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100억인데, 100억 동희야”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타격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강정호가 최근 한동희를 지도하고 지켜보면서 한 말이다. 이대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이대호 [RE:DAEHO]’에서는 1월 중순, 이른바 ‘강정호 스쿨’로 개인 지도를 받기 위해 떠난 한동희와 정훈의 모습을 담았다.
강정호는 한동희의 타격 메커니즘을 진단했고 타구를 강하고 멀리 보낼 수 있는 메커니즘으로 손보기 시작했다. 타격시 손의 위치와 하체 중심 이동, 상하체 분리, 발사각 교정 등, 강정호가 터득한 타격 이론들을 한동희의 현재 폼에 맞춰서 설명했다. 175cm, 81kg의 왜소한 체구에도 강한 타구를 멀리 보내는 MVP 출신 무키 베츠(LA 다저스)의 타격폼을 예로 들면서 한동희를 이해시키기 시작했다.
한동희는 스펀지처럼 이를 빨아들이면서 일주일 만에 달라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달라지는 한동희의 습득력과 파워에 강정호는 극찬했다. FA로 잭팟을 터뜨릴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그동안의 부진과 방황에 아쉬움이 담긴 듯한 뉘앙스로 “100억인데, 100억 동희야”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한동희가 갖고 있는 자질과 잠재력은 한눈에 봐도 남다르다고 판단했다. 강정호는 “김태형 감독님이 좋아하시겠다”라면서 달라진 한동희를 향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강정호의 지도 방향과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김주찬 타격코치가 지적한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설명의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손의 위치를 내려서 공에 도달하기 위한 최단거리를 만들어야 하는 방향으로 교정을 했다. 실제로 한동희는 마무리캠프 기간 동안 최상의 타격을 할 수 있는 손의 위치를 찾기 위해 수정을 거듭했다. 분명한 것은 기존의 타격폼도 손의 위치가 훨씬 내려왔다. 강정호와의 합동 훈련은 마무리캠프의 연장선이자 심화과정이기도 했다.
결과는 정규시즌과 실전에 돌입해야 알 수 있다. 기대했던 것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지만 현재까지 과정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올해 한동희가 자신의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은 단 두 달밖에 되지 않는다. 한동희는 최근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지원했다. 서류 심사와 실기를 통과하면 시즌 중인 6월에 입대해야 한다. 현재까지 한동희의 경력이면 상무 입대는 확실시 된다.
지난 2019~2020녀 사이에 군 입대를 추진했지만 1군에서 다시 도전했고 실제로 그 성과가 나왔다. 2020년부터 꾸준히 우상향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과 금메달로 병역 특례를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한동희는 부진했고 또 자신감을 잃으면서 대표팀 승선이 불발됐다. 결국 구단과 상의한 끝에 한동희의 시즌 중 입대가 결정됐다.
달라지고 발전하기 위해 큰 마음을 먹고 태평양을 건넜고 유의미한 변화가 생겼다. 성과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시즌을 조기에 마감하는 것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고 현장에도 악재다. 현장의 수장인 김태형 감독도 “군대 문제에 대해 준비를 제대로 잘 못 한 것 같다. 선수는 영장이 나오면 갈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상무에 지원하는 게 본인에게 가장 좋지 않나”라면서 그동안 갈팡질팡했던 한동희의 군 입대 플랜에 진한 아쉬움을 표출했다.
그래도 두 달의 시즌도 기록에 남는다. 겨우내 강정호 스쿨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배운 내용들을 실전에서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 두 달을 헛되이 보낼 수 없다. 전역 이후의 시간들도 생각해야 한다. 추후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지만 한동희의 시즌 중 군 입대는 모두가 원하는 그림은 아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