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에 집착''…'파묘' 김고은, 아주 난사람이네 (종합)[인터뷰]
입력 : 2024.02.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김보라 기자] 김고은(33)은 30대 초반의 연기자로서 경험치에 비해 갖기 힘든 연기력과 센스를 갖춘 배우다. 한마디로 노력하는 능력과 그걸 보여주는 실력까지 두루 갖춘 ‘난사람’인 것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 30대 여배우들 중 가장 뛰어난 인물이라고 표현해도 어색함은 없다.

데뷔작부터 그녀의 필모그래피와 작품을 들춰보면 이 같은 사실을 느낄 수 있을 터. 데뷔 초기부터 배우로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동기와 선후배들에게도 아낌없는 칭찬을 들어왔다. 그런 그녀가 새 영화 ‘파묘’를 통해 자신의 스펙트럼을 한 뼘 넓혔다.

‘파묘’(감독 장재현,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쇼박스·㈜파인타운 프로덕션, 공동제작 ㈜엠씨엠씨)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검은 사제들’(2015), ‘사바하’(2019)에 이은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오컬트물이다.

지난 22일 개봉한 ‘파묘’는 관객 입소문에 힘입어 4일 만에 200만 명을 동원했으며, 어제(26일)까지 누적 관객수 262만 7748명을 모아 3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김고은은 ‘파묘’에서 해외 교민들에게도 용하기로 소문난 무당 화림 역을 맡아 풍수사 상덕 역의 최민식, 장의사 영근 역의 유해진, 무당 봉길 역의 이도현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김고은은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파묘’에 출연한 계기에 대해 “저는 장재현 감독님의 전작들을 좋아했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 모두 극장에 가서 봤었고 평소 오컬트물을 즐겨 본다”고 밝혔다.

이어 김고은은 “감독님의 단편 ‘12번째 보조사제’도 재밌게 봤는데 어느 날 그 작품이 장편영화로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단편의 만듦새가 망가지지 않고 장편으로 완성됐으면 좋겠다 싶었다. 근데 장편(‘검은 사제들’)도 좋더라”며 “제가 원래 오컬트 장르를 좋아하지만 장재현 감독님은 이 분야의 장르를 개척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감독님에 대한 존경심이 있다. ‘파묘’라는 작품에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그래서 더욱더 기뻤다”고 덧붙였다.

김고은의 출연 결정은 천운이 들어온 찬스였다.장재현 감독의 명확한 디렉션과 무당 역을 향한 김고은의 노력이 만나 나름 의미 있는 캐릭터를 완성해냈기 때문. 특히 화림의 대살굿(타살굿)은 영화의 초반 몰입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날 대살굿에 대해 김고은은 “굿 퍼포먼스 연기를 할 때 저는 정신이 없었다. 그 순간에 집중하면서 굿 장면을 소화했다. (분량이 많았지만) 카메라 4대로 촬영하면서 감독님이 그 안에서 (좋은 컷을) 잡아내셨다. 몇 번 만에 제가 오케이 사인을 받았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고 촬영 순간을 돌아봤다.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장재현 감독이 “김고은은 그 나이대 여배우들 중 최고”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매번 실망할 수 없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에 ‘화림의 이것만큼은 다른 배우들과 달리 나만이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 지점이 있느냐’는 물음에 “다른 배우들이 화림 캐릭터를 맡았다면 어떻게 표현할지 저도 모르겠다. 각 배우들마다 캐릭터를 만났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다르다. 근데 저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있었다”고 답변을 이어갔다.

“그들이라면 어떻게 연기할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일단 사소한 것들에 집착했다. 처음에 무속인과 그 제자들을 만나 어떻게 이 길을 걷게 된 것인지 여쭤보면서 그들 삶의 에피소드를 들었다. 그 시간을 통해서나마 무속인들의 심정을 알게 된 거 같다. 저는 그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접근이 먼저였다. 제가 일정 기간 지켜봤다고 해도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들에 대해 얼마나 깊게 이해할 수 있었겠나. 제가 그들을 온전히 이해할 순 없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김고은의 ‘한끗’은 사소함에서 갈린다. “저는 대형 굿 신을 연습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화림이 갖고 있는 아우라와 전문적인 자태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했다”며 “화림이 상덕에게 반존댓말을 한다든지, 굿을 시작하기 전에 몸을 살짝 턴다든지, 칼을 어떻게 쥐는지 그런 모습에 더 집중했다. 특히 아기를 진단하면서 휘파람을 불 때는 귀에 손을 대도 되는지 무속인 선생님에게 전화해서 하나하나 물어봤다. 표현하는 게 너무 조심스러워서 현장에서도 수시로 영상통화를 했다. 저는 정말 사사로운 것까지 다 물어봤다”고 캐릭터를 분석한 자신만의 과정을 상세히 들려줬다.

김고은은 캐릭터 표현에 도움을 받기 위해 무속인들과 가깝게 지낸 것도 있지만, 그보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일상을 접하고 스며들어 틈틈히 배웠다고 한다. 역시 난사람의 고집은 남다른 면이 있는 법이다.

한 작품씩 쌓아가며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고 있는 김고은은 일본어를 못하지만 유창하게 들려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 않았다고.

“제가 사실 일어를 전혀 모른다. 영화 ‘영웅’을 촬영할 때 짧게 한두 마디 했었는데 그땐 원어민처럼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했다. 일본어 선생님이 발음을 인정할 때까지, 똑같이 따라하려고 했다. 근데 화림은 일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발음에 집착하지는 않았다. 단어와 문장의 뜻과 의미에 더 집중했다. 내가 일어로 이야기하면서 뜻을 바로 인지할 수 있게 그 부분에 집중해서 감정 전달을 표현했다.”

김고은은 또한 최선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던 비결로 장재현 감독을 꼽으며 “훌륭한 감독님은 정말 다르다고 느낀 게 저는 어떤 장면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데 감독님은 이미 꿰뚫고 있는 전문가였다”며 “영화 전반을 고려하면서 한 컷 한 컷 공들여 찍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디렉션을 줄 때도 명확하다. 한 번 들어도 제가 곧바로 이해가 가는 방식이었다. 감독님도 유해진 선배처럼 농담을 자주 던져서 유머러스한데 머릿속으로는 계속 영화에 대한 계산을 하면서 찍더라. 모든 것을 디테일 하게 바라본다”고 감탄했다.

김고은은 영화 ‘은교’(2012)를 시작으로 ‘차이나타운’(2015), ‘변산’(2018), ‘유열의 음악앨범’(2019), ‘영웅’(2022)과 드라마 ‘도깨비’(2016), ‘유미의 세포들’(2021~2022), ‘작은 아씨들’(2022)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연기는 항상 어렵다. 근데 상대 배우와 호흡이 맞았을 때 느끼는 희열이 있다. 그 순간이 매번 오는 건 아니어서 딱 맞았을 때 전율을 느낀다.”

/ purplish@osen.co.kr

[사진] 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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