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이제는 자리를 잡아가고 익숙해지던 필승조 보직을 뒤로하고 다시 선발 투수로 도전한다. NC 다이노스 김영규(24)의 새로운 도전은 왜 중요할 수밖에 없을까.
지난해 김영규는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63경기 61⅔이닝 2승4패 24홀드 평균자책점 3.06의 성적을 거두며 필승조로 굳건히 활약했다. 여기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발탁돼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대회까지 활약하면서 국가대표 좌완 투수 라인의 한 축으로 발돋음했다.
NC의 영건 자원 중 핵심이 됐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까지 받았다. 김영규의 커리어는 이제 더욱 만개할 일만 남았다. 지난해 활약을 바탕으로 연봉은 수직 상승했다. 지난해 1억4000만원을 받았던 김영규는 올해 8500만원(인상률 61%)이 상승한 2억2500만원의 연봉을 받게 됐다. 구단 내 FA 계약 선수들과 다년계약 선수들을 제외한 비FA 선수 중 최고액 선수가 됐다.
그러나 필승조로서 최고의 시즌을 보내자마자 김영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김영규는 올해 선발 투수에 도전한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강인권 감독은 토종 선발에 대한 고민을 했고 김영규의 선발 전환 계획을 세웠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됐기에 이제는 단순히 구상에 그치지 않고 실행으로 옮겨가는 단계다. 김영규에게 선발이 완전히 낯선 보직은 아니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8라운드로 입단한 김영규의 첫 보직은 선발이었다. 2019년 3월27일 창원 KT전에서 데뷔 첫 등판을 했는데 선발 투수로 나섰다. 이날 6이닝 5피안타 3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데뷔전 선발승 기록을 세웠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영규는 2019년 9월27일 잠실 LG전에서 9이닝 7피안타 8탈삼진 무4사구 무실점의 완봉승 역투를 펼치면서 구단 최초 무4사구 완봉승이자 구단 최연소 완투 완봉승 투수로 프랜차이즈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2000년 2월10일생이었던 김영규는 당시 만 19세의 나이로 2000년대생 최초 완봉승 투수라는 진기록까지 남겼다.
지난 2021년 6월9일 잠실 LG전이 마지막 선발 등판이었던 김영규는 통산 222경기 가운데 31경기를 선발로 나섰다. 선발 투수로 남긴 성적은 31경기 10승7패 평균자책점 5.39였다.
김영규가 3년 만에 선발로 돌아서게 된 이유는 결국 국내 선발진이 불안했기 때문. 좌완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했던 구창모는 지난해에도 부상에 시달리면서 상무에 입대했다. 지난해 구창모 뿐만이 아니라 다른 토종 투수들이 부상과 부진이 연거푸 겹치면서 토종 선발진을 제대로 꾸리지 힘들었다. 시즌 막판 신민혁이 나름대로 역할을 해주기는 했다. 그러나 토종 선발진이 안정을 찾지 못하면서 NC는 더 높은 순위로 올라서지 못했다.강인권 감독은 “불펜을 하다 보면 부상 위험도 더 커진다. 선발 투수를 하면서 투구수와 이닝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 토종 선발이 필요한 상황이다”라면서 김영규를 선발로 전환하는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지난해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피로도가 높아졌고 부상 위험에 많이 노출됐다. 장기적인 관점을 고려하고 당장의 상황까지도 생각하면 김영규는 선발로 돌아서는 게 맞다는 판단을 내렸다.
아울러 당장 마땅한 토종 선발 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김영규까지 경쟁을 시켜 질과 양적인 면에서 선발진을 두텁게 하려는 복안이다. 김영규를 비롯해 신민혁 이재학 최성영 이용준 송명기 등 기존 자원에 2차 드래프트로 합류한 김재열, 그리고 2년차 시즌을 맞이하는 파이어볼러 유망주 신영우까지. NC 선발진은 최대한 많은 선발 가용 자원을 확보해 지난해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만큼 강인권 감독에게 지난해 토종 선발진은 스트레스였다.
김영규 입장에서도 선발 전환으로 더 높은 가치를 책정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구단도 토종 에이스로 자리매김 해줄 수 있는 투수가 필요하다. 구창모를 제외하면 내세울만한 선발 투수가 없었는데 구창모마저 다시 부상의 길에 접어들었고 상무에 입대했다. 더 이상 구창모만 바라볼 수는 없다. 김영규는 이제 선발 투수의 경험을 살려 토종 에이스의 자리를 다시 노릴 수 있는 위치가 됐다. 김영규의 선발 전환에 NC의 올해 운명이 좌우될 수도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