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제 이름이 점점 언급이 안되는 것 같은데…”
롯데 자이언츠 내야진 구도는 어느 정도 확정이 됐다. 1루수는 정훈과 나승엽의 경쟁 체제에서 나승엽에게 힘이 쏠리는 분위기다. 2루수 자리는 베테랑 김민성이 주전으로 나서되 2루수로 전향한 고승민이 기회를 받는다. 3루수는 한동희에게 우선 순위가 간다.
유격수 자리도 윤곽이 드러났지만 김태형 감독은 유격수 자리가 고민이었다. 1차 괌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일본 오키나와 연습경기를 앞둔 시점, “주전 유격수를 확실하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노진혁에게 주전 유격수의 무게가 실린 것은 사실이지만 박승욱, 이주찬, 그리고 이학주까지 유격수 경쟁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2019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학주는 2022시즌을 앞두고 2022년을 앞두고 트레이드로 합류했다. 트레이드 직전에는 삼성에서 원하지 않는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후 2년 동안 롯데 소속으로도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주전 유격수 자리를 채워주기를 바랐지만 아쉬움만 가득했다. 냉정히 현재 이학주의 자리는 유격수와 3루수 백업이다.
그럼에도 이학주는 아직 잊혀지고 싶지 않다. ‘천재 유격수’로 불렸던 과거도 있었다. 2009년 시카고 컵스와 계약하면서 메이저리그를 두드렸다. 탬파베이 레이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을 거쳤지만 메이저리그 무대를 끝내 밟지는 못했다. 주목을 받던 시기가 분명히 있었지만 지금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학주는 “주목 받았던 것은 이제 과거가 됐다. 너무 오래 됐다”라면서 “10년 가까이 지난 것 같은데 이제 과거는 생각도 안하고 있다. 삼성에서 첫 시즌 말고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냉정하게 자신을 평가했다. KBO리그 데뷔 시즌이던 2019년 118경기 타율 2할6푼2리(385타수 101안타) 7홈런 36타점 15도루 OPS .701의 기록을 남겼다. 이후 4시즌은 이학주의 말처럼 별다른 활약을 못했다.
스스로도 이제는 시간과 기회가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해 이학주가 채우지 못한 주전 유격수 자리를 채우기 위해 노진혁을 FA로 영입했다. 올해 안치홍이 한화로 떠났지만 FA 사인 앤 트레이드로 김민성, 2차 드래프트로 오선진과 최항이 합류했다. 신예 내야수 이주찬과 정대선도 떠오르고 있다.
이학주는 “어린 선수들도 치고 올라오고 다른 선수들도 많아졌다. 그래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저는 백업이나 어느 자리든지 100%로 한 시즌을 치를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솔직히 지고 싶지 않다. 그래서 안 지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 동료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실력도 느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김태형 감독과 김주찬 타격코치, 김민호 수비코치 모두 마무리캠프부터 이학주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은근한 관심을 보여줬고 이학주도 이를 따라갔다. 이학주는 지난해 마무리캠프를 자청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04경기를 뛰었다. 몸은 더 뛰고 싶었다. 체력도 남았다. 그래서 마무리캠프를 안하는 것으로 했는데 제가 너무 하고 싶었다”라고 강조하면서 “새로운 감독님, 코치님과 운동을 함께 해봤는데 어린 마음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코치님의 파이팅도 너무 좋고 어린 친구들과 함께 으쌰으쌰 하려고 하니까 너무 재밌었다. 마무리캠프 때 많이 얻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수비에 강점을 갖고 있지만 통산 타율은 2할3푼1리에 불과하다. 그는 “마무리캠프부터 하체 쓰는 법과 공을 여유있게 보고 급하게 치지 않도록 연습을 했다. 지금도 그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원래 타격폼이 2~3개 정도 갖고 시즌을 치르다가 바꿨는데 이제는 하나로 제 폼을 정립해야 할 것 같다”라면서 “이제는 내 스윙을 해서 아웃 당하더라도 저에게 얻는 타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수비에서도 더 이상 화려한 수비보다는 견고한 수비를 하려고 한다. “착실하고 견고한 수비를 할 수 있도록 계속 준비하고 있고 김민호 코치님과 함께 으쌰으쌰하면서 집중하고 있다”라고 했다.
스스로도 이제 자신의 이름이 덜 언급되고 주목이 덜 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잊히고 싶지 않다. 그는 “계속 1군에 버티면서 최대한 많은 경기를 나가고 싶다”라면서 “이제 제 이름이 점점 언급이 안되는 것을 저도 느끼고 있고 어린 선수들도 치고 올라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면서 “선수라면 제 존재감을 더 알리고 싶은 건 당연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동료들과 함께 웃고 싶다. 그는 “지난해 저희가 2등을 하고 있을 때 야구장 관중석이 점점 비는 것을 느꼈다”라면서 “계속 상위권에 있으면서 함께 고생한 동료들과 좋은 성과를 얻고 가을과 겨울에 함께 웃었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들을 선배들 후배들과 계속 얘기한다”라며 간절한 속마음을 전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