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이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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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골에 기뻐하는 한국 선수들. /사진=뉴시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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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결승골 장면. /사진=뉴시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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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하는 한국 선수단. /사진=뉴시스 제공 |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가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위르겐 클린스만(60)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첫 경기에서 완승을 거뒀다.
한국은 15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경기장에서 열린 바레인과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 1차전에서 3-1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승점 3을 추가해 조 1위로 올라섰다. 같은 조에 속한 요르단과 말레이시아 경기는 오는 16일 오전 2시 30분에 열린다. 이날 경기에 패한 바레인은 조 최하위(4위)로 떨어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살펴보면 한국(23위), 바레인(86위), 요르단(87위), 말레이시아(130위) 순이다. 이번 대회는 24개국이 출전해 6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이후 각 조 1, 2위 12개 팀이 16강에 진출한다. 남은 4자리는 각 조 3위 중에 성적이 좋은 상위 4개 팀이 16강에 합류한다. 한국은 첫 경기부터 승리하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다.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축구강국이지만, 유독 아시안컵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1회 대회였던 1956년, 2회 대회 1960년 정상에 오른 것이 마지막 우승이었다. 아시안컵 최다 출전(14회), 아시안컵 결승 최다 출전(6회) 기록을 가지고도 오랫동안 우승 갈증이 이어졌다. 반면 한국의 준우승은 무려 4차례였다. 대회 최다 준우승 기록이다. 앞서 1972년, 1980년, 1998년, 2015년 준우승을 기록한 바 있다.
무엇보다 첫 단추를 잘 끼는 게 중요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한국이 바레인을 확실히 앞섰다. FIFA 랭킹도 그렇고 역대 전적에서도 한국은 11승 4무 1패로 절대 우위였다. 2007년 아시안컵 본선에서 바레인에 패한 것이 유일한 패배로 남아있다. 한국은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빅리그에서 뛰는 유럽파들이 많지만, 바레인은 공격수 압둘라 헤랄(FK 믈라다볼레슬라프) 한 명뿐이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실제로 이번 대회 많은 우승후보들이 첫 경기부터 힘든 일정을 보냈다. 앞서 호주는 FIFA 랭킹 102위의 인도를 맞아 2-0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역대급 전력으로 평가받는 '전통의 라이벌' 일본 역시 첫 경기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D조에 속한 일본은 첫 경기 베트남전에서 4-2로 이겼다. 미나미노 타쿠미(AS모나코), 엔도 와타루(리버풀) 등 유럽파들을 대거 내보내고도 전반 막판까지 1-2로 끌려갔다. 전반 추가시간에만 2골, 후반 40분 아야세 우에다(페예노르트)의 쐐기골로 어렵게 승점 3을 추가했다.
한국도 안심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 경기 전까지 한국의 아시안컵 1차전 승률은 35.7%(14전 5승8무1패)로 낮은 편이었다. 2점차 이상의 대승을 거둔 것도 1972년 대회가 마지막이었다. 직전 3대회 1차전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으나 경기 내용적으로는 어려움이 있었다. 2011년 대회에서도 바레인과 첫 경기를 치렀는데, 당시 한국은 2-1로 이겼다. 2015년 대회 1차전 오만전에서는 1-0으로 승리했다. 2019년 대회에서는 '약체' 필리핀을 맞아 졸전 끝에 1-0으로 이겼다. 모두 1점차 승부였다. 1980년부터 2007년까지 7대회 연속 승리를 얻지 못하기도 했다.
조별리그부터 꼬인다면 한국의 우승 도전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만약 조 1위로 통과하지 못할 경우 토너먼트에서 강팀들을 일찍 만날 수 있다. 1996년 대회에서도 한국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랍에미리트와 1-1로 비겼다. 당시 한국은 1승1무1패 조3위로 8강에 진출했으나 이란을 만나 2-6 대패를 당했다. 2000년 대회에서도 한국은 1차전 중국전에서 2-2로 비겼다. 이 여파로 한국은 1승1무1패 조 3위로 8강에 합류했다. 8강 이란전에서는 2-1로 이겨 복수에 성공했다. 하지만 4강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1-2로 패했다. 강팀을 연거푸 만난 것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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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팀 선발 명단.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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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시안컵 최종명단.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클린스만 감독도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조 1위를 차지해야 토너먼트 일정이 수월해지는 만큼 첫 경기부터 총력전을 택했다. 손흥민과 김민재, 이강인 등 핵심 멤버들이 총 출격했다. 포메이션은 4-4-2였다. '캡틴' 손흥민과 함께 조규성(미트윌란)이 투톱을 맡았다. 왼쪽 측면은 이재성(마인츠), 오른쪽 측면에는 이강인이 배치됐다.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박용우(알아인)이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포백 라인은 이기제(수원삼성), 김민재, 정승현(울산HD), 설영우(울산HD)였다.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알샤밥)가 꼈다.
