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 그리고 3월 11일...'꿈의 무대 입성' LAD 사사키의 등번호는 누군가에게 희망이 된다
입력 : 2025.02.0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저도 재해로 인해 고통을 경험했다. 하지만 목표를 잃지 않고 앞을 향해 계속 나아가는 것, 그것만은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등번호 '11번'이 새겨진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괴물 투수' 사사키 로키(24)가 지난달 23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꺼낸 말이다. 그는 "LA도 이렇게 힘든 상황이지만, 오늘부터 저도 다저스의 일원으로서 LA 시민 여러분과 함께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초대형 산불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지역 주민들을 격려했다. 비슷한 아픔을 겪은 사사키였기에 더욱 진심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사사키는 많은 사연을 지닌 선수다. 10살 때인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을 겪었다. 사사키의 고향인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시는 쓰나미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당시 재해로 인해 그는 아버지와 조부모를 잃었다.

어린 시절 캐치볼을 하며 꿈을 키워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지만, 사사키는 아픔을 극복하고 훌륭한 야구선수로 성장해 나갔다. 고교 시절 이미 163km/h 강속구를 던지며 '레이와의 괴물'로 불린 그는 시대의 아이콘이 될 재능으로 주목받았다.


2019년 일본 프로야구(NPB)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1순위로 지바 롯데 마린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선수의 꿈을 이뤘다. 구단의 철저한 관리를 받으며 2021년 뒤늦게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사사키는 2024년까지 4년의 짧은 기간 동안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2022년 4월 10일 오릭스 버팔로스전에서 한미일 최초 13타자 연속 탈삼진을 포함해 9이닝 19탈삼진을 기록하며 NPB 최연소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2경기 1승 평균자책점 3.52, 7⅔이닝 11탈삼진을 기록하며 일본 대표팀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당시 사사키는 아버지의 기일인 3월 11일 체코를 상대로 일본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러 최고 164km/h 강속구를 던지기도 했다. 이후 사사키는NPB 정규시즌 경기에서 오타니 쇼헤이가 보유하고 있던 일본인 최고 구속(165km/h) 타이기록도 세웠다.



규정이닝을 단 한 번도 채우지 못했으나 리그와 국제대회에서 이미 검증을 마친 사사키는 NPB 통산 64경기 29승 15패 평균자책점 2.10, 394⅔이닝 505탈삼진의 기록을 남기고 미국 무대 도전에 나섰다. 2024시즌 종료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고, 여러 구단의 구애를 받은 끝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사사키는 로하스의 양보를 받아 등번호 11번을 달게 됐다. 그는 11번을 택한 이유에 대해 "11번은 학창시절 몇 번 달았던 애착이 가는 번호"라며 "베테랑 선수인 로하스가 나에게 11번을 내줘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11번은 사사키가 2019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달았던 등번호다. 프로 입단 후 지바 롯데에서 17번을 달았던 사사키는 2022년 호주와의 친선 시리즈를 위해 일본 대표팀에 소집됐을 때 다시 11번을 달았다. 이후 2023년 WBC 대표팀에서는 11번의 주인이 '대선배' 다르빗슈 유였기 때문에 달 수 없었다. 17번은 이토 히로미가 차지했기 때문에 사사키는 14번을 달고 뛰었다.



다저스에 입성한 사사키는 지바 롯데 시절 달았던 17번을 달 수는 없었다. 그 번호의 주인은 오타니 쇼헤이다. WBC 때 달았던 14번은 '레전드' 길 호지스의 영구결번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사키가 평소 존경하는 다르빗슈, 오타니의 번호이자 자신에게도 익숙한 11번을 선택했을 수 있다.


사사키가 고른 등번호 '11'이라는 숫자는 고향 주민들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일본 매체 '닛칸스포츠'는 지난 3일 '사사키, 등번호 11번에 마음을 담아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큰 희망을 선사'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그의 등번호 11번이 갖는 무게감을 조명했다.

매체는 사사키의 고향을 찾아 그의 아버지와 친구 사이였던 나가타 마사히로 씨와의 인터뷰를 전했다. 나가타 씨는 "쓰나미로 떠내려간 가게와 사사키의 집이 이웃이라 가족들이 자주 찾아왔었다"며 "(사사키는) 항상 집 앞에서 아버지와 캐치볼을 했다. (사사키의) 아버지는 (아들이) 장래에 반드시 프로야구 선수가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고 회상했다.

사사키의 다저스 입단 소식을 기뻐한 나가타 씨는 등번호 11번에 대해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3월 11일. 그 숫자 '11'에 지진 재해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다"며 감회에 젖어 들었다. '닛칸스포츠'는 '지역 주민들에게 잊을 수 없는 날(3월 11일)인 등번호 11에 염원을 담아 레이와의 괴물이 드디어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앞으로도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큰 희망을 줄 것이다'라고 사사키의 등번호에 의미를 부여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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