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정작 인내심이 필요했던 건 에릭 텐 하흐(54) 감독이지 않을까.
영국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14일(이하 한국시간) "에릭 텐 하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팬들에게 인내심을 요구했다"라고 전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4일 영국 본머스의 바이탈리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에서 AFC 본머스와 맞대결을 펼쳐 2-2 무승부를 거뒀다.
4위 아스톤 빌라가 아스날을 잡아내면서 승점 63점을 기록, 이들과 무려 13점 차로 승점 3점이 급했던 맨유지만, 이번에도 1점에 만족해야 했다.
맨유는 전반 16분 만에 도미닉 솔랑키에게 실점했다. 전반 31분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동점 골을 만들었지만, 5분 만에 저스틴 클루이베르트에게 실점하면서 다시 끌려갔다.
맨유는 후반 20분 브루노의 페널티 킥 득점으로 가까스로 승점 1점을 획득했다.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맨유다. 리그 32경기에서 12패를 당했고 쌓은 승점은 50점에 불과하다.
맨유는 지난 2012-2013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급격히 암흑기에 돌입했다. 알렉스 퍼거슨 경이 은퇴를 선언했다. 2013-2014시즌 데이빗 모예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리그 7위(19승 7무 12패 승점 64점), 역대 가장 낮은 순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후로도 종종 리그 6위로 시즌을 마친 맨유지만, 7위는 없었다. 더 아래순위도 없었다. 만약 이번 시즌 7위 미만으로 시즌을 마칠 경우 역대 최하 순위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된다.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8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가 48점(13승 9무 12패)으로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머스와 경기를 마친 뒤 에릭 텐 하흐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텐 하흐 감독은 팬들에게 인내심을 요구했다.
텐 하흐 감독은 맨유 팬들이 인내심을 가져야 하냐는 질문을 받았고 그는 "팬들에게 달려있지만, 사실"이라며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 수준에 맞게 플레이 한다. 모두가 컨디션이 최고면 아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지만 90분 내내 그렇게 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팬들에게 더 인내할 것을 요구한 것.
이어 그는 "우리 모두 실망스럽고 지난 몇 경기에서 우리는 불필요한 점수를 너무 많이 내줬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팬들에겐 인내심을 요구했지만, 정작 감독 본인은 그렇지 못했다. 텐 하흐 감독은 이번 기자회견을 정상적으로 마치지 못했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뛰쳐나갔기 때문.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는 텐 하흐 감독에게 "맨유가 7위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하면 클럽 역사상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저 순위로 시즌을 마친다"라고 이야기하자 텐 하흐는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대답하지 않겠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 그건 의미가 없다"라며 기자회견장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한편 영국 '더 선'은 14일 "많은 맨유 선수들은 최근 몇 주 동안 텐 하흐 감독의 태도 변화를 감지했다. 선수들은 텐 하흐 감독이 시즌 종료 후 사퇴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