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한해선 기자]
배우 정우성이 11년 만에 드라마를 하며, TV 고화질에 맞춘 외모를 위해 5개월 동안 술을 끊었다고 밝혔다.
정우성은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지니 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극본 김민정, 연출 김윤진, 이하 '사말') 종영 인터뷰를 갖고 스타뉴스와 만났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의 소리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 일본 TV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각본 키타카와 에리코, 제작 TBS 텔레비전)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그해 우리는' 김윤진 감독과 '구르미 그린 달빛' 김민정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정우성은 극 중 청각장애를 가진 화가 차진우 역을 맡았다. 진우는 그림만이 전부였던 세상에서 모은(신현빈 분)과 운명적으로 만난 후, 자신의 삶과 가치관이 변화됨을 느꼈다. 진우는 모은과 서로 이성적인 끌림을 느꼈음에도 자신 때문에 힘들어질지 모르는 모은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별을 딛고 운명의 만남을 받아들이기로 하며 재회엔딩을 그렸다.
-11년 만에 멜로 드라마를 선보인 소감은?
▶벌써 종영인가 싶다. 작년 10월 30일에 마지막 촬영이 끝났는데 영화 개봉도 하면서 정신없이 지났다. 단톡방에서 공유한 사진을 보니 '벌써 종영이네? 언제 시간이 그렇게 흘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는 사실 일부러 외면한 건 아니었다. 하다보니 영화 일정이 계속 잡혀서 물리적 시간의 여력이 안 돼서 기회를 볼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 장르가 갖고 있는 정서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 같다. 촬영하면서 새삼스럽게 느꼈는데, 영화는 갖춰진 세계관을 통제하고 촬영하면 드라마는 일상 속의 모습을 담는 것이었다. 일상 속 인물을 연기하는 게 배우로서는 막연한 부러움이 있다. 촬영하면서 그런 걸 새삼스럽게 맛보면서 좋았다.
-'사말'의 원작 드라마 판권을 사면서 제작에 참여했다. 원작 판권을 산 과정은?
▶2011년에 판권을 샀다. 원작 드라마를 우연히 봤는데, 많은 영화에서 내레이션을 사용하지만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내레이션이 2화 엔딩에서 나오는데 가슴을 후려치더라. 그 느낌 때문에 하기로 마음 먹었다.
-진우 캐릭터의 표현이 어렵지는 않았나.
▶수어가 가장 어려웠다. 그것도 하나의 언어였는데, 내가 영어를 배운다고 해서 네이티브가 안 되지 않냐. 수어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전달하기 위해서 얼굴 표정들도 많이 쓰시던데, 얼굴 감정 표현을 얼마만큼 해야할지도 고민했다. 얼굴로 과하게 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수어 대사를 외울 때는 일반 대사를 외울 때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나.
▶많이 차이가 난다. 어순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진우보다 기현(허준석 분)이나 서경(김지현 분) 같은 캐릭터가 음성을 내면서 수어를 같이 하니 연기할 때 훨씬 힘들었을 거다. 두 배우는 현장에서도 정신이 없었다. 수어를 배운 과정은, 영상으로 수어 대사를 따로 받아서 봤고 초반엔 대면 수업을 하기도 했다. 사실 표정이란 게 되게 웃긴 게, 바라보는 사람으로 내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차진우 표정 연기를 할 때는 진우의 내면 연기를 무채색으로 보이도록 하려고 했다. 바라보는 사람 각자의 감정으로 읽힐 수 있도록.
-멜로를 하기에 나이 제한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나.
▶사랑은 누구나 하지 않냐.(웃음) 원작은 30대 남성의 사랑 얘기인데 나이대를 제가 하니 올리게 됐다. 40대가 사랑하는 데에 대한 대처,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 작업 때도 그걸 강조했다. 40대 차진우가 할 수 있는 사랑과 아픔에 대처하는 법을 보여주는데, 시청자들 그 누구도 정우성이기 때문에 30대로 봐주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에선 제가 남성들과 부딪히고 스트레스가 있는 역할이었고 그게 얼굴에 표현되는 게 좋았는데, 요즘 TV 화질이 좋아져서 '얼굴에 피로감이 묻어있는데 뭐지?' 라고 생각했다.(웃음) 회식으로 술도 해왔지만, (드라마를 위해) 5개월 술을 끊기도 했다.
-40대의 사랑은 어떻게 바라봤나.
▶젊을 때의 사랑은 '내 사랑을 왜 몰라줘?'라고 한다면, 나이가 먹으면서 이성적인 생각도 개입시키는 것 같다. 나를 둘러싼, 상대에 대한 관점이 어느 정도 이성적이 되는지 생각하게 되고 자기 감정에만 충실하지 않으려 한다.
