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나가고 장 꼬이고..죽을고비 넘긴 이제훈, ‘탈주’→‘시그널2’ 열일 “난 글렀다”[인터뷰 종합]
입력 : 2024.06.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김나연 기자] 격동의 2년이었다. ‘탈주’ 촬영 후 무릎에 이상이 생긴 데 이어 지난해에는 ‘수사반장1958’을 촬영하다 장이 꼬여 죽을고비를 넘기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이제훈은 ‘모범택시3’과 ‘시그널2’까지 쉴틈없이 차기작 일정을 소화하며 ‘열일 행보’를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탈주’(감독 이종필) 주연 배우 이제훈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이제훈 분)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 분)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영화.

‘도굴’ 이후 약 4년만에 극장 개봉작으로 관객들과 만나게 된 이제훈은 “2주 후에 개봉하는데 많이 떨리고 관객분들 빨리 만나뵙고 싶다. 기회가 되면 관객분들이 극장으로 오시는 데 직접 찾아가서 맞이하고 이야기 나누고싶다. 최대한 시간이 닿는 한 ‘탈주’에 대한 홍보를 열심히 뛰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작중 이제훈은 10년 만기 제대를 앞두고 남한으로 탈주를 계획하는 북한군 규남 역을 맡았다. 그런 규남의 뒤를 추적하는 현상 역으로는 구교환이 분해 열연을 펼쳤다. 앞서 이제훈은 2021년 ‘청룡영화상’에서 구교환을 향한 공개 러브콜을 보내 화제를 모았던 바. 이제훈은 “구교환 배우님이 대중분들께 두각을 나타내고 사랑을 받기 전에 존재를 알고 있었다. 저한테 있어서 처음으로 눈에 확 들어온건 ‘아이들’이라는 단편이었다. 그때부터 저는 마음에 들고 흠모했던 사람이었다. 함께 하고싶다는 마음이 있어서 여기저기 이야기하고 다녔다”며 “‘탈주’를 읽고 현상 캐릭터를 누가 했으면 좋겠냐고 이야기 했을 때 저는 너무 강력하게 (구교환을)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공식석상에서 너무 사심이 담긴 표현을 하게 됐는데, 구교환 형이 제가 날린 하트를 하트로 받아주셔서 기뻤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작품으로 드디어 꿈을 이뤘다는 이제훈은 “캐스팅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할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기대 많이했고, 함께하면서는 ‘이 사람의 매력의 끝은 어딘가’ 싶어서 더 빠져들었다”며 “현상 캐릭터도 양파같은 매력이 있지 않나. 속내는 따뜻하면서도 무언가를 쫓는것에대한 집념과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손쉽게 다가갈수있는 사람이면서도 감히 눈앞에서 마주할수 없을 것 같은 에너지를 내뿜는데, 구교환 배우가 아니면 그렇게 못했을거라 생각한다. 자신만의 색으로 표현하는게 멋지고, 앞으로 더 기회가 있다면 함께 또 다른 스토리의 다른 장르로 만나게 되면 더 재밌을것 같다고 생각한다. 감독 구교환과 배우 이제훈으로 만나도 좋고, 제가 감독의 위치에서 작품을 하게 된다면 1순위로 구교환 배우님을 캐스팅 하고싶지 않을까 싶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작품 내에서도 두 사람은 우정인지 사랑인지 오묘한 브로맨스를 그린다. 이제훈은 규남과 현상의 감정에 대해 “그 지점에 대해선 제가 생각을 하진 못했다. 규남은 어릴때 여행가에 대한 책을 준 현상을 통해서 자유에 대한 꿈을 꾼거다. 이상향에 대한 목표에 있어서 현상이라는 존재가 규남에게 영감을 준 부분이 있다. 현상이는 계속해서 ‘여기 있어야지 더 잘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희망 아닌 희망 심어주지만 그게 정답이 아니라는 걸 규남은 알고 있어서 계속 벗어나려 한다. 현상은 현실을 인정하고 머물면서, 규남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너무 친했지만 지금은 대척점에 있는 두사람의 사이를 보여주는 시나리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규남 캐릭터에 대해 “10년 가까이 군대 생활을 하고 제대 이후의 삶이 정해져 있는데, 그게 맞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계속 해왔을것이고 여기서 벗어나고 내가 원하는 자유를 꿈꾸겠다는 목표로 탈주를 준비했다. 어떻게 탈출할지 동선을 매일밤마다 안과 밖을 오가면서 지도에 표시했다. 그런 각고의 노력이 쌓이고 쌓여서 실행에 옮길때가 됐는데 변수가 생겼고, 헤쳐가는 과정이 예상치 못한 부분도 있겠지만 협상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목숨을 걸고 무엇을 해서든 여기서 벗어나야한다는 일념으로 이 시나리오를 파고들었다. 그러면서도 규남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부분이 동혁이라는 인물 통해 드러낸다. 혼자 탈출하지 못하고 어떻게해서든 함께 가려고 하는 모습이 대단하다 싶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했다”라고 전했다.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영화 내에서 규남은 러닝타임 내내 달리고, 구르고, 또 달린다. 이 같은 고생길을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예상했다는 이제훈은 “뛰어가는 앞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차량에 카메라를 매달고 달리면 배우가 따라가며 연기해야한다. 실질적으로 앞에있는 차를 따라갈 순 없지 않나. 그런데도 어떻게 해서든 저걸 따라 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사람이 너무 헐떡여서 스스로 숨이 멎을수도 있겠구나 하는 경험을 이번 작품을 통해 했다. 무모하기도 했다. 하지만 뒤에 총알 빗발치고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지 않나. 그걸 예상할수없고 스스로 경험하고 체험해야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무식하지만 계속해서 매달렸다”며 “숨 멎는 그 순간까지도 뛰어보고 싶은 욕망이 들었다. 규남이 원하는 자유에 대한 표현을 극적으로 하고 싶었다. 그래서 후회없이 저를 표현할 수 있었다”고 열정을 드러냈다.

