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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김혜성(26)의 LA 다저스행 여파로 충격적인 트레이드의 주인공이 된 개빈 럭스(28)가 신시내티 레즈 유니폼을 입고 나선 첫 경기부터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럭스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아메리칸 패밀리 필즈 오브 피닉스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밀워키 브루어스전에 2번 타자-2루수로 선발출전해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신시내티는 난타전 끝에 9회 말 3점을 내주며 7-8로 역전패했다.
1회 첫 타석에서 밀워키 선발투수 카를로스 로드리게스를 상대로 7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삼진으로 물러난 럭스는 두 번째 타석에서 첫 안타를 신고했다. 신시내티가 선취점을 올려 1-0으로 앞선 2회 초 2사 2, 3루에서 럭스는 밀워키 투수 그랜트 앤더슨을 상대로 0-2 불리한 볼카운트를 극복하고 2타점 좌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4-0으로 신시내티가 리드한 4회 초 2사 2루 득점권 찬스에서 세 번째 타석을 맞은 럭스는 화끈한 첫 장타도 신고했다. 2-1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비니 니톨리에게 좌익수 방면 라인드라이브 타구로 2루 주자를 불러들이는 1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이후 럭스는 4회 말 수비 때 타일러 캘리한과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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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스는 지난 오프시즌 믿을 수 없는 트레이드로 큰 충격을 받았다. 2016년 MLB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0순위로 입단해 지난 시즌까지 몸담았던 LA 다저스를 떠나게 됐기 때문이다.
2019년 다저스의 차기 유격수로 주목받으며 빅리그 무대를 밟은 럭스는 통산 412경기서 타율 0.252 28홈런 155타점 OPS 0.709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했다.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불안감을 노출하며 포지션을 유격수에서 2루수로 이동하는 등 팀에 고민을 안겼다.
지난해 다저스의 주전 2루수로 뛴 럭스는 139경기서 타율 0.251 10홈런 50타점 OPS 0.703을 기록했다. 다소 아쉬운 성적이었으나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점, 전반기(타율 0.213 3홈런 24타점 OPS 0.562)부진을 딛고 후반기(타율 0.304 7홈런 26타점 OPS 0.898) 반등에 성공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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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의 여운이채 사라지기도 전에 럭스는 정들었던 다저스를 떠나야 했다. KBO리그에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 무대에 도전한 김혜성이 지난 1월 4일 다저스와 3+2년 최대 2,2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계약이 발표됐을 당시만 하더라도 김혜성은 선수층이 두터운 다저스에서 백업 유틸리티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다저스가 김혜성 영입 후 3일이 지난 1월 7일 신시내티 유망주 마이크 시로타와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받고 럭스를 보내는 깜작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덕분에 김혜성은 단숨에 개막전 2루수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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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스는 지난 18일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놀라긴 했지만, 이건 비즈니스일 뿐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무릎 부상을 겪고 역경을 극복하면서 앞으로 닥칠 모든 상황에 대비할 준비가 된 것 같다"며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을 때를 회상했다.
그는 "처음에는 감정이 격해졌다. 월드시리즈에서 막 우승했었다. 내가 알던 유일한 팀, 유일한 스태프들이었다. 나는 팀에 대한 애정이 넘치고 스태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신시내티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럭스는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후 어느 정도 감정이 가라앉았다. 새로운 팀과 선수들을 만나 모든 것을 극복하고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된다"며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이 팀은 젊은 팀이고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그래서 더 흥분되는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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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럭스가 신시내티 유니폼을 입고 첫 경기서 멀티히트로 맹타를 휘두른 날 김혜성은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시범경기에 7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출전한 김혜성은 1회 초 수비 때 실책을 저지르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타석에서 3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실수를 만회하지 못하고 침묵한 김혜성은 시범경기 첫 안타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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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