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CC 개론] 74.성공한 LCC 근거리 노선에만 초점 맞췄다②
입력 : 2024.06.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채준 기자]
/사진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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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CC의 장거리 운항 첫 스타트는 진에어가 끊었다.

취항 7년 만이었던 2015년 12월19일 인천~호놀룰루 노선에 취항하며 K-LCC업계의 장거리 운항시대를 처음 열었다.

미국 하와이주의 주도(州都) 호놀룰루 취항은 대한항공에서 넘겨 받은 393석 규모의 중대형 기종 B777-200ER 항공기가 투입됐다. 기내식으로 하와이 전통덮밥류인 로코모코 등의 따뜻한 식사를 포함 총 2차례의 식사를 제공하고, 48석은 일반석보다 앞뒤 간격이 약 6인치 넓은 '지니플러스 시트'로 운영하는 등 LCC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FSC 방식을 일부 운용했다.

대형기로 K-LCC업계의 첫 장거리 노선 운항이라는 축포에도 불구하고 이 노선은 영업부진으로 인해 여름에만 반짝 운항하는 계절노선으로 축소되고 말았다. 불과 1년여 만에 K-LCC의 장거리 운항은 시기상조였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만큼 LCC의 장거리 노선 공략은 실제로는 성공하기 어려운 과제였던 셈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길을 약 6년이 흐른 후 대형항공사의 우산 아래에 있는 자회사형 LCC도 아닌 독립형 LCC가 나섰다. 대형기를 도입한 장거리 노선 운항을 다시 시도한 건 이번엔 티웨이항공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제선 여객이 단계적으로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던 2022년 티웨이항공이 대형기를 도입해 장거리 노선 확대를 통한 차별화와 부진탈출을 천명한 것이다.
/사진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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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웨이항공은 A330-300 기종을 도입하며 장거리 운항이라는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배경을 묻는 질문에는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차원"이라고 답했다. 2022년 2월24일 처음 도입된 A330-300 기종은 항속거리 1만1750㎞로 중장거리 운항이 가능하며 현재 3대를 보유 중이지만 올해 2~3대의 추가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첫 장거리 노선으로 인천~시드니 노선에 2022년 12월23일 취항했다. 2023년 6월에는 국적사 중 최초로 키르기스스탄 직항노선 운항에 나섰다. 2024년 5월16일 운항을 시작한 인천~자그레브(크로아티아) 노선의 첫 항공편 탑승률은 97%를 기록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K-LCC가 단독 유럽 노선에 취항한 것은 티웨이항공이 처음이다.

거기에 더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의 합병에 따른 뜻밖의 조치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한항공으로부터 항공기를 임차받아 올 하반기에는 대한항공으로부터 넘겨받은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등 유럽 4개국에 순차적으로 취항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의 장거리 노선 취항은 중단거리 중심의 K-LCC 시장이 포화상태라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어려운 길에 들어선 만큼 이를 지켜보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LCC가 장거리 운항을 하기 위해서는 항공기 운용조건을 새로이 맞춰야 하는 등 수익형 비즈니스 모델에 독이 되는 비용상승이 따르기 때문이다. 대형기 도입시 초기에 과도한 비용이 지출되고 새로운 훈련 및 정비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새로 들여온 대형기는 기보유중인 보잉사 항공기가 아닌 에어버스사 항공기이다. 단일기종이라는 LCC 비즈니스 모델의 가장 핵심적인 사항을 정면으로 벗어난 만큼 상대적으로 운항원가가 높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불리함이다.

따라서 대형기를 이용한 장거리 노선이 지속가능한 수익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재무구조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여객사업이 활성화되고 단거리 노선 확대가 충분히 이뤄져 규모의 경제가 달성된 상황이라면 사업확장 차원에서 중장거리 노선에 도전할 수 있겠지만 코로나19 같은 글로벌 위기가 언제든 다시 찾아오면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사진제공=제주항공
/사진제공=제주항공

K-LCC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전통적인 LCC 사업논리를 따르고 있고, 티웨이항공은 하이브리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그런데 현재 시점에서 어떤 게 맞고, 어떤 게 더 효율적인지는 아직 아무도 단정할 수 없다. 미국 항공업계에서 사우스웨스트항공을 벤치마킹해서 출범한 후발 LCC들이 대형기를 도입하고 장거리 노선에 나섰다가 실패한 사례는 차고 넘치지만 그것들은 1980년대~1990년대의 과거상황일 따름이다. 그새 시장은 많이 변했고 소비자 의식도 달라졌다. 따라서 LCC의 중소형기를 이용한 중단거리 노선 전략이 지금도 유효한 성공방정식인지 아니면 과감한 도전을 통해 성공방정식을 다시 짜야 하는지는 선구자적 개척자의 몫이고 정답은 향후 역사가 내려줄 것이다. 항공업계에서는 K-LCC의 장거리 노선 진출이 궁극적으로는 항공권 가격을 내리고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LCC로 시작했지만 이른바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가고 있는 에어프레미아와 티웨이항공의 최종 목적지는 FSC로의 전환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그 시발점이다. 국적항공사 가운데 FSC가 하나로 줄어들면 아시아나항공의 자리 즉 '제2의 FSC' 자리를 두고 이 두 회사가 선점을 위한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 같은 시각이 맞다면 이제 국내 항공업계는 FSC와 LCC에 대한 일반의 호칭에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그동안 편의상 FSC는 대형항공사, LCC는 저비용항공사라 불렀다. 그런데 조만간 FSC 중에 LCC보다 작은 회사가 등장하고, LCC 중에 FSC 보다 더 큰 회사가 등장하게 된다. FSC는 다 대형항공사가 아니게 되고, LCC도 올해안에 연매출 2조원을 돌파하는 회사가 나온다.

따라서 이제 이치에 맞지 않는 기존의 항공사 구분방식을 바꿔야 한다. 또 현행 항공법에는 FSC와 LCC라는 면허는 없다. 국제선, 국내선, 소형 등 3가지의 면허로 나뉠 뿐이다. 즉 '제2의 FSC' 자리는 항공법이나 정부가 정해주는 게 아닌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각자 알아서 선택하는 것이므로 조만간 K-LCC의 판은 바뀔 것이고 그 역사 또한 새로 써야 할 판이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K-LCC 개론] 74.성공한 LCC 근거리 노선에만 초점 맞췄다②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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