이번 아시안컵 최종명단은 23명에서 26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아시안컵 매 경기 26명 중 23명만 등록할 수 있다. 나머지 3명은 테크니컬 시트에서 경기를 지켜본다. 이에 엉덩이 부상 중인 '황소' 황희찬(울버햄튼), 허벅지 부상을 당한 김진수(전북현대), 유망주 공격수 양현준(셀틱)은 출전명단에서 제외됐다.
바레인은 4-2-3-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압둘라 알하샤시가 원톱으로 나섰다. 양 측면은 카밀 알아스와드, 알리 마단이 출전했다. 중원은 모하메드 마룬, 모하메드 알하르단, 모세스 아테데가 조율했다. 포백은 하자 알리, 왈리드 알하얌, 아민 베나디, 모하메드 아델, 골키퍼는 에브라힘 루트팔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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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을 시도하는 손흥민(오른쪽). /사진=뉴시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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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 집중하는 김민재. /사진=뉴시스 제공 |
그러나 한국은 초반 상대의 거칠고 강한 수비에 고전했다. 오히려 바레인의 역습에 위기를 맞기도 했다. 전반 6분 바레인은 골키퍼의 롱볼에서 시작된 공격을 이어가 왼쪽 측면을 뚫어내려고 했다. 상대의 깜짝 공격에 공간을 내줬으나 한국의 측면 수비수 설영우가 악착같이 따라붙어 좋은 슬라이딩 태클에 성공했다. 주심은 설영우의 반칙을 선언했다. 하지만 바레인의 프리킥 공격은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골문 앞에서 헤더를 시도했지만, 골대 위로 넘어갔다.
한국도 반격에 나섰다. 전반 8분 황인범이 좋은 턴 동작을 선보여 반칙을 이끌어냈다. 한국의 분위기도 조금씩 올라오는 듯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옐로카드였다. 전반 10분 박용우가 상대 공격을 막아내려다가 경고를 받았다. 끝이 아니었다. 전반 13분 괴물 수비수 김민재도 상대 역습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수비를 보였다. 뒤에서 상대를 밀었다. 주심은 곧바로 옐로카드를 꺼냈다. 3분 만에 경고를 받은 한국 선수가 2명이나 나왔다.
연속되는 악재에도 한국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전반 초반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지만, 전반 19분 모처럼 활발한 공격 찬스를 만들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손흥민이 공을 잡은 뒤 오른쪽 측면에 있는 설영우에게 패스했다. 설영우도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이를 받아주는 선수가 없었다. 전반 21분에는 첫 슈팅이 나왔다. 황희찬을 대신해 왼쪽 측면을 맡은 이재성이 좋은 크로스를 올렸다. 미드필더 황인범이 몸을 날려 다이빙 헤더를 날렸다. 공은 골대 위로 넘어갔다.
또 한 차례 위기가 찾아왔다. 바레인의 알리 마단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정승현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길목을 차단했다. 육탄방어에 성공. 이후 한국은 계속해서 측면을 노렸다. 전반 26분 오른쪽 측면에서 이강인과 설영우가 좋은 패스 플레이를 선보였다. 전반 28분 또 한 번의 경고가 나왔다. 한국 측면 수비수 이기제가 상대 선수를 잡아끌면서 옐로카드를 받았다. 벌써 3번째 경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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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성. /사진=뉴시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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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드필더 이강인(왼쪽)이 상대 태클에 걸려 넘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
드디어 결정적인 찬스가 찾아왔다. 전반 30분 이재성이 빠른 돌파와 함께 문전을 향해 낮은 크로스를 건넸다. 공은 손흥민을 지나 계속 흘러가 조규성으로 향했다. 바레인 수비는 손흥민을 신경 쓰느라 조규성에게는 아무도 붙지 않았던 상황. 조규성이 달려들어 슛을 시도했지만, 골대 위로 넘어갔다. 패스가 다소 뒤로 흘러 슈팅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조규성은 땅을 치며 아쉬워했다. 이후 바레인은 상당히 거친 플레이를 펼쳤다. 황인범이 연거푸 상대의 슬라이딩 태클에 당해 아파했다.
