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한용섭 기자] "너무 힘들어 하더라. 하고 싶은 대로 해준다 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12일 잠실구장에서 두산과의 경기를 시작하며 주장이 오지환에서 김현수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통합 우승을 차지했고, 올 시즌이 시작된 지 3주 만에 갑자기 주장이 바뀌었다.
LG 구단은 "오지환 선수가 주장으로서 부족함이 있다고 계속 생각했었고, 주장에 대한 책임감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야구에 집중하고자 주장직을 내려놓고 싶다고 감독님께 요청을 드렸고, 감독님이 수용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오지환은 2022년 처음 LG 주장을 맡았고, 지난해도 주장을 연임하며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LG 주장이 됐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 3차전 9회 역전 결승 홈런을 비롯해 2~4차전 홈런 3방을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런데 시즌 초반 갑자기 주장 완장을 내려놓았다. 13일 잠실구장, 염경엽 LG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 브리핑에서 주장이 바뀐 것에 대해 언급했다.
염 감독은 "전적으로 지환이를 도와주고 싶었다. 처음에는 '지환아, 이것도 이겨내야지. 이겨내야지'라고 얘기했다"며 말렸다고 한다. 이어 "그런데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그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줄게' 그랬다"고 말했다.
또 염 감독은 "야구에 대한 얘기는 하나도 안 했다"며 "주장에 대한 부담감이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고,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구단 관계자는 오지환이 지난해도 주장을 하면서 많이 힘들어했다고 한다. 염 감독도 "지난해도 주장을 하면서 엄청 힘들어했다. 지환이는 책임감이 엄청 강하다. 잘 해내고 싶어하고, 야구도 잘해야 되고, 여러 가지를 잘하고 싶어하니 엄청 어려워했다. 힘든 데도 잘 해냈다. 그런데 올해는 그게 더 세게 온 것 같다. 스트레스가 더 심했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그동안 열심히 해줬다. 주장으로 자기 역할을 100% 해준 걸 생각해서, 이제 좀 편하게 야구하라고, 수고했다, 고맙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12일부터 김현수가 주장을 맡아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김현수는 오지환 이전에 3시즌 주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주장이 아니라도 평소에 라커룸 리더로 잔소리도 하고 후배들을 잘 챙긴다.
염 감독은 "그동안 현수와 지환이가 사실상 공동 주장으로 지내왔다. 현수가 약한 부분을 지환이가, 지환이에게 없는 부분을 현수가 채워주곤 했다. 지환이는 합리적인데 현수는 약간 더 '꼰대'다. 조합이 아주 좋다. 현수가 주장을 한다고 해도 지환이가 분명 자기 역할을 할 것이다. 그냥 완장의 주인만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현수, 오지환, 박해민, 박동원 등이 팀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염 감독은 "현수의 강한 면들을 동원이, 해민이, 지환이 등이 커버해 준다. 우리 팀이 잘 돌아가는 이유다. 강약이 같이 있어 아주 좋다. 강한 선배들만 있으면 후배들이 힘들다. 센 사람도 있고, 풀어주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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