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수원, 이후광 기자] 지고 있는 팀의 관중석이 맞나 싶었다. 매 이닝이 끝날 때마다 마치 에이스가 등장해 호투한 마냥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모두가 추격조로 나선 KT 루키 원상현(20)을 향해 보낸 응원이었다.
원상현은 지난 1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2차전에 구원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69구 호투를 선보였다.
원상현은 0-3으로 뒤진 3회초 무사 1루 위기에서 선발 조이현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등판과 함께 첫 타자 강승호 상대 우측 깊숙한 곳으로 2루타를 맞아 무사 2, 3루에 몰렸지만, 김기연을 3루수 땅볼, 전민재를 우익수 희생플라이, 조수행을 헛스윙 삼진으로 연달아 잡고 혼란을 수습했다.
4회초부터 프로 정상급 커브를 장착한 원상현의 호투쇼가 펼쳐졌다. 선두타자 정수빈을 중견수 뜬공으로 막은 뒤 이유찬과 제러드 영을 연달아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5회초 선두타자 양석환의 2루타로 무사 2루에 처한 가운데 김재환, 강승호를 연속 삼진, 김기연을 투수 땅볼로 돌려보냈다.
6회초 위기관리능력 또한 돋보였다. 1사 후 조수행의 번트 안타, 정수빈의 볼넷으로 1, 2루에 처했지만, 이유찬을 우익수 뜬공, 제러드를 유격수 땅볼로 잡고 실점하지 않았다.
원상현은 7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1사 1루에서 강승호를 루킹 삼진, 김기연을 우익수 뜬공으로 막고 깔끔한 5이닝 피칭을 완성했다. 투구수는 불과 69개. 이후 8회초 주권에게 바통을 넘기고 경기를 마쳤다. 투심과 커브의 완벽한 조화를 앞세워 이강철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원상현은 부산고를 나와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 1라운드 7순위로 입단한 우완 특급 신인이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쳐 소형준의 공백을 메울 5선발로 낙점됐지만, 전반기 11경기 2승 5패 평균자책점 8.04로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원상현은 퓨처스리그로 내려가 기본부터 다잡았다. 2군 코칭스태프와 함께 투구폼을 간결하게 바꿨고, 투심 계통의 구종을 연마하면서 기존의 패턴을 탈피했다. 그 결과 7월 투수 부문 메디힐 퓨처스 루키상 수상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원상현이 후반기 들어 처음 이 감독의 눈에 띄었던 경기는 지난 10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 당시 구원으로 나서 2이닝 2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하며 “불펜 1명이 부족한데 (원)상현이가 어제처럼만 던져주면 우리 입장에서는 좋다. 상현이는 멀티이닝이 되니까 운영하기 편하다. 많이 이길 때도 나갈 수 있고, 1~2점차로 뒤져 있을 때도 나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어제는 아주 좋은 경기였다”라는 사령탑의 극찬을 들었다.
원상현은 1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3⅓이닝 1실점을 거쳐 사흘 만에 다시 기회를 얻었는데 구원 등판 기준 종전 4개를 넘어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경신했다. 1선발과 같은 압도적 투구를 펼치며 남은 데뷔 시즌 전망까지 밝혔다.
불펜 요원이 부족하고, 5선발도 확실치 않은 KT에게 '원상현의 발견'은 향후 순위 싸움에 있어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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