후회는 없지만 후유증은 뒤따랐다. 이제훈은 “이 작품을 하고 나서 오른쪽 무릎 바깥이 좋지 않게 됐다. 인대 쪽인 것 같다. 높은 곳에서 계단을 내려올 때 내려오는 시간이 길어지면 무릎이 접히지 않더라. 병원가서 확인했는데 많이 쓴 것때문에 무리가 간 것 같으니 앞으로는 조심해야겠다는 진단을 받았다”면서도 “너무 슬펐지만 다시금 그런 순간이 오더라도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주신다면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작품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표현해내기 어려웠다. 앞으로 산에서나 계단에서 내려올때 난간을 짚고 내려와야 하는 불안이 있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내가 이 곳을 넘어서야한다는 표현을 진심을 담아서 하고 싶었고, 표현이 된 것 같아서 후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뿐만아니라 이제훈은 ‘탈주’를 위해 살을 58kg까지 감량하기도 했다. 그는 “규남이 거치는 과정이 짧은 시간이었고 그에 앞서서도 워낙 쉽지않은 군생활이었다. 먹을게 있으면 동료들에게 나눠주는 마음씨를 가진 규남이라 처음부터 마른 장작으로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촬영기간이 3~4개월 정도였는데 갈수록 피폐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싶어서 여태까지 한 작품중에 먹는것에 대한 제한을 많이 뒀다. 점심시간, 저녁시간에 밥차를 보면서 외면해야했던 게 가슴아프고 힘들었지만 그렇게 했어야만 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작품 내에서는 뒷모습 실루엣이지만 이제훈의 전라 노출신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제훈은 “잡혀서 많이 맞은 상태고, 쪼그라든 규남을 모습 보여주고 싶었다. 그냥 쉽게 누르면 없어질수 있는. 그게 정말 작은 촛불의 불씨같고, 두렵지만 살아 남고 싶어하는 희망을 품는 눈빛을 담아내고 싶었다. 규남이 처한 현실을 몸소 표현해내고 싶어서 먹고싶어하는 욕망, 눈앞에 있는 것조차 외면해야된다는 부분을 느끼기 위해 어느 작품보다 강하게 스스로를 제한 했다. 너무 괴로웠지만 그렇지 않으면 표현하기 어려워서 메소드 아닌 메소드처럼 스스로를 계속 몰아붙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말투를 위한 노력을 묻자 그는 “작품 준비하면서 함흥에서 태어나고 황해도에서 군복무한 탈북자분께 레슨을 받았다. 저는 ‘고지전’도 찍었지만, 선생님을 만나면서 다 버렸다. 요즘 북한의 젊은 청년들이 하는 말투를 그대로 녹여서 만들어보자고 해서 그 의견 받고 충실히 준비했다. (선생님이) 북한의 요즘세대가 어떻게 말하는지 시나리오에 있는 대사를 일일이 하나하나 녹음해주셨다. 이분 말투를 완벽하게 마스터 하려고 했다. 유랑민 등장신을 촬영할 때도 선생님이 직접 오셔서 모든 배우들을 하나하나 다 지도해주셨다. 그분에게서 규남의 말투를 그대로 따와서 표현했다. 보통 감독님의 오케이 사인 기다리는데 저는 지도해주시는 선생님 얼굴을 봤다. 잘 안됐으면 감독님이 오케이 하셔도 다시 촬영했다. 굉장히 공을 들였다”라고 전했다.

