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나오자 야유 쏟아낸 '비매너' 사우디 팬들... 조규성 동점골에 일제히 침묵 [카타르 현장]
입력 : 2024.01.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카타르)=이원희 기자]
조규성(오른쪽)의 골 세리머니. /사진=뉴시스 제공
조규성(오른쪽)의 골 세리머니. /사진=뉴시스 제공
조규성. /사진=뉴시스 제공
조규성. /사진=뉴시스 제공
경기 내내 끊이지 않았던 사우디아라비아 3만여명 관중의 엄청난 응원. 하지만 한국의 8강 진출을 이끈 히어로 조규성(미트윌란)의 '99분' 동점골이 터지자 일제히 침묵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31일 새벽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동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와 2023 카타르 아시안컵 16강 맞대결에서 연장까지 가는 120분 승부에서 1-1을 기록했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기고 8강에 진출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계했던 것처럼 사우디 3만여명 팬들의 위압감을 엄청났다. 카타르가 사우디에 인접하다는 특징 때문에 이번 대회 조별리그부터 사우디 팬들의 응원은 엄청났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킥오프 3~4시간 전부터 에듀케이션 스타디움 주변은 사우디 팬들이 장악한 상태였다. 사우디를 상징하는 초록색 옷에 한 손에는 사우디 국기를 들고 응원가를 부르며 입장했다.

하지만 매너가 좋지 못했다. 한 사우디 팬은 기자를 향해 목에 엄지손가락을 대며 '한국은 끝났다'라는 의미의 제스처를 취했다. 그런 사우디 팬이 여럿 있었다. 사우디 꼬마 팬들조차 반대쪽 손바닥에 원을 그리며 '요리하겠다'고 도발했다. 예상대로 경기장 안은 사우디 팬들로 가득 찼다. 군데군데 태극기를 들고 빨간색 옷을 입은 한국 축구팬들이 보이기는 했지만, 온통 초록색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러나 비매너가 여전했다. 애국가가 울리자 야유를 쏟아냈다.

사우디 팬들은 한국 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도 야유를 퍼부었다. 반면 사우디 선수들을 향해서는 환호를 보냈다. 후반 1분 사우디가 압둘라 하디 라디프(알샤밥)의 선제골이 터지자 응원 데시벨이 더욱 커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우디 팬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후반 막판이 되자, 경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승리를 확신하는 듯했다.

하지만 후반 종료 1분을 남기고 사우디 응원이 뚝 끊겼다. 후반 99분 조규성이 설영우(울산HD)의 헤더 패스를 받아 머리로 천금 같은 동점골을 뽑아냈다. 승리를 자신하던 사우디 관중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거침없이 쏟아낸 함성소리도 사라졌다.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이 도서관처럼 조용해졌다.

사우디 응원. /사진=뉴시스 제공
사우디 응원. /사진=뉴시스 제공
조규성 골징면. /AFPBBNews=뉴스1
조규성 골징면. /AFPBBNews=뉴스1
연장에서도 사우디의 응원은 이어졌지만, 막판 동점골에 실망이 컸던 것인지 이전 같은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승부차기에서 사우디 관중들은 한국 선수들의 킥을 방해하기 위해 또 한 번 거센 야유를 퍼부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이미 한국으로 넘어간 뒤였다. 한국은 '캡틴' 손흥민(토트넘)을 시작으로 김영권(울산HD), 조규성, 황희찬(울버햄튼) 등 모든 키커가 골을 성공시켰다. 여기에 '빛현우' 조현우(울산HD)가 두 개의 승부차기를 막아내 새로운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 이전에는 조규성의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 후 조규성은 "후반에 들어가 찬스가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사우디 골키퍼가 막아내 깜짝 놀랐다. '골키퍼 몸이 너무 좋아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드리다 보니 들어갔다"며 "한국 팬들의 목소리가 잘 들렸다"고 3만여명 사우디 팬들에 맞서 응원을 보내준 한국 팬들에게 고마워했다.

조규성의 골에 기뻐하는 한국 선수단. /사진=뉴시스 제공
조규성의 골에 기뻐하는 한국 선수단. /사진=뉴시스 제공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카타르)=이원희 기자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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