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지난해 하위권 예상을 뒤엎고 준우승을 차지한 배경에는 마운드의 반등이 한몫했다. 2023년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4.60)에 머물렀던 삼성은 2024년 타고투저 흐름 속에서 평균자책점 리그 3위(4.68)로 환골탈태했다. 특히 불펜 평균자책점은 두산 베어스(4.54)에 이어 리그 2위(4.97)를 차지하며 뒷문이 한결 탄탄해졌다.
다만 시즌 내내 불펜진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준 것은 아니었다. 6월까지 순항하던 오승환이 크게 흔들리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끝판왕'의 부진을 잘 메우던 FA 듀오 김재윤과 임창민은 시즌 막바지인 9월 체력적인 부담 때문인지 불안감을 노출했다(9월 평균자책점 김재윤 6.75, 임창민 5.87). 삼성 불펜은 8월 평균자책점 1위(4.14)에서 9월 8위(5.89)로 떨어지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위기에 빠진 삼성 불펜에 등장한 한 줄기 빛은 '84년생' 베테랑 투수 송은범이었다. LG 트윈스에서 방출된 뒤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하고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트라이아웃까지 지원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송은범은 입단 테스트를 거쳐 지난해 7월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퓨처스리그에서 실전 감각을 조율하고 8월 31일 1군에 복귀한 송은범은 9경기서 2홀드 평균자책점 1.08의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2023년보다 개선되기는 했지만, 2024년 삼성 불펜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팀 세이브 공동 2위(41세이브)를 기록했으나 구원패(30패)와 블론세이브(25)도 2번째로 많았다. 이번 스토브리그서 불펜 보강이 최우선 과제로 보였던 삼성은 상위권이 예상되는 LG가 FA 불펜 최대어 장현식을 영입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뒷문 강화에 실패한 삼성은 최원태와 아리엘 후라도를 영입해 리그 최정상급 선발진을 꾸렸다. 하지만 여전히 불펜은 전력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다.
FA 시장에서 불펜 자원을 수혈하지 못했다면 방출 선수로 눈을 돌릴 수 있다. 특히 보강이 필요한 부분은 '왼손'이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은 우투수(평균자책점 4.28, 리그 1위)와 좌투수(6.07, 10위)의 성적 편차가 매우 컸다. 불펜(우투수 평균자책점 4.69, 리그 2위 / 좌투수 6.60, 리그 8위) 역시 좌우 편차 현상이 눈에 띄었다. 안그래도 좌투수 자원이 부족한 삼성은 최원태의 FA 보상선수로 최채흥까지 내줘 더욱 심각한 '좌완 가뭄'이 예상된다.
방출 선수 중 눈에 띄는 좌완 불펜 자원으로는 고효준이 있다. 2002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데뷔한 고효준은 SK 와이번스, KIA 타이거즈, 다시 롯데, LG 트윈스, SSG 랜더스를 거쳐 지난해 10월 4번째 방출의 쓴맛을 봤다.
2021시즌 종료 후 LG에서 방출된 고효준은 2022시즌을 앞두고 입단 테스트를 거쳐 SSG에 입단, 그해 45경기 1승 7홀드 평균자책점 3.72로 부활했다. 만 40세 시즌인 2023년 73경기 4승 1패 13홀드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하며 경쟁력을 보여줬던 고효준은 지난해 26경기 2승 1패 5홀드 평균자책점 8.18로 다시 내리막을 걸었다.
SSG에서 방출된 고효준은 은퇴가 아닌 현역 연장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구직 활동 중인 고효준은 지난해 말 공개된 영상에서 143km/h의 패스트볼을 던지며 여전히 경쟁력이 있음을 어필했다. 송은범 영입으로 기대 이상의 효과를 봤던 삼성이 좌완 기근에 시달리는 불펜 보강을 위해 '83년생' 고효준 복권을 긁어볼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OSEN,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