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채준 기자]
항공사 특유의 문화 가운데 하나는 다른 영역의 직원들과 교류가 없다는 점이다.
조종사는 조종사끼리, 정비사는 정비사끼리, 객실승무원은 객실승무원끼리만 어울린다. 따라서 역사가 오래된 기존항공사 직원들은 회사 건물의 각 층별로 공기부터 다르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항공기 운항과 관련하여 비정상상황이라도 발생하면 은연중에 남 탓을 한다.
그래서 아시아의 대표 LCC 에어아시아는 자주 파티를 열었다. 항공업 경험이 전무했던 창립자들은 항공사의 소통방식이 어떤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어떤 일을 하든 좋은 방법에 대한 선입견이 없었다. 더 나은 방법이 뭔지 모르니 그냥 내키는 대로 해볼 수 있었다.
에어아시아의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은 자서전에서 "우리는 에어아시아를 설립하면서 당연히 항공산업 전문가를 물색했지만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회사를 이끌었으며, 경쟁사를 상대하는 사람은 항공업계 출신이 아니었다. 우리는 항공사를 시작할 때 항공산업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다. 새로운 시장에서 사업을 시작한다면 의문을 제기하고 파괴하고 또 창조하는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 해당산업 출신은 그 산업 테두리 내에서 생각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회고했다. 에어아시아의 성장동력은 사람, 문화, 단순한 메시지와 브랜드였다.
한국의 첫 LCC 제주항공은 에어아시아나 라이언에어 보다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이 교과서였다. 회사 설립 당시 사우스웨스트항공을 무작정 베끼려 했다. 그같은 영향으로 제주항공의 초창기 기업문화는 기존항공사에서 보기에 꽤 특이했다.
2005년 1월 회사 설립 후 2006년 취항 준비과정부터 취항이후까지 본부 간 교류가 유난히 많았다. 조종사가 정비사, 객실승무원은 물론 지상직원들과도 다 알고 지냈다. 이는 정비사도 객실승무원도 지상직원도 마찬가지였다. 회사를 처음 만드는 과정에서 시작된 이런 문화는 1000명이 넘을 때까지 이어졌다. 가장 큰 이유는 설립 초의 사무실 구조 덕분이었다. 당시 김포공항 화물청사 3층에 위치했던 사무실에는 CEO와 임원들을 비롯해서 조종사, 객실승무원, 운항통제, 예약센터, 영업운송 등이 모두 다닥다닥 붙어 있었는데 이들 전체가 한 개 층에 있었다. 한 개 층에 모여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얼굴을 부딪히며 지냈다.
김포공항 화물청사는 활주로를 따라 ---자형으로 지어진 특이한 구조이다. 건물 길이가 500미터가 넘고 한 가운데 복도를 따라서 양쪽으로 수많은 사무실이 존재한다. 국내에서 가장 긴 건물 순위가 있다면 랭킹 안에 들어간다. 입주사 직원들이 끝에서 끝까지 복도를 따라 운동 겸 산책을 다닐 정도였다. 제주항공은 사무실과 사무실의 문을 터서 통하게 했다. 모든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손님을 만나는 라운지를 중간에 조성해서 수시로 유대감을 쌓을 수 있도록 했다.
K-LCC의 수많은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내고 돈독한 기업문화를 창조해낸 유서 깊은 김포공항 화물청사에서 빠져나와 지금은 항공지원센터로 옮긴 제주항공이 그 때문인지 이제는 초창기 정신을 많이 상실했다고 평가받는다. 반면에 티웨이항공이 김포공항 화물청사 3층으로 입주하더니 각 본부별 유대를 쌓는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K-LCC업계에서는 최근 "과거 기존항공사들조차 불가사의하게 여겼던 제주항공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지금은 티웨이항공에서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제주항공은 2005년 1월25일 취임한 초대사장부터 2020년 5월31일까지 15년 5개월 동안 6명의 CEO가 바톤을 넘겼지만 단 한번도 항공사 출신을 대표로 선임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6월1일자로 선임된 아시아나항공 출신의 김이배 대표가 첫 항공사 출신이다. 물론 임원 중에는 기존항공사 출신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따라서 비항공인 출신의 대표이사가 주재하는 회의에서 "대한항공에서는 이렇게 한다" 라거나 "아시아나항공에서는 저렇게 한다"는 말이 매우 경계되었다. 오히려 "기존항공사처럼 하면 망한다"는 말이 나왔다. 항공사 운영전반에서 기존항공사와 다르게 운영되기를 바랐다. 제주항공에서 비교대상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이나 에어아시아의 지표였다.
