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캔버라(호주), 이후광 기자] KIA 타이거즈의 오프시즌 미국 드라이브라인 선수단 파견이 빛을 보는 것일까.
미국 시애틀 단기 유학을 다녀온 투수들이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하나 같이 달라진 구위를 뽐내고 있다. 2년차 시즌을 앞둔 윤영철의 공을 받은 포수 김태군은 “와 돈값 하네”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KIA는 오프시즌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 센터에 정해영, 이의리, 윤영철, 황동하, 곽도규 등 총 5명의 투수와 정재훈, 이동걸 투수코치를 파견했다. 맞춤형 트레이닝을 통한 구속 증가, 구위 향상 등 선수들의 기량 발전과 코치들의 바이오 메카닉 등의 코칭 프로그램 습득에 중점을 두고 이례적인 유학 지원을 결정했다.
7명은 12월 18일 미국으로 출국해 33박 34일 일정으로 현지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KIA에 따르면 바이오 메카닉 모션 캡처, 체력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선수 별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는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이 설계됐고, 이후 해당 프로그램대로 일정이 진행됐다. 정재훈, 이동걸 투수코치와 전력기획팀 데이터 분석원은 해당 자료를 스프링캠프에 다각도로 접목시키고 있다.
시애틀에 다녀온 투수들은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유학의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지난 6일 윤영철의 캠프 두 번째 불펜피칭을 받은 포수 김태군은 “와 돈값 하네”라며 달라진 구위에 감탄했고, 7일 정해영의 불펜피칭을 지켜본 코치진은 “(정)해영아 뭐가 달라진 거야?”라며 놀라워했다. 윤영철, 정해영 모두 눈빛에서 비장함이 느껴졌다. 자신감도 넘쳐 보였다.
지난해 1라운드로 입단해 8승을 거둔 윤영철은 불펜피칭을 마친 뒤 “캠프 초반 팔이 안 나왔는데 갈수록 팔이 잘 나오고 있다. 호주의 더운 날씨 덕분에 공 던지기가 수월하다”라며 “미국 가서 한 달 동안 이것저것 많이 배웠는데 새로 알게 된 지식도 있었고, 알고 있던 부분을 더 세세하게 알게 된 부분도 있었다. 잘 다녀온 것 같다”라고 흡족해했다.
마무리 정해영도 시애틀 연수 효과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정해영은 “시애틀 센터가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눈으로 가서 직접 경험한 것만으로도 도움이 됐다”라며 “내 장단점을 확실히 파악한 뒤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대한 보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그걸 스프링캠프 때 계속 하고 있는데 피칭 때 조금 잘 나오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다”라고 역시 미소를 지었다.
KIA 좌완의 미래로 꼽히고 있는 곽도규도 “다양한 경험을 했다. 감에만 의존했던 부분을 분석해서 확실히 알게 됐다”라며 “첫 불펜피칭 때는 힘이 들어갔는데 예전에 그런 부분을 조언이나 감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알게 돼서 두 번째 피칭에서 개선이 됐다. 또 두 번째 피칭을 통해 다음번에 잘해야 할 부분도 알았다. 코치님과 상의를 할 때도 알고 상의를 한다”라고 성과를 전했다.
KIA 투수파트를 총괄하는 정재훈 투수코치는 드라이브라인 파견의 가장 큰 효과로 ‘방향성 정립’을 꼽았다.
정 코치는 “당장 경기에 나갔을 때 뭐가 좋아지거나 구위가 확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라면서도 “커리어의 방향성은 잡혔을 것으로 본다. 어떤 식으로 훈련해야하는지, 또 나한테 필요한 훈련이 무엇인지 알고 하게 됐을 것이다. 정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선수들도 좋아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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