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수원=김동윤 기자]
"제가 (포수 강백호를) 장난으로 넣을까요."
이제 포수 강백호(25·KT 위즈)는 더이상 이벤트성이나 어쩔 수 없이 넣는 카드가 아니다. 이강철(57) KT 감독의 미래 구상에 확실히 자리 잡았다.
이강철 감독은 4일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릴 KIA 타이거즈와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를 앞두고 "(강)백호가 몇 차례 포수 훈련을 받았다. 지명타자라 수비 이닝을 (어제 이상으로) 늘릴 순 없다. 어제(3일) 정도(2이닝)가 제일 적당하다"고 말했다.
전날(3일) KT가 KIA에 1-5로 패한 경기에서 8회 초 재미있는 장면이 나왔다. 강백호가 포수 마스크를 쓰고 나온 것. 2018년 프로 데뷔 후 강백호가 4번째로 포수 마스크를 쓴 순간이었다.
강백호는 8회 말 우규민, 9회 말 이선우와 호흡을 맞춰 추가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도루 저지나 블로킹 등 특별한 상황이 나오지 않아 포수로서 능력을 확인할 길은 없었으나, 안정적인 포구를 보여줬다. 이강철 감독은 "다 느린 공이었다. 하지만 백호 본인은 시속 160km 공도 잡을 수 있다고 하더라"라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동안 포수 강백호는 궁여지책 혹은 이벤트성으로 보였다. 4번의 포수 등판 모두 이강철 감독 체제에서 이뤄졌다. 2019년 4월 20일 사직 롯데전과 2021년 9월 15일 잠실 두산전은 포수가 없어 경기 후반 나온 경기였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전에서 KT가 1-13으로 크게 뒤진 8회 말 출전했을 때조차 어디까지나 진지한 단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경기에서 강백호는 임종찬의 적시타 때 우익수 조용호의 크게 벗어나는 송구를 슬라이딩해 잡아내며 여전한 센스를 보여줬다.
이때부터 강백호는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구체적으로 포수로서 준비하기 시작했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2일 장재중(53) 1군 배터리 코치와 포수 훈련도 진행했다. 이날도 경기 시작 4시간 전부터 포수 장비를 착용한 강백호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강백호는 장재중 코치와 함께 가볍게 포수처럼 앉아 공을 받다가 몇 차례 송구 연습도 진행했다. 팀 배팅 시간에는 외야로 나가 파울플라이 연습을 했다. 3루 관중석 쪽 그물망은 홈플레이트 뒤 그물망 역할을 했다.
이강철 감독은 "확실히 땜빵 같진 않다. 오늘 훈련에서도 파울플라이를 잡는 연습을 했는데 어설퍼 보여도 다 잡았다. 본인도 어렸을 때부터 파울 플라이는 제일 잘 잡았다고 했다. 프로 와서도 외야를 봤다 보니 플라이볼에 대한 기본적인 인지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만약 강백호가 백업 포수 역할을 조금씩 해준다면 KT는 엔트리를 운영하는 데도 훨씬 수월해진다. 현재 강백호는 지명타자로서 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베테랑이 많은 KT로서는 지명타자를 통해 체력 안배를 하고 싶다. 또 강백호가 포수를 조금씩이라도 소화해줄 수 있다면 상황에 따라 외야에 한두 명의 야수를 더 쓸 수 있다.
주전 포수 장성우(34)의 체력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건강하고 체력이 좋을 때의 장성우는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포수지만,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체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 부분을 대비하기 위해 백업 포수 육성에도 공을 들였지만, 아직은 만족스럽지 않다.
이강철 감독은 "장성우가 체력적으로 힘들 때면 생각하는 타이밍은 맞는데 몸이 조금씩 늦을 때가 있다. 또 최근 8경기에서도 많은 점수가 나다 보니 앉아있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며 "백호가 포수를 맡아주면 우리는 야수를 하나 더 쓸 수 있다. 게임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잘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모든 건 먼 미래다. 강백호가 포수를 보던 서울고 시절 때와 차원이 다른 변화를 가진 공들이 즐비한 곳이 프로 1군 무대다. 최근에는 커터, 스위퍼 등 변화무쌍한 공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포구부터 다시 차근차근 다져야 한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궁여지책이나 이벤트성 투입은 없다는 것이 이강철 감독의 설명이다.
이 감독은 "내가 실전에 (강백호를 포수로) 넣는 걸 장난으로 넣진 않는다. 다만 나중에 시킨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며 "지금은 이것저것 할 것이 많다. 기본이 돼야 한다. 본인은 다 잡을 수 있다고 하는데 커터 같은 변화구를 잡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앞으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지켜보려 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수원=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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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강백호가 4일 수원 KIA전을 앞두고 그라운드에서 포수 훈련을 하고 있다./사진=김동윤 기자 |
강백호. /사진=KT 위즈 |
이제 포수 강백호(25·KT 위즈)는 더이상 이벤트성이나 어쩔 수 없이 넣는 카드가 아니다. 이강철(57) KT 감독의 미래 구상에 확실히 자리 잡았다.