-신현빈과는 어떻게 소통하며 연기했나.
▶현빈 배우도 아마 이렇게 많은 회의를 하며 연기한 적은 없었을 거다. 대본 나온 걸 감독과 함께 읽는데 6~8시간 정도 걸렸다. 모은이 소리를 다 채우지 않냐. 연기를 할 때 음성언어로 실리는 감정의 온도와 강도가 용이하지 않냐. 현빈 배우는 리액션으로 그걸 받아쳐야 해서 모험이고 도전이었다. 모은도 30대 중반으로 설정이 됐는데, 이 사람이 이렇게 사랑에 솔직해질 수 있는 저변은 무엇일까 고민했을 거다. 정말 최고의 정모은이었던 것 같다. 신현빈 배우는 다른 사람인 것 같다. 감성지수와 이성지수가 모든 사람에게 있는데, 신현빈 배우는 미묘하게 이성지수가 감정지수보다 높은 것 같았다. 산발적으로 저와 감독이 아이디어를 내면 신현빈 배우가 정리를 했다. 굉장히 재미있는 작업이었던 것 같고 착실한 동료였다. 영화에선 계속 동성배우와 치닥거림을 했는데, 남성배우들과는 산만한 느낌이었다.(웃음) 이번엔 산만한 느낌이 없는 뭔가의 안정적임이 있었다.
-'멜로'가 요즘 주류 장르는 아님에도 대중에게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자극적인 소재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순수한 멜로가 필요하다는 사명감은 아니다. 예전부터 그런 건 있었다. 신데렐라 콤플렉스만 이용한 소재가 많지 않았냐. 천편일률적인 얘기가 많아서 '사랑은 팀장님의 전유물인가' 싶어서 '빠담빠담'도 선택했던 거다. 일상의 소중한 관계를 느끼게 하는 작품은 많지 않냐. 얼마 전에 신호등 앞에 섰는데 중년 커플이 손을 꽉 잡고 있는 모습을 보고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삶을 지탱한다고 느껴서 욱했다. 그런 여러 모습이 삶에 존재하는 것 같다. '사말'을 선택했을 때는 인터넷이 발전했을 때 소리 없는 무책임한 소통과 말들이 많아졌던 때다. 사회에서도 배우를 수식하는 단어가 '최고'를 뛰어넘는 걸 지향하더라. 그 가치는 어디서 나오지 싶었고 소리가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고요함 속에서 뭔가 느끼는 게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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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
정우성은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지니 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극본 김민정, 연출 김윤진, 이하 '사말') 종영 인터뷰를 갖고 스타뉴스와 만났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의 소리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 일본 TV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각본 키타카와 에리코, 제작 TBS 텔레비전)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그해 우리는' 김윤진 감독과 '구르미 그린 달빛' 김민정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정우성은 극 중 청각장애를 가진 화가 차진우 역을 맡았다. 진우는 그림만이 전부였던 세상에서 모은(신현빈 분)과 운명적으로 만난 후, 자신의 삶과 가치관이 변화됨을 느꼈다. 진우는 모은과 서로 이성적인 끌림을 느꼈음에도 자신 때문에 힘들어질지 모르는 모은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별을 딛고 운명의 만남을 받아들이기로 하며 재회엔딩을 그렸다.
/사진=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
-11년 만에 멜로 드라마를 선보인 소감은?
▶벌써 종영인가 싶다. 작년 10월 30일에 마지막 촬영이 끝났는데 영화 개봉도 하면서 정신없이 지났다. 단톡방에서 공유한 사진을 보니 '벌써 종영이네? 언제 시간이 그렇게 흘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는 사실 일부러 외면한 건 아니었다. 하다보니 영화 일정이 계속 잡혀서 물리적 시간의 여력이 안 돼서 기회를 볼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 장르가 갖고 있는 정서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 같다. 촬영하면서 새삼스럽게 느꼈는데, 영화는 갖춰진 세계관을 통제하고 촬영하면 드라마는 일상 속의 모습을 담는 것이었다. 일상 속 인물을 연기하는 게 배우로서는 막연한 부러움이 있다. 촬영하면서 그런 걸 새삼스럽게 맛보면서 좋았다.
-'사말'의 원작 드라마 판권을 사면서 제작에 참여했다. 원작 판권을 산 과정은?
▶2011년에 판권을 샀다. 원작 드라마를 우연히 봤는데, 많은 영화에서 내레이션을 사용하지만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내레이션이 2화 엔딩에서 나오는데 가슴을 후려치더라. 그 느낌 때문에 하기로 마음 먹었다.
-진우 캐릭터의 표현이 어렵지는 않았나.
