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운 씻어내라고'' 특별한 물 벼락, 곽빈 '패패패패→감격 첫 승' 동료와 함께 빚었다 [잠실 현장]
입력 : 2024.04.3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두산 베어스 곽빈(오른쪽)이 30일 삼성 라이온즈전 승리 투수가 된 뒤 양석환(왼쪽)으로부터 물 세례를 맞고 있다./사진=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곽빈(오른쪽)이 30일 삼성 라이온즈전 승리 투수가 된 뒤 양석환(왼쪽)으로부터 물 세례를 맞고 있다./사진=두산 베어스
"안 하던 짓을 하더라고요."

양석환(33·두산 베어스)은 토종 에이스이자 국가대표 투수인 곽빈(25)의 시즌 첫 승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 첫 승을 안겨주겠다는 일념으로 몸을 아끼지 않고 주루플레이를 펼쳤다.

곽빈은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103구를 뿌려 7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쳐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올 시즌 7번째 등판한 경기에서 챙긴 값진 승리다. 지금껏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피칭을 3차례나 펼치고도 수확하지 못했던 간절했던 성과물이다.

유독 동료들의 도움이 돋보였다. 1회초 첫 타자 김지찬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시작했찌만 수비가 병살타를 만들어주며 주자를 지워내며 한숨을 돌렸다. 3회에도 1사 1루에서 김성윤의 2루수 땅볼 때 침착하게 더블 아웃을 만들어냈다. 4회엔 1사 1루에서 구자욱의 까다로운 타구를 우익수 헨리 라모스가 완벽하게 걷어냈다.

두산 곽빈이 30일 삼성전 이닝을 막아내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두산 곽빈이 30일 삼성전 이닝을 막아내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힘을 얻은 곽빈은 5회 2사 1,2루에서 김성윤에게 커브로 허를 찌르며 루킹삼진을 잡아냈고 6회초 1사 1,2루에서 데이비드 맥키넌을 2루수 땅볼, 2사 만루에선 강민호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고 미소를 지었다.

이날 곽빈은 103구 중 최고 시속 153㎞, 평균 147㎞ 속구를 44구 뿌렸고 주무기인 커브를 28구(평균 121㎞)나 던졌다. 슬라이더(평균 136㎞)도 24구로 비중이 높았다. 체인지업(평균 132㎞)도 7구 섞었다.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지만 허를 찌르는 커브로 탈삼진 3개 중 2개를 장식했다. 노련한 투구가 빛을 발한 경기였다.

타선에서도 힘을 보탰다. 1회말 무사 1루에서 허경민의 짧은 좌전안타 때 정수빈이 혼신의 힘을 다해 3루를 파고 들었고 양의지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는 허경민이 1루에서 2루를 진루하는 집중력을 보였다. 허경민도 양석환의 2루타 때 손쉽게 홈을 밟았다.

6회에도 2점을 더 지원 받았는데 1사 1,2루에서 강승호의 안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났고 라모스의 짧은 우익수 뜬공 때 양석환이 삼성 우익수 김성윤이 중심을 잃은 것을 놓치지 않고 쐐기 득점에 성공했다.

1회말 2타점 2루타를 때려낸 양석환(왼쪽)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1회말 2타점 2루타를 때려낸 양석환(왼쪽)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승엽 감독은 경기 후 "곽빈이 그동안 잘 던지고도 승리와 인연이 없었는데 오늘은 더 공격적인 투구와 함께 변화구를 효과적으로 구사하며 팀 승리에 큰 공을 세웠다"며 "곽빈이 19개의 아웃카운트를 책임져준 덕분에 마운드 운용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타선의 공도 빼놓지 않았다. 이 감독은 "타석에선 1회부터 베테랑 타자들이 상대 실투를 놓치지 않고 찬스를 만들고 타점을 올리며 경기 분위기를 선점할 수 있었다"며 "6회 나온 캡틴 양석환의 과감한 주루 플레이도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전했다.

경기 후 만난 양석환은 6회 태그업 플레이에 대해 "잡는 자세가 불안한 것 같아서 뛰었는데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이제 하면 안 될 것 같다"며 "교통사고가 난 것만 같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안 한지 몇 년 된 것 같은데 오래 뛰려면 안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2,3점 차로는 불안하기 때문에 확실하게 경기 분위기를 가져오려면 추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위기를 막아낸 곽빈(왼쪽)을 반겨주는 주장 양석환. /사진=두산 베어스
위기를 막아낸 곽빈(왼쪽)을 반겨주는 주장 양석환. /사진=두산 베어스
그만큼 후배에게 승리를 안겨주기 위해 주장으로서 몸을 사리지 않았다. 양석환은 "(곽빈이) 안 하던 짓을 하더라. 커피도 돌리고 인사도 90도로 했다"며 "'눈치를 왜 이렇게 주나' 생각했는데 (무승이) 더 길어지지 않아 다행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축하한다고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양석환과 최원준은 중계방송사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고 있는 곽빈을 기다리며 특별한 축하 의식을 준비했다. 물은 물론이고 커피와 단백질 음료 등을 섞었다. 최원준은 "더러운 것들로 축하를 해줄수록 나쁜 기운이 씻겨나간다"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인터뷰를 마친 곽빈에게 향해 퍼부었다. 도망가던 곽빈도 체념한 채 이를 받아들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곽빈을 향해 팬들은 "이제 시작이다. 15승 가자"라고 응원을 외쳤다.

인터뷰를 위해 단상에 오른 곽빈(오른쪽)에게 최원준이 직접 제조한 음료를 퍼붓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인터뷰를 위해 단상에 오른 곽빈(오른쪽)에게 최원준이 직접 제조한 음료를 퍼붓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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