지난 2022년 ’탈주’ 촬영을 마친 이제훈은 이후로도 쉬지 않고 차기작을 이어왔다. 그는 “‘탈주’ 끝나고 바로 ‘모범택시2’를 준비했다. 근 3~4년동안 쉰 시간이 없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더라”라며 “솔직히 인간으로서 좀 쉬고 멀리 여행가서 즐기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있는데, 좋은 작품이 있고 촬영을 하게 되니까 그 쉼을 잊고 달릴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좋은 기회가 있고 촬영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다. 특히 콘텐츠가 나오는 부분에 있어서 쉽지 않은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어서 하루하루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앞으로 더 그럴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특히 이제훈은 지난해 ‘수사반장1958’ 촬영 중 돌연 허혈성 대장염으로 수술을 받기도 했던 바. 이제훈은 “입원했을 때 선생님들한테도 많이 여쭤봤는데 매우 교통사고 같은 상황이었다. 장이 꼬였는데 사람이 살면서 장이 꼬일 수 있다더라. 보통은 잘 풀리는데 당시 저는 풀리지 않았다. 한 두시간만 꼬여도 피가 통하지 않아서 괴사하고 장이 썩어들어가는데 저는 아프고 난 이후에 4시간을 참고 수술을 하게 됐으니 여기서 인생을 마감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라고 아찔했던 상황에 대해 전했다.

그는 “너무 고통을 참기 힘들어서 진통제를 계속 놔달라고 했다. 어느순간은 진통제를 치사량까지 맞아서 더 놓을 수 없다더라. 수술을 결정하고 나서 사망동의서에 사인하는데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면서 여태까지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수사반장1958’을 완성하지 못하고 죽는건가? 그럼 어떻게 마무리 해야하지?’ 하고 잠들었는데 깼다. 살았더라.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 들면서 그 순간 내가 인생을 후회없이 살고 있었는지에 대해 짧지만 많이 생각하게 됐다. 깨어난 순간 ‘난 인생 마음대로 살거야. 억울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열심히 살았는데 즐기지 못한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그러고 나서도 작품을 하고 있는걸 보면서 ‘나는 글렀구나’ 싶다. 제 몸에게 미안하다”라고 솔직하게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현재 이제훈은 차기작으로 ‘시그널2’와 ‘모범택시3’가 예정돼있는 상황. 그는 “제 인생은 이런 것 같다. 아직 ‘막 살거야’에 대한 부분은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더군다나 ‘시그널2’는 지난 2016년 시즌1 방영 이후 수많은 시청자들이 염원했던 시리즈이기도 하다. 이제훈은 “대본이 전부는 아니고 초반만 나와서 봤는데, ‘미쳤다’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어떻게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지? 미쳤다. 사람들이 상상한 그 이상의 것을 보여드리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10년만에 나왔는데 ‘넣어두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 않나. 근데 ‘김은희 그 이상의 김은희다. 김은희가 더 김은희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감탄해 기대를 더했다.

2011년 영화 ‘파수꾼’과 ‘고지전’으로 주목받은 후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이제훈은 지난해 ‘모범택시2’로 연기대상을 수상하며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작을 선택하는 데 있어 부담감은 없냐는 질문에 이제훈은 “부담감은 매 작품 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평단의 이야기나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에 있어서 항상 좋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다. 그것에 만족할만한 사랑을 받지 못했을때 좌절이나 슬픔이 있을수 있지만 그럼에도 그 분들을 설득하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커서 더 열심히 해서 저를 갈고닦고 싶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좋은 작품을 통해 좋은 이야기를 잘 발견해서 연기로 표현하는 것을 계속 하고싶은 사람이기 때문에 안주하고 싶지 않다. 기회가 닿는 한, 누군가가 저를 계속 찾아주시고 선택해 주신다면 끊임없이 하고싶다”라고 열정을 드러냈다.

한편 ‘탈주’는 내달 3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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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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