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나연 기자] 배우 박규영이 ‘오징어 게임’ 시즌2를 함께한 소감과 더불어 시즌3의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강노을 역을 맡은 배우 박규영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
작중 박규영은 군인 출신의 탈북민이자 진행요원으로서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 강노을 역으로 분했다. 그는 작품에 함께하게 된 계기를 묻자 “사실 역할을 제안받진 않았다. 저는 2번의 오디션을 봐서 이 역할에 참여하게 됐다”며 “제가 핑크가드라는 것은 전체 대본을 받고 알게 됐다. 참가자의 역할도 너무 흥미롭고 하고 싶지만, 진행요원 역할로 새로운 세계관을 설명드릴 수 있다고 느껴졌다. 새로운 줄기를 설명할 수 있는 기회라 기대가 많이 됐고 더욱더 감사한 부분이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 번의 오디션을 보면서까지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출연하고 싶었던 이유를 묻자 박규영은 “당연히 전 세계적으로 너무 사랑받은 시리즈고, 그런 시리즈에 어떤 역할로든 출연하게 되는 건 연기자 인생에서 몇 번 없는 기회라 생각한다. 어떤 방식을 통해서라도 오디션을 볼 수 있다면 보는 것조차 감사한 일”이라며 “시즌1이 역대급으로 성공한 시리즈지 않나. 많은 배우들과 스태프분들의 노고에 도움을 받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무조건적으로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글로벌 흥행을 거둔 작품인 만큼 시즌2에 합류하는 데 있어서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을 터. 박규영은 “부담스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언제나 이야기에서 어떤 역할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가 주된 고민거리였다. 사실 정말 많은 배우분들이 등장하고 그중에 작은 역할이라면 작은역할, 큰 역할이라면 큰 역할을 맡고 있어서 그 분량 속에서 최대한 시청자들이 제 서사나 정서를 이해하게끔 설명을 해야하지 않나. 그런 부분들을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박규영이 참가자가 아닌 핑크가드라는 설정은 시즌2에서 가장 큰 반전요소로 작용했다. 캐스팅 후 1년 반정도 스스로 엠바고를 걸고 부모님에게조차 알리지 않았다는 그는 “찍으면서 외로웠다. 많은 부분 혼자 촬영했고, 주위에서 친해졌냐 물어보면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없으니까 ‘재밌어’라고만 얘기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오징어 게임’의 시그니처인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출연진들에 대한 부러움도 있었다고. 박규영은 “사실 저도 게임장에서 촬영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시즌1의 팬이었기 때문에 트레이닝복 굿즈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분들이 입고 다니는 걸 보면 부럽기도 했는데 사실 저도 핑크 수트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입는 게 재밌었기 때문에 핑크 수트도 만족스럽게 촬영했다.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핑크 가드 역할을 의심의 여지 없이, 후회 없이 고를 것”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진행요원 특성상 마스크를 낀 채로 연기하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박규영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 신도 대부분 제가 촬영했다. 은근히 수트 안에 있는 게 잘 들리거나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 제가 평소 하는 것보다 크게 얘기해야 했는데, 음향은 후시 녹음으로 명확히 처리했다. 핑크 수트 입는 게 재밌고 신나더라”라고 말했다.
총기를 사용하는 역할은 처음이었다는 그는 “액션 스쿨 다니면서 자세를 연습했고 현장에도 총기를 담당하고 지도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호흡을 어떻게 하는지 배웠다”며 “사격은 처음인데 충분한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서 위험한 상황은 없었고 부상도 단언컨대 없었다”고 설명했다.
