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첼시가 엔조 마레스카 감독을 레스터 시티에서 빼올 준비를 마쳤다. 그들은 마레스카 감독이 미켈 아르테타 아스날 감독처럼 되어주길 꿈꾸고 있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와 '가디언' 등은 31일(한국시간) "마레스카는 첼시 사령탑이 되는 5년 계약 조건에 합의했다. 그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의 뒤를 이어 첼시를 이끌 예정이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스카이 스포츠는 "마레스카와 계약은 변호사들에 의해 마무리되고 있으며 주말 전에 발표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기간 5년은 모두가 첼시가 장기적인 성공을 되찾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향후 재계약에 대한 추측을 차단한다는 사실을 반영한다"라고 덧붙였다.
첼시는 마레스카 감독을 데려오기 위해 레스터 시티에 보상금도 지불한다. 이는 800만 파운드(약 140억 원)에서 1000만 파운드(약 175억 원) 사이 규모로 알려졌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 역시 "첼시는 마레스카를 새 감독으로 임명하기로 합의했다. 2028년 6월까지 유효한 5년 계약이 체결됐다. 여기에 2030년 6월까지 연장하는 옵션도 포함돼 있다. 첼시는 레스터에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라며 트레이드마크인 "Here we go!"를 외쳤다.
첼시는 2023-2024시즌을 끝으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결별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2026년 여름까지 팀을 이끌 예정이었지만, 1년 만에 상호 합의하에 첼시를 떠나게 됐다.
과감한 선택이다. 첼시는 2022-2023시즌 리그 12위까지 추락했고, 포체티노 감독을 데려오면서 재건에 나섰다. 여기에 모이세스 카이세도와 콜 파머, 크리스토퍼 은쿤쿠, 니콜라 잭슨 등을 영입하며 선수단 보강에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첫 6경기에서 1승만 거두며 부진했고, 한때 12위까지 미끄러지기도 했다. 아무리 부상자가 많았다지만, 문제가 컸다.
후반기는 전반기보다 훨씬 나았다. 갈수록 공격력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특히 파머의 득점력이 불을 뿜었다. 결국 첼시는 막판 5연승을 달리며 6위로 시즌을 마쳤다. 어려워 보였던 유럽대항전 티켓도 손에 넣었다.
그럼에도 첼시는 포체티노 감독이 궁극적으로 팀 발전을 이끌 적임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토드 보엘리 구단주를 비롯한 첼시 보드진은 최종전 바로 다음날 포체티노 감독을 훈련장으로 불러 긴급 회담을 나눴고, 그 자리에서 작별을 결정했다. 양측은 악수를 나누며 헤어진 뒤 빠르게 공식 발표를 내놨다.
새로운 감독을 찾아 나선 첼시는 여러 감독에게 접근했다. '백투백 승격'을 일궈낸 키어런 맥케나 입스위치 타운 감독과 토마스 프랭크 브렌트포드 감독과 접촉했다.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과 에릭 텐 하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도 후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러나 첼시의 최종 선택은 마레스카 감독이었다. 이탈리아 출신 지도자인 그는 지난해 6월 레스터 지휘봉을 잡았고, 첫 시즌에 챔피언십 우승을 일궈내며 레스터를 1년 만에 다시 프리미어리그(PL) 무대에 올려뒀다.
도박수로 보일 수 있는 결정이다. 마레스카 감독이 레스터를 챔피언십 우승으로 이끈 건 맞지만, 감독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는 아니기 때문. 그는 1군 무대에서 치른 경기가 70번도 안 되며 프리미어리그 경험은 아예 없다. 감독 커리어 자체가 2021년 세리에 B 파르마에서 중도 경질되기 전까지 14경기, 레스터와 함께한 2023-2024시즌이 전부다.
다만 마레스카 감독은 맨체스터 시티에서 엘리트 육성 팀 수석 코치를 맡다가 2022-2023시즌 1군 팀에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 보조 코치로 활약한 경험이 있다. 당시 맨시티는 트레블을 달성했다. 이 때문에 첼시는 마레스카 감독이 '제2의 미켈 아르테타'가 되길 원하는 눈치다. 아르테타 감독은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 밑에서 코치로 경험을 쌓은 뒤 아스날에 부임해 지도력을 뽐내고 있다.
스카이 스포츠에 따르면 첼시는 마레스카 감독의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보드진과 미팅에서 첼시 선수단에 대한 심도 있고 많은 지식을 뽐냈고, 첼시가 원하는 경기 방식과 감독직에 대한 열망에 초점을 맞췄다. 마레스카 감독이 점유율과 포지션 플레이를 강조한다는 점도 플러스 요소였다.
BBC도 "첼시는 마레스카 감독이 선수단을 미리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가 과르디올라 감독을 도와 일했던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첼시 보드진은 아르테타 감독이 에티하드 스타디움을 떠난 뒤 아스날에서 했던 리빌딩 작업에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첼시는 이미 마레스카 감독과 여름 이적시장 계획도 논의했다. 현재 첼시는 번리 골키퍼 제임스 트래포드 영입을 고려하고 있으며 새로운 중앙 수비수와 왼쪽 수비수, 스트라이커를 원하고 있다. 동시에 로멜루 루카쿠와 케파 아리사발라가 같은 고액 연봉자들의 미래도 해결해야 한다.
마레스카 감독과 함께 밝은 미래를 그리고 있는 첼시다. 스카이 스포츠 소속 카베 숄헤콜 기자는 "첼시 보드진은 마레스카가 그들이 만든 현대적 구조에 맞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라고 믿고 있다"라며 "첼시는 맥케나, 프랭크, 데 제르비를 모두 고려하며 매우 철저한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마레스카를 적임자로 판단해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다. 아르테타도 아스날을 맡기 전 프리미어리그 경험은 없었지만, 과르디올라 밑에서 일했다. 펩 효과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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