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소영 기자]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가 tvN 드라마 역대 시청률 9위에 오르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원작과 다른 결말에 따른 호불호가 갈렸지만 배우들의 명연기는 이견 없이 박수 받을 만했다.
'정년이'(연출 정지인/극본 최효비/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스튜디오N, 매니지먼트mmm, 앤피오엔터테인먼트)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담았다.
'여성국극'이라는 낯선 소재를 배우들이 멱살 잡고 하드캐리했다. 김태리는 ‘역시 김태리’라는 찬사를 받았고 신예은 또한 넷플릭스 ‘더글로리’를 뛰어넘는 연기를 선사했다. 정은채는 옥경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만났고 서혜랑 역의 김윤혜, 홍주란 역의 우다비도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정년이'는 주인공 윤정년이가 당대 최고의 여성국극단인 매란에 입단해, 최고의 국극배우가 되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경쟁하고 연대하며 찬란하게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 그 시절 여성들의 꿈은 때로는 공감과 안타까움을, 때로는 벅찬 감동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그런데 원작과 다른 결말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웹툰 원작에서는 캐릭터 다수가 자신의 꿈을 1순위로 두며 여성들의 희망을 전했지만 ‘정년이’ 마지막 회에서는 홍주란과 영서 언니(민경아 분)가 결혼을 택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원작 팬들 사이에서 “여성 서사 다 망쳤다”는 쓴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정지인 감독은 OSEN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도 수용해야 했기 때문에 상의를 많이 했고, 결국 캐릭터와 배우들에게 집중해서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부용이 캐릭터가 원작에서 팬, 퀴어, 주체적인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이 있었는데 어떤 한 캐릭터에 담기 보다는 드라마 전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작가님, 배우들과 상의하면서 담아봤다”고 밝혔다.
다음은 정지인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정년이> 흥행에 대한 소감 및 가장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은 무엇인가요?
배우와 스텝들과 함께 오랜 시간 노력한 결과물이 이런 큰 사랑을 받게 돼서 무척 기쁩니다. <정년이>를 사랑하고 응원해 주신 시청자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시청자 반응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국극에 대한 반응들입니다. 집에서 이런 걸 돈 주고 봐도 되냐는 댓글들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정년이> 연출에 있어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현대의 많은 시청자들에게는 생소한 장르인 여성국극을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지 가장 고민이 많았습니다. 국극은 당시 관객들이 현실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던 최고의 오락거리 중 하나였다는 점을 생각하며 우리 시청자들도 그에 못지않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무대의 커튼이 열리는 순간, 마치 놀이공원에 처음 입장하는 듯한 기대감과 흥분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드라마 속의 관객과 시청자들이 동일한 선상에서 이런 기분을 어떻게 느낄 수 있을지 촬영 전부터 배우, 스텝들과 함께 방향을 잡았습니다.
소재가 다소 낯선 만큼, 이야기와 캐릭터들은 최대한 보편성을 띨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또한 원작의 생생한 캐릭터들이 어떤 배우들을 만나야 더 큰 생동감을 가지고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캐스팅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다행히 김태리 님을 비롯해 재능과 열정이 넘치는 배우들이 합류해 준 덕에 쉽지 않은 작품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가장 공들여 촬영한 장면은 무엇이며, 어떻게 촬영했는지 비하인드
아무래도 모든 스텝과 배우들이 총력을 기울인 건 국극 장면들이었습니다. 보통 주 2~4회의 촬영을 진행하면 나머지 날들은 배우들은 연습을 하고 나머지 스텝들은 틈틈이 국극 장면을 구현하기 위한 회의나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국극 촬영은 카메라 리허설과 드레스 리허설을 본 촬영에 앞서 하루씩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의 무대 동선 확인, 카메라와 장비 동선, 조명 세팅, 의상과 분장 헤어 세팅 등을 보면서 본 촬영에서 수정 보완할 것들을 미리 확인했습니다. 본 촬영은 무대 위주의 촬영과 관객을 포함한 촬영, 그리고 CG용 관객 소스 촬영을 각각 나눠 진행했습니다. 보통 한 작품당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기간이 평균적으로 소요됐습니다.
국극을 제외한 촬영 중 가장 공들인 건 아무래도 10회 엔딩, 용례가 부르는 추월만정을 정년이 처음으로 듣는 장면이었습니다. 대본 상황에 적합한 장소를 촬영 시기에 임박해 겨우 구했고, 일출과 밀물과 썰물 시간대를 몇 달 전부터 계산해서 두 번에 걸쳐 촬영한 장면입니다. 한 씬을 이렇게 오래 준비해 찍은 건 연출하면서 처음 있는 경험입니다. 며칠에 걸쳐 찍으며 훌륭한 감정선을 연기한 두 배우 덕에 화룡점정을 찍으며 완성할 수 있던 장면입니다.
-김태리, 신예은, 라미란, 정은채, 김윤혜를 비롯해 배우들의 열연이 방영 내내 화제였습니다.
김태리 님이 쏟은 열정과 노력은 우리 작품을 떠받치는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순간이 올 때 정년이를 생각하면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신예은 님의 촬영 중 반전의 순간들도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종종 허영서와 신예은을 오가며 장난칠 때마다 다시 영서로 돌아오라고 말로는 그랬지만 속으로는 주머니 속에 넣어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라미란 님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현신이었습니다. 단원들과 있을 때는 여고생같이 해맑게 있다가 촬영만 들어가면 어느새 소복으로 초 집중하는 모습에 수차례 반했습니다. 정은채와 김윤혜는 매란의 왕자와 공주로서 오래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저 역시 온달과 평강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할 때가 참 슬펐습니다. 둘의 마지막 무대가 드디어 끝났고 이제는 보지 못할 조합이라 생각하니 눈물이 날 정도로 아쉬웠습니다. 다시는 만나기 힘든 배우들의 조합이라 생각합니다. 이분들과 그 외의 모든 분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큰 영광이었습니다.
-드라마 <정년이>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시나요?
소리 한 가락, 한 소절을 우연히라도 듣게 되면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소리인데, 아 정년이에서 나왔구나! 정도의 반응만 나와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부용이 캐릭터 삭제 의도와 스토리 공백을 어떻게 채우려 했는지
부용이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제가 연출로 들어오기 전부터 있었던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작품에 합류했을 땐 결정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최효비 작가님, 원작 작가님과 상의하는 과정에서 12부작 회차 안에서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집중시켜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도 수용해야 했기 때문에 상의를 많이 했고, 결국 캐릭터와 배우들에게 집중해서 풀어냈다고 생각합니다. 부용이 캐릭터가 원작에서 팬, 퀴어, 주체적인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이 있었는데 어떤 한 캐릭터에 담기 보다는 드라마 전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작가님, 배우들과 상의하면서 담아봤습니다.
국극과 소리의 매력에 우리 배우와 스텝들이 푹 빠진 만큼 시청자들에게도 그 에너지가 와 닿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그런 부분이 통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거기에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과 그들의 관계성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은 것도 한몫한 게 아닐까요.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를 가장 가까이에서 본 소감과 고마운 점?
가장 먼저 합류한 김태리 님부터 특별출연해 주신 문소리 님을 비롯한 모든 배우들이 어떤 책임감을 가지고 이 작품에 임했습니다. 여성 배우들이 주축이 된 이 드라마가 대중적으로 무조건 성공하길 바라는 강한 염원과 책임감이었습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는데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였습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협동의 퍼포먼스라고 생각하며 모두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함께 한 모든 분들 덕분에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다시 좋은 작품에서 인연이 되어 만나 뵙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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