이강철 감독은 4일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릴 KIA 타이거즈와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를 앞두고 "(강)백호가 몇 차례 포수 훈련을 받았다. 지명타자라 수비 이닝을 (어제 이상으로) 늘릴 순 없다. 어제(3일) 정도(2이닝)가 제일 적당하다"고 말했다.
전날(3일) KT가 KIA에 1-5로 패한 경기에서 8회 초 재미있는 장면이 나왔다. 강백호가 포수 마스크를 쓰고 나온 것. 2018년 프로 데뷔 후 강백호가 4번째로 포수 마스크를 쓴 순간이었다.
강백호는 8회 말 우규민, 9회 말 이선우와 호흡을 맞춰 추가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도루 저지나 블로킹 등 특별한 상황이 나오지 않아 포수로서 능력을 확인할 길은 없었으나, 안정적인 포구를 보여줬다. 이강철 감독은 "다 느린 공이었다. 하지만 백호 본인은 시속 160km 공도 잡을 수 있다고 하더라"라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동안 포수 강백호는 궁여지책 혹은 이벤트성으로 보였다. 4번의 포수 등판 모두 이강철 감독 체제에서 이뤄졌다. 2019년 4월 20일 사직 롯데전과 2021년 9월 15일 잠실 두산전은 포수가 없어 경기 후반 나온 경기였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전에서 KT가 1-13으로 크게 뒤진 8회 말 출전했을 때조차 어디까지나 진지한 단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경기에서 강백호는 임종찬의 적시타 때 우익수 조용호의 크게 벗어나는 송구를 슬라이딩해 잡아내며 여전한 센스를 보여줬다.
KT 강백호(맨 왼쪽)가 4일 수원 KIA전을 앞두고 그라운드에서 파울플라이를 받는 훈련을 받고 있다./사진=김동윤 기자 |
KT 강백호(맨 왼쪽)가 4일 수원 KIA전을 앞두고 그라운드에서 파울플라이를 받는 훈련을 받고 있다./사진=김동윤 기자 |
KT 강백호(맨 왼쪽)가 4일 수원 KIA전을 앞두고 그라운드에서 파울플라이를 받는 훈련을 받고 있다./사진=김동윤 기자 |
이때부터 강백호는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구체적으로 포수로서 준비하기 시작했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2일 장재중(53) 1군 배터리 코치와 포수 훈련도 진행했다. 이날도 경기 시작 4시간 전부터 포수 장비를 착용한 강백호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강백호는 장재중 코치와 함께 가볍게 포수처럼 앉아 공을 받다가 몇 차례 송구 연습도 진행했다. 팀 배팅 시간에는 외야로 나가 파울플라이 연습을 했다. 3루 관중석 쪽 그물망은 홈플레이트 뒤 그물망 역할을 했다.
이강철 감독은 "확실히 땜빵 같진 않다. 오늘 훈련에서도 파울플라이를 잡는 연습을 했는데 어설퍼 보여도 다 잡았다. 본인도 어렸을 때부터 파울 플라이는 제일 잘 잡았다고 했다. 프로 와서도 외야를 봤다 보니 플라이볼에 대한 기본적인 인지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만약 강백호가 백업 포수 역할을 조금씩 해준다면 KT는 엔트리를 운영하는 데도 훨씬 수월해진다. 현재 강백호는 지명타자로서 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베테랑이 많은 KT로서는 지명타자를 통해 체력 안배를 하고 싶다. 또 강백호가 포수를 조금씩이라도 소화해줄 수 있다면 상황에 따라 외야에 한두 명의 야수를 더 쓸 수 있다.
주전 포수 장성우(34)의 체력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건강하고 체력이 좋을 때의 장성우는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포수지만,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체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 부분을 대비하기 위해 백업 포수 육성에도 공을 들였지만, 아직은 만족스럽지 않다.
이강철 감독은 "장성우가 체력적으로 힘들 때면 생각하는 타이밍은 맞는데 몸이 조금씩 늦을 때가 있다. 또 최근 8경기에서도 많은 점수가 나다 보니 앉아있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며 "백호가 포수를 맡아주면 우리는 야수를 하나 더 쓸 수 있다. 게임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잘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모든 건 먼 미래다. 강백호가 포수를 보던 서울고 시절 때와 차원이 다른 변화를 가진 공들이 즐비한 곳이 프로 1군 무대다. 최근에는 커터, 스위퍼 등 변화무쌍한 공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포구부터 다시 차근차근 다져야 한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궁여지책이나 이벤트성 투입은 없다는 것이 이강철 감독의 설명이다.
이 감독은 "내가 실전에 (강백호를 포수로) 넣는 걸 장난으로 넣진 않는다. 다만 나중에 시킨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며 "지금은 이것저것 할 것이 많다. 기본이 돼야 한다. 본인은 다 잡을 수 있다고 하는데 커터 같은 변화구를 잡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앞으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지켜보려 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수원=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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