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달 20일 2025 KBO 정규시즌 경기 일정을 확정해 발표했다. 개막전은 2024시즌 최종 팀 순위 상위 5개 팀의 홈 경기로 편성돼 잠실(롯데 자이언츠-LG 트윈스), 문학(두산 베어스-SSG 랜더스), 수원(한화 이글스-KT 위즈), 대구(키움-삼성), 광주(NC 다이노스-KIA 타이거즈) 구장에서 2연전으로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질 개막 시리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단연 카디네스다. 카디네스는 지난해 삼성과 불편한 이별을 했다.
첫 만남은 좋았다. 지난해 7월 데이비드 맥키넌의 대체 외국인 타자로 KBO리그에 데뷔한 그는 데뷔 두 경기 만에 비거리 140m 초대형 홈런을 터뜨리며 시원시원한 장타력을 뽐냈다. 롯데 자이언츠와 3연전(7월 19일~21일)에서 타율 0.400(15타수 6안타) 2홈런 5타점을 때려내며 72경기에서 4홈런을 기록한 데 그친 맥키넌의 존재를 완벽히 잊게 해 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카디네스와 삼성의 인연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은 지 고작 35일 만에 팀에서 방출됐다.
원인은 갑작스러운 옆구리 통증이었다. 7월 26일 KT 위즈전에서 첫 타석에 헛스윙을 한 뒤 허리에 통증을 느껴 교체된 카디네스는 이후 열흘 동안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던 카디네스는 지난 8월 6일 한화전에 대타로 출전해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후 그는 수비에서 다소 성의 없어 보이는 플레이 펼쳐 교체아웃됐고 그것이 2024시즌 KBO리그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해당 경기 이후 카디네스는 '태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여론에 휩싸였다. 당시 동료였던 외국인 투수 코너 시볼드가 SNS를 통해 "(카디네스는)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선수이며 훌륭한 동료다. 최근 카디네스를 응원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그를 함부로 대할 수 있는지 정말 실망스럽다. 카디네스는 훌륭한 사람이고 충분히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그 누구도 이런 홀대를 받아서는 안 된다. 배려와 이해를 부탁드린다"라며 감싸고 들었지만, 비판 여론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결국 삼성이 칼을 뽑아 들었다. 카디네스를 방출하고 좌타 1루수 자원인 디아즈와 계약에 합의했다. 카디네스가 삼성에서 소화한 경기는 단 '7경기'로 2018년 두산 베어스의 스캇 반 슬라이크(12경기)를 넘어 대체 외국인 타자로 '역대 최소 경기 방출' 기록을 썼다.
시즌 종료 후 삼성 트레이닝 파트와 현장 간의 소통 문제로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카디네스와의 이별 과정이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었다.
그렇게 한국을 떠났던 카디네스가 키움의 부름을 받아 다시 KBO 무대를 밟게 됐다. 키움은 영입 발표 당시 "영입 과정에서 카디네스의 옆구리 부상이 완전히 회복됐음을 확인했다"며 "두 차례 화상 면담을 진행해 선수의 성향과 야구를 대하는 자세, 성실성, 책임감 등을 꼼꼼히 살폈다"고 영입 이유를 밝혔다.
큰 변수가 없다면 카디네스는 키움의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포함될 예정이다. 그와 삼성의 '어색한 재회'에서 누가 시즌 첫 승을 가져가며 웃게 될지 기대가 모인다.
사진=OSEN, 키움 히어로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