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하수정 기자] 아무리 상업 영화라도 한 작품을 평가할 때 흥행 성적이 모든 걸 판가름 할 순 없다. 개봉 당시에는 흥행이 저조하고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시간이 흘러 재평가돼 명작과 수작 반열에 오른 작품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2003)와 정재영 주연의 '김씨 표류기' 등을 꼽을 수 있다. 과연 '외계+인'도 여기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외계+인' 1부는 지난 2022년 7월,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타짜' '도둑들' '암살' 등의 충무로 흥행보증수표 최동훈 감독과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이하늬가 출연하는 영화라니, '한국판 어벤져스'라고 소문이 떠들썩했다.
그러나 개봉 직후 극명한 호불호가 갈렸고, 누적관객수는 154만 명에 그쳤다. 첫 주 스코어가 아닌 총 관객수였고, 제작비 300억 원 이상 투자한 상황에서 다소 충격적인 숫자였다.
1부와 2부를 동시에 찍고 순차적으로 개봉하는 모험을 선택한 '외계+인'은 '신과 함께' 시리즈와 비슷한 전략을 취했으나,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했다. 바로 인기 웹툰의 유무다. '신과 함께'는 동명의 웹툰이 이미 인터넷상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았고, 제작 단계부터 네티즌들 사이에서 가상 캐스팅이 진행될만큼 팬덤이 확보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최동훈 감독과 '외계+인' 팀은 웹툰의 인기에 기대지 않고, 오직 창작 스토리로 700억 프로젝트를 2부까지 뚝심있게 밀고 나갔다. 한국 영화계에 전무후무한 일로 새로운 사례를 남겼으며, 충분히 박수 받을만한 일이다.
2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후속을 완성한 최동훈 감독은 52개의 편집본을 거쳐 '외계+인' 2부를 세상에 내놨다. 1부부터 따지면 전체 제작 기간은 6년이 걸렸다.
그는 개봉 전 언론시사회에서 1부가 흥행에 실패한 이유를 묻자 "1부 끝나고 되게 힘들었다. 사람들한테 왜 이렇게 됐을까 많이 물어봤는데, '네 탓이지 뭐', '너무 파격적이었나?' 그러더라. 계속 고민하고 고민했는데 해답을 찾기는 더 힘들었다"며 "'2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말곤 생각이 없어서 여러 편집본을 만들고 작업했다. 등장 인물들이 엮이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감성적인 내용이 많아서 감성을 바탕으로 하는 액션 드라마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동훈 감독은 배우들에게 부탁해서 없는 대사도 만들고, 바쁜 이하늬를 불러 재촬영까지 했다며, "1부에서 누군가 만나고 헤어지고 그런 감정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고 느꼈는데 미약했나보다, 2부에서는 잘 드러나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1부를 재편집해서 다시 만들고 싶다'는 최동훈은 "사실 꿈에서 계속 아른거렸다. '내가 뭘 잘못했나' 제작자와도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그걸 신경 쓰지 말고 2부나 열심히 하자고 했다"며 "2부 편집하면서 관객들에게 초대장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부만으로도 재밌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며 만감이 교차한 듯 끝내 눈물을 보였다.
2부 개봉을 앞두고 넷플릭스와 티빙 등 OTT 플랫폼에서 1부 다시보기 역주행 돌풍이 불기도 했다. 실제로 '외계+인'은 1부를 안 보고 2부 그 자체로만 즐겨도 손색 없지만, 1부를 봤다면 풍성해진 캐릭터의 서사와 줄거리 덕분에 영화를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최동훈 감독은 1부에서 펼쳐놓은 수많은 서사와 떡밥들을 2부에서 부지런히 수거해 관객들의 만족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외계+인'은 일주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이번 주 100만 돌파가 기대되고 있다. 시대를 앞서 간 설정과 1부보다 진화한 2부, 드디어 하나의 완전체로 공개된 가운데, 이 시리즈가 훗날 관객들에게 재평가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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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영화 포스터 및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