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이정 기자] 국내외를 통틀어 배우가 장르가 된 케이스는 많지 않다. 그 만큼 확고한 캐릭터를 가져야 하고 또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대표적인 인물은 마동석. 마동석이란 이름 세 글자가 주는 힘을 우리는 여러번 목격했다. 영화 '이웃사람'에서부터 '부산행', '범죄도시' 시리즈를 거쳐 마블 진출작 '이터널스'까지. '아는 맛이 더 무섭다'는 말처럼 마동석의 핵주먹은 익히 봤어도 또 보고 싶고 언제봐도 통쾌하다. 소름 돋는 살인자도 괴물 좀비도 제압하는 마동석의 작품은 종합선물세트같다. 마동석이라는 큰 틀에서 꾸준히 장르의 변주를 꾀하며 골라보는 재미를 제공하는 동시에 보장된 행복감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공개된 넷플릭스(Netflix) 영화 '황야'는 마동석의 신작으로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물이다. 공개 3일만에 글로벌 TOP 10 영화 비영어 부문 1위, 전체 부문 2위, 82개국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황야’는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대만 등을 포함한 총 82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K무비와 마동석의 저력을 확인케 했다.
'황야'는 서사는 강한 줄기 하나로 밀고 나간다. 살아남는 게 목적인 세상 속 위험에 빠진 소녀를 찾아오는 마동석. 영화 '테이큰', '아저씨' 등을 통해 이미 익숙한 서사지만 차별화되는 지점은 마동석이다. 마동석이 분한 캐릭터 남산은 폐허의 세상, 극한의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예상하지 못한 웃음을 '툭' 안겨준다.
구원자 남산의 액션은 현란한 기술보다 깔끔하고 지속적인 '한 방'들의 연속이다. 대척점에 있는 권상사 역을 맡은 박지훈과의 대결 액션신이 가장 인상적인데 자꾸 살아나는 빌런의 마지막 처단까지, 마동석표 액션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황야'는 확실한 목표 지향점을 갖고 밀고 나가는 영화인 만큼 서사 역시 간결함을 택했다. 이는 마동석의 영화적 소신이기도 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서사를 (많이) 담으려다 보면 액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단호히 말하며 "예를 들어 '범죄도시' 같은 영화는 많은 걸 설명 안 해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리얼리티가 들어가 있어서 설명이 필요 없지만, 새로운 세계관이 있는 영화는 설명이 많이 필요하다. 그럼 서사와 액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오는데, 저희는 조금 불친절하더라도 오락성을 강조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시간 45분짜리 영화에서는 액션과 서사를 같이 넣으려는 건, 돈가스 전문점에 가서 라면도 같이 찾는 것과 같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서사가 있고, 휴먼 드라마가 섞인 액션을 좋아한다며 '록키'를 예로 들기도 했다. 이는 마동석이 앞으로 또 펼쳐나갈 그림이다. 그는 "물론 저도 그런 영화를 할 날도 올 거다. 하지만 '황야'에서는 그냥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액션 영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마동석 뿐 아니라 극의 모든 캐릭터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것도 강점이다. 남산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파트너 최지완(이준영 분)부터 로코(?) 한 스푼을 얹은 신스틸러 복부인 정영주까지. 신파도 구구절절한 전사도 없다. 모든 것이 마동석의 깔끔하고 통쾌한 핵주먹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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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