전반 33분 또 한 번 찾아온 위기. 순간적으로 한국의 수비가 무너졌다. 알리 마단이 공을 잡아 한국의 페널티박스까지 치고 들어갔다. 다행히 슈팅이 빗나갔다. 곧바로 한국도 침투해 들어가던 손흥민에게 로빙 패스가 들어갔으나 약간 길었다. 골키퍼가 나와 공을 잡아냈다. 양 팀은 공격을 주고받았다. 전반 34분 바레인 모하메드 알하르단이 슈팅을 시도했다. 전반 36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시작된 이강인의 크로스를 향해 이재성이 수비진 뒤를 돌아 뛰어 들어갔다. 발까지 갖다 대려고 했으나 아쉽게 맞지 않았다. 전반 37분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이강인은 화려한 개인기 뒤 왼쪽에 있던 이재성에게 롱패스를 건넸다. 대지를 가르는 패스였다. 이재성은 페널티박스 안까지 몰고 갔다. 하지만 크로스가 상대 골키퍼에게 잡혔다.
답답한 흐름을 깬 것은 전반 39분이었다. 수차례 상대 골문을 두드린 끝에 선제골이라는 결과 만들었다. 주인공은 황인범이었다. 이재성의 패스가 상대 수비에 맞고 굴절됐으나 오히려 이것이 황인범의 단독 찬스로 연결됐다. 황인범은 침착하게 왼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황인범은 손흥민을 끌어안으며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다른 동료들도 주위에 모여 기쁨을 함께했다.
전반 42분 손흥민도 페널티박스 아크 근처에서 반칙을 얻어냈다. 이강인이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골대 윗그물에 걸렸다. 한국은 전반 끝날 때까지 공격을 이어갔다. 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왼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는데,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이강인과 이재성의 패스 플레이도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다. 바레인은 전반 막판 센터백 아민 베나디가 발목 부상을 당했다. 전반은 1-0, 한국의 리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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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의 선제골 장면. /사진=뉴시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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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의 골 세리머니. /사진=뉴시스 제공 |
후반 한국은 전반에 썼던 전술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 하지만 전반에 받은 경고 때문인지 한국은 다소 강한 수비를 펼치지 못했다. 이를 이용해 바레인은 동점골을 넣기 위해 후반 초반부터 강하게 밀고 나왔다. 후반 5분 김승규 골키퍼의 빠른 판단력이 돋보였다. 뛰쳐나와 상대 크로스를 펀칭했다. 이어 카밀 알아스와드의 슈팅도 김승규 골키퍼가 막아냈다. 슈팅이 수비에 맞아 굴절됐으나 빠르게 잃고 몸을 날려 걷어냈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6분 동점골을 허용했다. 상대 패스 플레이를 끊어내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바레인의 슈팅을 한 차례 수비진이 막아냈지만, 이어 압둘라 알하샤시가 다이렉트 슈팅를 시도했다. 슈퍼세이브를 보여준 김승규 골키퍼도 이번엔 막아내지 못했다. 스코어는 1-1이 됐다. 그러자 한국은 교체카드를 꺼내들었다. 경고가 한 장 있었던 이기제를 빼고 베테랑 수비수 김태환(전북현대)을 투입했다.
한국은 다시 리드를 잡기 위해 공격을 이어나갔다. 후반 8분 중앙에서 이강인이 페널티박스 안에 있는 조규성을 보고 크로스를 올렸다. 하지만 조규성의 발에 닿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급해지는 것은 한국이었다. 그런데 해결사가 나타났다. '황금재능' 이강인었다. 후반 11분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포를 꽂아 넣었다. 속이 뻥 뚫리는 엄청난 골이었다. 이강인은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며 포효했다. 클린스만 감독도 두 손을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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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왼쪽)이 쐐기골을 넣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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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단의 골 세리머니. /사진=뉴시스 제공 |
후반 17분 이강인은 상대 수비와 부딪혀 아파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작은 충돌을 털어내고 이강인의 미친 활약이 계속됐다. 후반 24분 멀티골을 터뜨린 것. 한국은 상대 진영에서 강한 압박을 통해 공격권을 되찾았다. 손흥민이 수비에 성공했고 이어 중앙에 있던 황인범에게 패스했다. 황인범은 뛰어들어가던 이강인을 놓치지 않았다. 정확한 패스를 연결했다. 이강인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고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 한국도 3-1로 달아났다.
여유가 생기자 한국은 선발 선수들을 불러들였다. 조규성과 김민재 대신 홍현석, 김영권이 투입됐다. 두 골차 리드에도 한국은 계속해서 상대 골문을 노렸다. 후반 32분 이재성의 감아차기 슈팅은 골대 옆으로 벗어났다. 손흥민에게도 기회가 있었다. 후반 42분 결정적인 찬스에서 슈팅을 시도했지만 옆그물에 걸렸다. 손흥민도 아쉬워했다. 더 이상의 추가골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 경기는 한국의 3-1 승리로 끝났다.
이원희 기자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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