성공한 LCC 창업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유난스러울 정도로 기존항공사를 따라 하지 않았다는 고집이 보인다. 전 세계에서 그리고 아시아에서 성공한 LCC의 공통점은 항공사 경험이 전혀 없는 혁신적인 리더십이 있었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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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xabay |
조종사는 조종사끼리, 정비사는 정비사끼리, 객실승무원은 객실승무원끼리만 어울린다. 따라서 역사가 오래된 기존항공사 직원들은 회사 건물의 각 층별로 공기부터 다르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항공기 운항과 관련하여 비정상상황이라도 발생하면 은연중에 남 탓을 한다.
그래서 아시아의 대표 LCC 에어아시아는 자주 파티를 열었다. 항공업 경험이 전무했던 창립자들은 항공사의 소통방식이 어떤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어떤 일을 하든 좋은 방법에 대한 선입견이 없었다. 더 나은 방법이 뭔지 모르니 그냥 내키는 대로 해볼 수 있었다.
에어아시아의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은 자서전에서 "우리는 에어아시아를 설립하면서 당연히 항공산업 전문가를 물색했지만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회사를 이끌었으며, 경쟁사를 상대하는 사람은 항공업계 출신이 아니었다. 우리는 항공사를 시작할 때 항공산업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다. 새로운 시장에서 사업을 시작한다면 의문을 제기하고 파괴하고 또 창조하는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 해당산업 출신은 그 산업 테두리 내에서 생각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회고했다. 에어아시아의 성장동력은 사람, 문화, 단순한 메시지와 브랜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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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첫 LCC 제주항공은 에어아시아나 라이언에어 보다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이 교과서였다. 회사 설립 당시 사우스웨스트항공을 무작정 베끼려 했다. 그같은 영향으로 제주항공의 초창기 기업문화는 기존항공사에서 보기에 꽤 특이했다.
2005년 1월 회사 설립 후 2006년 취항 준비과정부터 취항이후까지 본부 간 교류가 유난히 많았다. 조종사가 정비사, 객실승무원은 물론 지상직원들과도 다 알고 지냈다. 이는 정비사도 객실승무원도 지상직원도 마찬가지였다. 회사를 처음 만드는 과정에서 시작된 이런 문화는 1000명이 넘을 때까지 이어졌다. 가장 큰 이유는 설립 초의 사무실 구조 덕분이었다. 당시 김포공항 화물청사 3층에 위치했던 사무실에는 CEO와 임원들을 비롯해서 조종사, 객실승무원, 운항통제, 예약센터, 영업운송 등이 모두 다닥다닥 붙어 있었는데 이들 전체가 한 개 층에 있었다. 한 개 층에 모여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얼굴을 부딪히며 지냈다.
김포공항 화물청사는 활주로를 따라 ---자형으로 지어진 특이한 구조이다. 건물 길이가 500미터가 넘고 한 가운데 복도를 따라서 양쪽으로 수많은 사무실이 존재한다. 국내에서 가장 긴 건물 순위가 있다면 랭킹 안에 들어간다. 입주사 직원들이 끝에서 끝까지 복도를 따라 운동 겸 산책을 다닐 정도였다. 제주항공은 사무실과 사무실의 문을 터서 통하게 했다. 모든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손님을 만나는 라운지를 중간에 조성해서 수시로 유대감을 쌓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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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CC의 수많은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내고 돈독한 기업문화를 창조해낸 유서 깊은 김포공항 화물청사에서 빠져나와 지금은 항공지원센터로 옮긴 제주항공이 그 때문인지 이제는 초창기 정신을 많이 상실했다고 평가받는다. 반면에 티웨이항공이 김포공항 화물청사 3층으로 입주하더니 각 본부별 유대를 쌓는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K-LCC업계에서는 최근 "과거 기존항공사들조차 불가사의하게 여겼던 제주항공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지금은 티웨이항공에서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제주항공은 2005년 1월25일 취임한 초대사장부터 2020년 5월31일까지 15년 5개월 동안 6명의 CEO가 바톤을 넘겼지만 단 한번도 항공사 출신을 대표로 선임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6월1일자로 선임된 아시아나항공 출신의 김이배 대표가 첫 항공사 출신이다. 물론 임원 중에는 기존항공사 출신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따라서 비항공인 출신의 대표이사가 주재하는 회의에서 "대한항공에서는 이렇게 한다" 라거나 "아시아나항공에서는 저렇게 한다"는 말이 매우 경계되었다. 오히려 "기존항공사처럼 하면 망한다"는 말이 나왔다. 항공사 운영전반에서 기존항공사와 다르게 운영되기를 바랐다. 제주항공에서 비교대상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이나 에어아시아의 지표였다.
성공한 LCC 창업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유난스러울 정도로 기존항공사를 따라 하지 않았다는 고집이 보인다. 전 세계에서 그리고 아시아에서 성공한 LCC의 공통점은 항공사 경험이 전혀 없는 혁신적인 리더십이 있었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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