강노을은 돈을 모아 북에 두고 온 어린 딸을 찾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인물. 박규영은 강노을이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노을이 인생에 거는 마지막 기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을이가 진짜 돈이 너무 없어서 차에서 생활하는 인물은 아니다. 집에서 살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해서 본인을 어둠으로 몰아넣으면서 사는 인물이다. 그런 노을이가 딸이라는 작은 생명에게 마지막 기대를 걸어 게임 속으로 자기를 다시 한 번 던져넣은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돈을 벌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거기 수반되는 다양한 감정이 있을 것 같다. 작은 생명들에 대한 감정이 작지만 단단하게 뭉쳐서 자신을 던지는 계기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강노을은 박경석(이진욱 분)의 딸 나연에 상냥한 모습을 보여주거나, 딸의 병원비를 위해 오징어 게임에 참석한 박경석을 보고 동요하는 등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기도 했다. 박규영은 “삶의 의지가 하나도 없는 노을에게 남아있는 희망이나 실마리가 딸을 찾겠다는 의지다. 그래서 나연을 봤을 때 ‘딸이 살아있었다면 이 정도 커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이라며 “원래 대본에는 묘사가 없었지만 나연이가 저한테 주는 그림에 토끼와 손을 잡고 있는 그림을 소품으로 요청했다. 정서적 유대감 심어주는 그림이나, 병실에 보러갔을때도 조심스럽게 터치하는 부분 등 나연이를 보면 제 딸이 생각나게 한다는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평소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편이라는 그는 “저만의 동기가 확고해야한다”고 자신만의 신념을 전했다. 박규영은 “아무래도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기 때문에 사이사이 전사라거나 동선이 다 설명될 수는 없다. 그런 부분을 감독님과 대화하며 메꿔나가고, 일일이 보여드릴 수 없지만 제 안에서 다져나가며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 스스로에게 동기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노을이 게임 탈락자들을 죽이면서도 장기매매에 이용되지 않도록 확인사살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대장도 ‘이미 죽을 목숨인데 장기를 다른 사람 살리는데 쓰는 게 뭐가 문제냐’는 대사를 한다. 어떤 분들이 보시면 그게 맞지 않나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노을은 삶의 의지가 단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고 그래서 본인만의 최소한 인간이 지켜야 하는 윤리적 죽음은 무엇인가, 인간 대 인간으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는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 강노을이 북한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탈북하고 7년 동안 생활했기 때문에 표준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설정 하에 연기했다. 그래도 저희가 주로 보여드리는 관객분들이 한국분들이라 최대한 이질감을 덜고 싶다는 생각에 설정을 정당화 했던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강노을을 비롯해 시즌2에 출연하는 주요 여성 캐릭터들이 ‘엄마’라는 점에는 많은 시청자들의 아쉬움이 따르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해 박규영은 “가장 소중하지만 상실된 대상이 딸일 뿐이지 그게 모성애나 여자가 가져야 할 감정으로 국한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노을은 자기가 가장 소중하게 여긴 것을 상실한 캐릭터라 생각한다. 가장 소중한걸 지켜야 하는, 가장 소중한걸 잃은 채 살아가는 인물이라고 이해하고 봐주시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청자들의 혹평 속에서도 ‘오징어 게임2’는 공개 직후 넷플릭스 드라마 최초로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93개국 모두에서 동시 1위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밖에 공개 4일만에 시청수 6800만이라는 역대 첫주 최다 시청수를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를 이어가는 상황. 박규영은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를 묻자 “감독님의 확고한 세계관 안에 미술적, 음악적으로 흥미롭고 감상하시기에 즐거운 부분 있다. 즐거움 속에서 시청자분들도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가를 생각하게 되는 요소들도 있고, 다양한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존재가 흥행 요소들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같은 글로벌 관심 속에서 2025년에는 시즌3가 공개돼 열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시즌2와 함께 촬영을 진행한 만큼 이번에 명확히 해소되지 않은 부분들도 시즌3에서는 충분히 설명될 것이라고. 박규영은 “시청자분들께서 궁금해 하시고 기대해주시는 많은 부분들이 다 만족스럽게 나온다. 의문이 모두 풀어지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시즌3 시청을 당부했다.
박규영은 ‘오징어 게임2’에 대해 “30대에 가장 큰 터닝포인트가 될 작품”이라고 꼽았다. 그는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1분이든 1시간이든 그 시간을 저한테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 않나. 그런데 93개국의 많은 시청자들이 제 모습을 몇 분이라도 봐주신다는 게 감사하고 다시 생각해도 신기하다. 이걸 계기로 좀 더 분발해서 남은 30대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특히 박규영은 ‘스위트홈’을 시작으로 ‘셀러브리티’, ‘오징어게임’, ‘사마귀’에 이르기까지 5년째 넷플릭스와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셀러브리티’ 공개 당시 넷플릭스의 딸은 “아직”이라고 답했던 그였지만 이제는 “넷플릭스의 딸 맞는 것 같다”며 웃었다. 박규영은 “세계적으로 스트리밍되는 서비스에 계속 출연할 수 있는 게 감사하다. 그 인터뷰 이후로 두 작품 더 캐스팅 됐기때문에 감사하게도 (넷플릭스의 딸이) 맞는 것 같다”고 거듭 감사를 표했다.
‘오징어 게임2’ 이후 박규영은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로 글로벌 관객들과 만날 전망이다. 박규영은 “차기작으로는 ‘사마귀’ 촬영을 마쳤다. 그간 ‘셀러브리티’ 이후에 여러 촬영을 많이 해서 그 작품이 순차적으로 공개될 것 같은데 기대해주시면 감사드릴 것 같다”고 인사했다.
그러면서 올해 목표에 대해서는 “올해는 더 건강하게 살고 싶다. 사실 여태 정말 달려와서 뒤돌아볼 시간이 물리적으로 없었다. 뒤돌아보고 숨 쉬는 한 해가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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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