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날 곳도 잃을 것도 없다'' 캡틴 이순민의 각오...''황선홍 감독님 말대로 '원팀 원골'로''[오!쎈 인터뷰]
입력 : 2024.06.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덕암축구센터, 고성환 기자]

[OSEN=대전, 고성환 기자]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고,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

배수진의 각오다. '캡틴' 이순민(30, 대전하나시티즌)이 새로 부임한 황선홍 감독과 함께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대전은 지난 3일 제15대 사령탑으로 황선홍 전 U-23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낙점했다. 대전 구단은 "성적 부진으로 K리그1 11위를 기록하고 있는 위기 상황을 타파하며 새로운 변화와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외 리그와 국가대표 팀에서 선수, 지도자로 풍부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황선홍 감독이 선수단을 통솔하는 리더십과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할 적임자로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4년 만의 대전 복귀다. 황선홍 감독은 부산과 포항, FC서울을 거쳐 지난 2020년 하나금융그룹과 함께 새롭게 출발하는 대전하나시티즌의 기업 구단 전환 첫 사령탑을 맡았다. 하지만 그는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한 채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U-23 대표팀을 맡았던 황선홍 감독은 다시 한번 대전의 손을 잡으며 K리그 무대로 돌아오게 됐다.

강등 위기에 처한 대전의 소방수로 나선 황선홍 감독. 그는 5일 오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대전으로 돌아오게 돼 매우 기쁘다. 다시 한번 선택해주신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절실한 마음으로 위기를 빨리 극복하고 팀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발휘하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황선홍 감독은 대전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상당히 많이 고심됐다. 대전이 아니었으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초대 감독으로서 아쉬웠던 부분들이 많다. 항상 마음 속으로 응원하고 함께하고 싶었던 팀"이라며 "초대 감독으로서 지금 위기를 넘기고 싶은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창단 때 목표했던 탑 레벨 팀으로 가는 데 초석을 다지려 한다"라고 다짐했다.

[OSEN=덕암축구센터, 고성환 기자]

대전은 개막 전까지만 해도 이순민과 김승대, 홍정운, 아론 등을 데려오며 기대를 모았다. 이민성 감독도 생존에 집중했던 지난해와 달리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을 목표로 내세우며 큰 꿈을 그렸다.

하지만 기대는 곧 실망이 됐다. 대전은 개막전 전북 원정에서 1-1로 비기며 괜찮게 출발했지만, 이후 부진이 계속됐다. 특히 10라운드부터 15라운드까지 6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이민성 감독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고, 대전은 빠르게 황선홍 감독을 소방수로 선임했다.

황선홍 감독과 대전 선수단은 5일 덕암축구센터에서 첫 상견례를 가졌다. 이순민은 "감독님께서 이 팀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에 대한 슬로건을 말씀해 주셨다. 가장 강조하신 부분은 '원 팀 원 골'이다. 모든 구성원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하나의 팀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다. 감독님께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변치 않았던 철학이라고 하셨다. 선수들이 잘 받아들이고 잘 따라야 한다"라며 눈을 반짝였다.

다행히 대전은 직전 경기에서 대구를 잡아내며 최하위 탈출에 성공했다. 이순민은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고,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 과거 모습들에 대한 책임과 반성은 반드시 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에 너무 얽매여서 자신감을 잃으면 더 안 좋아질 것"이라며 "지금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하나의 팀으로서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나아간다면 반드시 반등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황선홍 감독과 함께 바뀌어야 하는 대전이다. 이순민은 "팀이 많은 변화 속에서 어수선한 상황이다. 결과도 안 따라와서 다들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다. 감독님이 수장으로서 정신적인 부분을 하나로 확 잡아서 우리가 다시 신나게 뛸 수 있도록 잘 잡아주실 것 같다. 선수로서 많이 기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순민은 그간 어떤 점이 부족했냐는 물음에 "되게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뭐든지 다 시기와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 시즌 초에는 그냥 안 좋은 상황과 안 좋은 시기였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하며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야 할 일들을 계속했다. 이런 변화를 통해서 앞으로는 좋은 시기와 타이밍이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을 열심히 해 나가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사실 대전은 황선홍 감독뿐만 아니라 여러 인물이 소방수 후보로 거론됐다. 선수들은 황선홍 감독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반응이었을까. 이순민은 "이민성 감독님이 나가시고 나서 어수선했고, 힘들었다. 그래도 구단에서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을 해주셨다. 휴식기를 통해 새로운 감독님이 오시면서 본인의 색깔을 보여주실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잘 믿고 따라간다면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기쁘고 기대하는 마음이 컸다"라고 설명했다.

대구전 승리에 이어 황선홍 감독 부임까지. 분위기가 확 달라졌을 대전이다. 이순민은 "어떻게 보면 똑같은 승점 3점이고, 1승이다. 하지만 그 가치를 뛰어넘는 순간들이 있다. 우리에겐 대구전이 그랬다. 떨어졌던 자신감과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새길 수 있는 승리였다. 큰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연승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대전은 오는 15일 포항 원정을 통해 황선홍 감독 체제 첫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fineko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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