뜨리며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4월 다소 기복있는 모습을 보이던 이정후는 5월 8경기 중 7경기서 안타, 6경기 연속 안타로 빅리그에 조금씩 적응해가던 중 불의의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5월 13일 신시내티 레즈전서 1회 초 2사 만루에 신시내티 타자 제이머 칸델라리오가 때린 타구를 전력 질주로 쫓던 이정후는 점프 캐치를 시도하다 펜스에 충돌해 그라운드로 떨어졌다. 충격으로 한동안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큰 통증을 호소한 이정후는 결국 타일러 피츠제럴드와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이 경기는 결국 이정후의 2024시즌 마지막 경기가 됐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5월 18일 "이정후가 LA에서 닐 엘라트라체 박사를 만났고 어깨 수술 권유를 받았다. 찢어진 관절와순을 치료하기 위해 수술을 받는다"라며 시즌 아웃 소식을 전했다. 6월 5일 이정후는 왼쪽 어깨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마치고 6개월의 긴 재활에 돌입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을 37경기 타율 0.262 2홈런 8타점 2도루 OPS 0.641의 성적으로 마친 이정후를 향해 현지 매체들은 냉정한 평가를 했다. '블리처리포트'는 이정후의 첫 시즌에 대해 'F학점'을 매기며 "결코 좋은 출발은 아니었다. 샌프란시스코가 리드오프 타자에게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라고 혹평했고,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도 "최악의 영입은 KBO에서 이정후를 데려온 것이다.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었다"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다행히 재활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2025시즌 개막전에서 이정후가 건강하게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NBC 스포츠 베이 에어리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가 스프링캠프에 제약 없이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는 뛸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정후의 복귀는 FA 선수를 영입하는 것과 같다"라고 부상을 털고 돌아올 '바람의 손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쉬운 첫 시즌을 보냈지만, 이정후를 향한 기대치는 여전히 높다. 미국 야구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 성적 예측 프로그램 '스티머'는 이정후가 올 시즌 143경기 타율 0.294(598타수 175안타) 14홈런 63타점 13도루 OPS 0.789의 성적을 거둘 것이라 예상했다.
이정후의 예상 타율은 메이저리그 전체 5위, 내셔널리그(NL)에서는 2024시즌 타격왕을 차지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타격 기계' 루이스 아라에즈(0.307)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매우 높은 수치다. 지난해 아라에즈와 시즌 막판까지 NL 타격왕 경쟁을 펼치다 아쉽게 2위에 머물렀던 오타니 쇼헤이(스티머 예상 타율 0.280)보다도 높다.
'스티머'는 이정후가 NL 최다 안타 2위, 2루타 공동 1위(37개), 타석당 삼진 비율(K%)은 최저 3위 등 리그 정상급 타격 능력을 뽐낼 것이라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빅리그 2년 차를 맞는 이정후가 부상 악몽과 현지 매체의 혹평을 극복하고 메이저리그에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2025시즌 활약에 기대가 모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