▶수어가 가장 어려웠다. 그것도 하나의 언어였는데, 내가 영어를 배운다고 해서 네이티브가 안 되지 않냐. 수어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전달하기 위해서 얼굴 표정들도 많이 쓰시던데, 얼굴 감정 표현을 얼마만큼 해야할지도 고민했다. 얼굴로 과하게 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수어 대사를 외울 때는 일반 대사를 외울 때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나.
▶많이 차이가 난다. 어순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진우보다 기현(허준석 분)이나 서경(김지현 분) 같은 캐릭터가 음성을 내면서 수어를 같이 하니 연기할 때 훨씬 힘들었을 거다. 두 배우는 현장에서도 정신이 없었다. 수어를 배운 과정은, 영상으로 수어 대사를 따로 받아서 봤고 초반엔 대면 수업을 하기도 했다. 사실 표정이란 게 되게 웃긴 게, 바라보는 사람으로 내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차진우 표정 연기를 할 때는 진우의 내면 연기를 무채색으로 보이도록 하려고 했다. 바라보는 사람 각자의 감정으로 읽힐 수 있도록.
/사진=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
-멜로를 하기에 나이 제한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나.
▶사랑은 누구나 하지 않냐.(웃음) 원작은 30대 남성의 사랑 얘기인데 나이대를 제가 하니 올리게 됐다. 40대가 사랑하는 데에 대한 대처,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 작업 때도 그걸 강조했다. 40대 차진우가 할 수 있는 사랑과 아픔에 대처하는 법을 보여주는데, 시청자들 그 누구도 정우성이기 때문에 30대로 봐주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에선 제가 남성들과 부딪히고 스트레스가 있는 역할이었고 그게 얼굴에 표현되는 게 좋았는데, 요즘 TV 화질이 좋아져서 '얼굴에 피로감이 묻어있는데 뭐지?' 라고 생각했다.(웃음) 회식으로 술도 해왔지만, (드라마를 위해) 5개월 술을 끊기도 했다.
-40대의 사랑은 어떻게 바라봤나.
▶젊을 때의 사랑은 '내 사랑을 왜 몰라줘?'라고 한다면, 나이가 먹으면서 이성적인 생각도 개입시키는 것 같다. 나를 둘러싼, 상대에 대한 관점이 어느 정도 이성적이 되는지 생각하게 되고 자기 감정에만 충실하지 않으려 한다.
-신현빈과는 어떻게 소통하며 연기했나.
▶현빈 배우도 아마 이렇게 많은 회의를 하며 연기한 적은 없었을 거다. 대본 나온 걸 감독과 함께 읽는데 6~8시간 정도 걸렸다. 모은이 소리를 다 채우지 않냐. 연기를 할 때 음성언어로 실리는 감정의 온도와 강도가 용이하지 않냐. 현빈 배우는 리액션으로 그걸 받아쳐야 해서 모험이고 도전이었다. 모은도 30대 중반으로 설정이 됐는데, 이 사람이 이렇게 사랑에 솔직해질 수 있는 저변은 무엇일까 고민했을 거다. 정말 최고의 정모은이었던 것 같다. 신현빈 배우는 다른 사람인 것 같다. 감성지수와 이성지수가 모든 사람에게 있는데, 신현빈 배우는 미묘하게 이성지수가 감정지수보다 높은 것 같았다. 산발적으로 저와 감독이 아이디어를 내면 신현빈 배우가 정리를 했다. 굉장히 재미있는 작업이었던 것 같고 착실한 동료였다. 영화에선 계속 동성배우와 치닥거림을 했는데, 남성배우들과는 산만한 느낌이었다.(웃음) 이번엔 산만한 느낌이 없는 뭔가의 안정적임이 있었다.
-'멜로'가 요즘 주류 장르는 아님에도 대중에게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자극적인 소재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순수한 멜로가 필요하다는 사명감은 아니다. 예전부터 그런 건 있었다. 신데렐라 콤플렉스만 이용한 소재가 많지 않았냐. 천편일률적인 얘기가 많아서 '사랑은 팀장님의 전유물인가' 싶어서 '빠담빠담'도 선택했던 거다. 일상의 소중한 관계를 느끼게 하는 작품은 많지 않냐. 얼마 전에 신호등 앞에 섰는데 중년 커플이 손을 꽉 잡고 있는 모습을 보고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삶을 지탱한다고 느껴서 욱했다. 그런 여러 모습이 삶에 존재하는 것 같다. '사말'을 선택했을 때는 인터넷이 발전했을 때 소리 없는 무책임한 소통과 말들이 많아졌던 때다. 사회에서도 배우를 수식하는 단어가 '최고'를 뛰어넘는 걸 지향하더라. 그 가치는 어디서 나오지 싶었고 소리가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고요함 속에서 뭔가 느끼는 게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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