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FA 영입 효과를 누리지 못한 채 시즌 초반부터 처지고 있다. ‘루키’ 이정후(26)도 아직 적응 과정인데 경험 풍부한 베테랑 FA 이적생들이 부진하면서 ‘투자 실패’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원정경기를 4-9로 패했다. 2연속 1승2패 루징시리즈로 최근 13경기 4승9패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시즌 성적은 6승10패(승률 .375),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4위 그치고 있다.
이날 경기에 1번타자 중견수로 나선 이정후는 1회 첫 타석부터 초구 안타를 치고 나간 뒤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시즌 2호 도루. 최근 6경기 연속 안타로 꾸준하게 치고 나가고 있지만 이후 4타석에선 모두 범타로 물러나면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샌프란시스코가 6년 1억1300만 달러 거액을 들여 영입한 이정후는 15경기 타율 2할4푼2리(62타수 15안타) 1홈런 4타점 7득점 5볼넷 6삼진 2도루 출루율 .290 장타율 .323 OPS .612를 기록 중이다. 몸값에 비해 아쉬운 성적이지만 신인으로 리그 적응 과정이란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문제는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FA 영입 선수들의 부진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비롯해 사이영상 2회의 투수 블레이크 스넬(2년 6200만 달러), 골드글러브 4회 올스타 3루수 맷 채프먼(3년 5400만 달러), 홈런왕 출신 호르헤 솔레어(3년 4200만 달러), 파이어볼러 조던 힉스(4년 4400만 달러)를 올 시즌 앞두고 영입했다.
지난해 NL 사이영상을 받았으나 제구 불안과 내구성 문제로 FA 시장에서 찬바람을 맞은 스넬은 그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첫 등판이었던 지난 9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3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3실점 패전으로 시작하더니 15일 탬파베이전도 4이닝 6피안타(2피홈런) 2볼넷 4탈삼진 7실점으로 조기 강판되며 패전을 당했다. 2경기에서 2패로 평균자책점은 12.86이다.
이제 2경기했을 뿐이지만 제구 난조가 이어지고 있고, 탬파베이전에선 집중타까지 맞았다. 지난 2년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스넬과 함께했던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그가 이렇게 맞는 건 자주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볼넷을 주긴 하지만 이렇게 난타를 당하는 것은 드물다”며 “스프링 트레이닝 준비 기간이 짧았던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FA 계약이 지난달 19일에야 이뤄졌고, 시범경기에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실전에서 빌드업하는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멜빈 감독은 “다음 경기 좋은 활약을 위한 발판이 돼야 한다. 구속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제구를 되찾는다면 좋아질 것이다”고 스넬의 반등을 기대했다. 스넬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제 더 이상 봄이란 말을 쓸 수 없다”고 자책하며 “로케이션을 찾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반등을 다짐했다.
문제는 스넬뿐만이 아니다. 스넬에 앞서 2주 먼저 계약하며 시범경기에서 준비 과정을 거친 3루수 채프먼은 16경기 타율 2할(65타수 13안타) 3홈런 10타점 4볼넷 16삼진 출루율 .257 장타율 .369 OPS .626에 그치고 있다. 홈런은 3개 때렸지만 타율이 1할대로 떨어질 위기에 놓였다. 지난 몇 년간 타격 지표가 하락세였는데 올해는 커리어 통틀어 가장 나쁜 수준으로 향하고 있다. 선구안에서 약점이 두드러지고 있다.
홈런왕 출신 지명타자 솔레어는 16경기 타율 2할2푼8리(57타수 13안타) 3홈런 5타점 10볼넷 14삼진 출루율 .338 장타율 .456 OPS .794로 나쁜 성적은 아니다. 장타나 출루는 괜찮지만 타율은 커리어 통산(.243)보다 낫다. 득점권 타율 9푼1리(11타수 1안타)로 찬스에 약한 모습은 풀타임 지명타자로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샌프란시스코의 위안이 되는 FA 성공작이 있으니 바로 투수 힉스다. 커리어 대부분을 불펜에서 보낸 강속구 투수를 힉스를 데려와 선발로 보직을 바꿨는데 현재까지 아주 성공적이다.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1.00. 18이닝 동안 탈삼진 13개로 9이닝당 6.5개로 줄었지만 볼넷 허용도 9이닝당 1.5개로 줄여 제구를 잡았다. 싱커 평균 구속이 지난해 100.1마일(161.1km)에서 올해 95.5마일(153.7km)로 감소됐지만 긴 이닝 스태미너 유지에 신경쓰며 선발로 순조롭게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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