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역시나 빅클럽 주전 경쟁은 쉽지 않다. 김민재(28, 바이에른 뮌헨)의 경쟁자로 '괴물'이 온다.
독일 '스카이 스포츠'는 3일(이하 한국시간) "바이에른 뮌헨은 바이어 04 레버쿠젠의 수비수 요나탄 타(28, 레버쿠젠)와 이적에 관해 원칙적 합의를 맺었다. 구두 합의는 이미 이루어졌다"라고 보도했다.
요나탄 타는 김민재와 같은 1996년생 중앙 수비수로 이번 시즌 바이어 04 레버쿠젠의 구단 역사상 최초 분데스리가 무패 우승을 이끌었다.
타는 195cm의 큰 키를 이용한 제공권 장악 능력이 뛰어나며 거구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발을 이용해 공격수와 일대일 수비에 능하다. 최고 속도 35.81km/h를 기록할 정도다. 분데스리가 센터백 중 가장 빠른 선수 중 하나로 꼽힌다.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다. 타는 영리한 위치 선정으로 패스 길목을 차단하는 능력도 훌륭하다. 여기에 정확도 높은 중장거리 패스 능력도 보유, 후방 빌드업도 가능한 만능 자원이다.
타는 사비 알론소 감독의 총애를 받았다. 지난 2015-2016시즌 이후 줄곧 레버쿠젠에서만 활약해온 타는 지난 시즌 리그 34경기 중 33경기에, 이번 시즌엔 공식전 48경기에 출전해 레버쿠젠의 '역사에 남을' 무패 행진을 앞장서 이끌었다.
2023-2024시즌 분데스리가 30경기에 출전한 그는 4골과 1어시스트를 기록했으며 경기당 평균 0.6개의 태클, 0.7개의 가로채기와 3.1개의 클리어링, 0.7개의 슈팅 블록을 기록, '후 스코어드 닷컴' 기준 6.96의 높은 평균 평점을 부여받았다.
지난 시즌 수비 조합 구성으로 머리가 아팠던 뮌헨이 타에게 관심을 보였다. 앞서 지난 4월 스카이 스포츠는 "본지의 취재 결과에 따르면 뮌헨은 타 영입을 노린다. 뮌헨은 이번 시즌 그가 보여준 활약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스리백과 포백에서 모두 뛸 수 있다. 또한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빠른 수비수 중 한 명"이라며 뮌헨이 타를 노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뮌헨은 실제로 타와 접촉했다. 첫 대화는 지난 4월부터 이뤄졌다. 당시 매체는 "이미 선수측과 대화는 이뤄졌다. 합의된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뮌헨이 타를 영입할 기회를 잡은 것은 사실이다. 타는 다른 옵션도 고민하고 있으며 이번 여름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라고 전했다.
스카이 스포츠는 3일 "뮌헨은 레버쿠젠의 수비수 타와 원칙적인 합의를 이뤘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이적하기로 구두 합의는 이미 이뤄졌다. 주요 세부 사항도 이미 논의됐다"라고 알렸다.
그러면서도 스카이 스포츠는 "원칙적인 합의가 이적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뮌헨과 레버쿠젠 구단 사이의 구체적인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레버쿠젠은 타를 반드시 지키고자 한다"라며 레버쿠젠은 타의 이적을 꺼린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타와 레버쿠젠은 2025년까지 계약돼 있지만, 타는 이적을 계획한다. 현재 뮌헨엔 4명의 센터백이 있는데 이들 중 다요 우파메카노는 뮌헨을 떠날 선수로 간주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2023-2024시즌 개막을 앞두고 뮌헨에 합류한 김민재는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다요 우파메카노, 마테이스 더 리흐트가 시즌 초반 잦은 부상으로 번갈아가면서 결장하는 동안 김민재는 든든하게 골문을 지켰다.
주전으로 올라선 것은 좋은 소식이나, 곧 '혹사 논란'이 뒤따랐다. 리그 개막 16경기 연속 선발 출전할 정도였다. 계속되는 출전에 다소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모습도 보였다. 그래도 김민재는 뮌헨 센터백 1순위였다.
김민재를 향한 분위기가 바뀐 것은 아시안컵 이후였다. 한동안 김민재를 기용할 수 없어지자 뮌헨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에릭 다이어를 영입했고 '굴러 들어온 돌' 다이어가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토트넘 홋스퍼에서는 '구멍'으로 불리며 조롱받았던 다이어지만, 뮌헨에서는 출전할 때마다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김민재는 경기 감각이 떨어진 탓인지 이따금 찾아온 기회도 살리지 못했다. 그는 지난달 하이덴하임전에서 오랜만에 선발 출전했지만, 3실점에 관여하며 충격적인 역전패를 막지 못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와 치른 UEFA 챔피언스리그 1차전이 치명적이었다. 당시 김민재는 무릎 부상으로 빠진 더 리흐트 대신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공격적인 수비로 뒷공간을 허용하며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선제골을 막지 못했고, 경기 막판엔 페널티 킥을 내주며 고개를 떨궜다. 바이에른 뮌헨은 2-2로 비기며 안방에서 승리를 놓쳤다.
매체는 "당시 김민재는 아무 인터뷰도 하지 않았고, 취재진에게 고개를 숙인 채 슬픈 표정으로 '정말 죄송하다'라고 한 마디만 남기고 지나갔다"라고 전했다. 심리적으로 흔들렸던 김민재다.
지난달 독일 'T-온라인'은 김민재와 진행한 인터뷰를 공개했다. 지난 5월 13일 볼프스부르크와 이번 시즌 마지막 홈 경기를 치른 뒤 김민재는 "난 수비수로서 언제나 신념을 갖고 경기했다. 그러나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그런 능력이 항상 요구된 게 아니었기 때문에 내적 갈등이 생겼다"라고 고백했다.
김민재는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펼치지 못해 머뭇거릴 때가 많았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전술적으로 감독님의 요구를 더 잘 수행했어야 했는데 언제나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선수로서 실수를 하든 좋은 활약을 펼치든 간에 경기장 위에서 내가 잘하는 점과 잘하지 못하는 점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이다. 다음 시즌에는 더 발전해야 한다. 내가 뭘 제대로 했는지,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이 필요했는지 많이 생각해봤다"라고 말한 김민재다. 한 시즌을 차분히 되돌아봤을 김민재는 다음 시즌 새롭게 합류할 또 다른 경쟁자, 혹은 파트너와 주전 자리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된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