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바람의 손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시범경기 2경기 만에 홈런을 신고했다. 지난해 부상으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던 이정후는 벌써 봄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쾌조의 출발을 보이고 있다.

이정후는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콜로라도 로키스전서 3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 1홈런 1타점 1볼넷으로 맹활약했다.

샌프란시스코가 0-1로 뒤진 1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첫 타석을 맞은 이정후는 콜로라도 선발로 나선 '1라운드 전체 9순위 출신' 유망주 체이스 돌랜더에게 빅리그 선배의 매운맛을 보여줬다. 이정후는 돌랜더의 초구 패스트볼이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거침없는 스윙으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동점 솔로포를 터뜨렸다.

2023년 4월 21일 MLB 정규시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홈런 이후 약 10개월 만의 짜릿한 손맛이었다. 앞서 지난 23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도 1회 첫 타석부터 초구를 공략해 시속 105.1마일(약 169.1km) 총알 타구로 첫 안타를 신고한 이정후는 2경기 연속 1회 첫타석 초구 노림수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이후 콜로라도가 2-1로 앞선 3회 말 2번째 타석을 맞은 이정후는 1사 1, 2루에서 태너 고든을 상대로 볼넷을 골라내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타선은 맷 채프먼이 헛스윙 삼진, 윌머 플로레스가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5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3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지미 허겟의 초구를 노렸으나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6회 초 수비 때 조나 콕스와 교체된 이정후는 멀티 출루로 시범경기 2번째 시합을 마무리했다.


2024시즌을 앞두고 6년 1억 1,300만 달러의 '대박' 계약을 맺고 샌프란시스코에 합류한 이정후는 시범경기 13경기서 타율 0.343(35타수 12안타) 1홈런 5타점 2도루 OPS 0.911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정규시즌서 조금씩 빅리그 무대에 적응하던 중 불의의 어깨 부상으로 첫해를 타율 0.262 2홈런 8타점 2도루 OPS 0.641의 아쉬운 성적으로 마감해야 했다.


재활에 매진하며 2년 차를 준비한 이정후에 대한 현지 매체의 기대감은 여전했다. MLB.com은 지난 11일 공식 SNS를 통해 올 시즌 이정후가 타율 0.287 11홈런 73타점, 2루타 32개와 출루율 0.343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MLB.com이 통계 예측을 인용한 '팬그래프'는 이정후가 장타율을 0.418, OPS 0.761의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2홈런, 장타율 0.331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꽤나 후한 평가였다.


이정후는 아직 2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강력한 타구를 만들어내며 '두 자릿수 홈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리드오프'를 맡아 컨택과 출루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밥 멜빈 감독이 그를 3번 타자로 기용할 뜻을 밝혔기 때문에 더 공격적인 모습으로 '장타 본능'을 보여줄 수 있다. 이정후는 KBO리그 시절에도 본격적으로 3번 타순을 맡기 시작한 2020년 15홈런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23홈런을 터뜨리며 파워를 뽐낸 바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MLB 공식 SN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