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센트럴리그 1위가 확정됐다. 아베 신노스케(45) 감독이 취임 첫해에 이뤄낸 쾌거다. 그러나 올 시즌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가장 주목받는 리더는 따로 있다. 니폰햄 파이터즈의 신조 쓰요시(52) 감독이다.
아시다시피 파이터즈는 오타니 쇼헤이가 뛰던 팀이다. 그전에는 다르빗슈 유가 있었다. 당시는 퍼시픽리그의 강호였다. 2016년에는 일본시리즈 정상에도 올랐다.
그런데 핵심 전력의 유출(MLB 행)로 휘청했다. 2017년 이후로 급격한 내리막이다. 그런 상황에서 재건을 맡은 것이 신조 감독이다. 2021년 말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별수 없다. 팀은 더 심하게 망가진다. 2년(2022~2023년) 연속 꼴찌로 추락했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초반부터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간다. 시즌 막판인 현재는 2위가 굳어졌다. 28일까지 승률은 0.563이다. 3위와는 6.5게임차로 넉넉하다. 6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그야말로 눈을 비빌 성적이다. ‘신조 매직’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탁월한 지도력에 대한 칭찬이 차고 넘친다. 타이밍도 절묘하다. 올해가 임기 마지막이다. 시즌 중 연장 계약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MLB에서, 심지어 KBO에서도 간혹 있는 일이다.
하지만 NPB는 조심성이 많다. 줄곧 조용하다. 그러다가 최근에 관련 보도가 있었다. ‘조만간 속투를 요청할 계획’이라는 뉴스였다. ‘속투(續投)’란 ‘계속 던진다’는 뜻이다. 즉, 구단이 연장 계약을 제시할 것이라는 말이다.
급기야 최고위층의 코멘트도 나왔다. 27일 구단주 회의를 마친 뒤였다. 니폰햄 이가와 노부히사(63) 회장이 마이크 앞에 섰다. “아직 구단으로부터 품의가 올라온 것은 없어서 중립적인 말 밖에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나 자신은 (신조 감독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다.”
구단 프런트는 굳이 숨기지 않는다. 그룹 본사의 CEO도 칭찬에 침이 마른다. 객관적인 성적이 좋고, 여론도 뜨겁게 지지한다. 사실 이 정도면 끝난 얘기다. 신조 감독의 계약 연장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아니다. 조금 다른 분위기가 있다. 매체들은 끊임없이 의구심을 제기한다. ‘신조 감독 전격 용퇴설 떠오른다’(슈칸겐다이), ‘일본 최고가 된 뒤 퇴임하는 방식인가’(데일리신초) 같은 제목의 기사가 나오고 있다.
초점은 신조 본인에게 맞춰진다. ‘평안 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라지 않나. 구단에서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뭐 하나. 당사자가 마다하면 어쩔 수 없다. ‘여기까지만 하겠다’라면 붙잡을 도리가 있겠나.
일단 본인은 직접적인 언급을 피한다. 쏟아지는 질문 세례는 이렇게 비껴간다. “지금은 클라이맥스 시리즈(포스트시즌)만 생각하고 있다. 멋지게 싸워서, 정상에 서는 장면만 염두에 두고 있을 뿐이다.”
물론 아예 등판하지 않았으면 모른다. 현역 시절 대스타 중에는 지도자 변신을 꺼리는 사람도 꽤 많다. 그러나 이 경우는 다르다. 일단 발을 들여놨다. 현직이면서, 그러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그는 특이하다. 남다른 캐릭터의 소유자다. 평범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속된 말로 하면 괴짜다. 그야말로 자유로운 영혼이다. 이제껏 삶의 궤적이 그랬다. 일생일대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예상 밖의 결정을 내리기 일쑤였다. 그게 앞날에 대한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다.
우선 현역(한신 시절) 때 그랬다. 어렵게 FA 자격을 얻었다. 당연히 잔류가 예상됐다. 타이거스는 5년 12억 엔(약 110억 원)을 제시했다. 24년 전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액수다. 다른 팀에서도 연락이 왔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기자회견을 자청한다. 그리고 이렇게 선언한다. “간신히 내 이상에 어울리는 팀을 찾았다. 거기서 오래된 꿈을 펼쳐보겠다.”
그곳은 뉴욕 메츠였다. 주전 자리가 보장된 곳도 아니다. 연봉은 겨우 50만 달러(약 6억 원)였다. 친정팀이 부른 액수에 한참 못 미치는 액수다.
미국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뉴욕-샌프란시스코-뉴욕을 3년간(2001~2003년) 떠돌았다. 자기 앞가림도 겨우겨우 한다. 그러면서도 남 걱정이 앞선다. 혼신의 캠프를 치르는 어린 선수들을 보며, “저런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미국 코치들 귀에는 이상한 소리로 들린다. ‘별로 의욕이 없구만.’ 그리고 마이너리그행이 결정된다.
결국 일본으로 돌아가야 했다(2004년). 맞아준 곳이 지금의 니폰햄이었다.
여기서도 3년째가 문제였다. 시즌 초반부터 은퇴를 공언했다. 그리고 그 말을 실천했다. 문제는 그 시즌에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선수 생활 최초의 일이다. 최고의 순간에 그라운드를 떠난 것이다.
이후로는 야구계를 떠났다. 아예 연예인의 삶이었다. 광고 모델, 패션 모델, 경마 마주, 방송 출연…. 웬만한 예능인 빰치는 인기를 누렸다.
‘용퇴’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박수 칠 때 떠나라.’ 그의 삶 자체가 그랬다. 질척이는 건 질색이다. 폼생폼사다. 어찌 보면 자기 관리의 화신인 셈이다.
지금 인기는 상한가다. 오히려 선수 때보다도 낫다. 이 상태라면 최고의 블루칩 대우를 받을 수 있다. 한동안 연예계를 주름잡고도 충분하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그렇다. 모아둔 자산은 모두 사기 피해로 날렸다. 그것 때문에 감독을 맡았다는 후문도 파다하다. 이제는 다르다. 금전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그 길이 빠를지 모른다. 물론 승부에 대한 스트레스도 훨씬 덜할 것이다.
그에게는 2개의 별명이 있다. ‘프린스(PRINCE)’와 ‘빅보스(BIG BOSS)’다. 후자는 감독 첫해(2022년)에 등록명으로 쓰기도 했다. 아무래도 리더십이 떠오르는 말이다.
반면 전자는 한신 시절의 호칭이다. 훤칠한 외모(181cm, 76kg)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에서 비롯됐다. 말 그대로 팬들을 설레게 하는 ‘고시엔의 왕자’였다. 야구인보다는 연예인에게 어울리는 닉네임이다.
과연 2025년에 그는 어떻게 불릴까. ‘빅보스’로 남을까. 아니면 ‘중년의 프린스’로 변신할 것인가. 도통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이다.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