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좋았으면 춤까지…35세에 이뤄진 꿈, 당사자도 웃지 못했던 FA 이적에 김상수가 웃었다
입력 : 2025.02.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2015 프리미어12 대표팀 시절 김상수와 허경민. /OSEN DB[OSEN=질롱(호주), 이상학 기자] KT 김상수. /waw@osen.co.kr

[OSEN=질롱(호주), 이상학 기자] “주위에서 술 마신 것 아니냐고 했는데…”

프로야구 KT 위즈 내야수 김상수(35)는 지난해 11월 ‘친구’ 허경민(35)이 FA 이적으로 팀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선 자기 일처럼 기뻤다. 4년 40억원에 계약한 허경민이 수원KT위즈파크의 클럽하우스를 찾았을 때 김상수가 격하게 반겼다. 허경민의 응원가를 부르며 춤을 추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혀 화제가 됐다. 

허경민으로선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적이었다. 두 번째 FA에서도 좋은 계약을 따냈지만 16년 몸담은 두산을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지난해 7월 수훈선수 인터뷰 때 단상에 올라 “앞으로도 두산에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해 잔류를 철석같이 믿었던 두산팬들의 반응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김상수가 춤까지 추면서 환영해주자 허경민도 그제서야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호주 질롱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김상수는 “경민이가 와서 너무 좋았다. 프로에 와서 청소년대표팀 친구들과 한 팀에서 같이 야구를 해본 적이 없었다. (정)수빈이, (박)건우, 경민이는 두산에서 같이 뛰었고, (오)지환이도 LG에 (정)주현이란 친구가 있었다. 청소년대표팀 시절 친구와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30대 중반에야 이뤄졌다. (춤추는) 영상이 많이 돌아 주위에선 ‘술 마신 것 아니냐’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서 그랬다”며 웃었다.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 후 귀국 현장에서 웃고 있는 허경민과 김상수. /OSEN DB

2008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김상수, 허경민, 오지환, 안치홍 등 이른바 ‘4대 유격수’들이 모여 우승을 합작했다.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한국의 마지막 청소년대표팀으로 이들은 나란히 2009년 프로 데뷔 후 굵직한 족적을 남기며 3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도 각 팀의 주전으로 롱런 중이다. 

삼성 왕조의 주전 유격수로 2011~2014년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경험한 김상수는 2023년 KT로 FA 이적한 뒤 안정된 수비력으로 팀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심우준이 상무에서 전역해 2루수로 자리를 옮겼지만 그가 한화로 FA 이적하자 올 시즌 다시 유격수로 준비 중이다. 30대 중반 나이가 됐지만 움직임이 많은 중앙 내야수로서 몸놀림이 살아있다. 

김상수는 “유격수든 2루수든 경기에 많이 나갈 수 있다면 어느 자리든 좋다. 유격수를 오래 했지만 어느 포지션이든 크게 힘들고 어려운 건 없다”며 “(황)재균이 형이 경쟁을 위해 외야까지 훈련하고 있다. 저보다 3살 많은 형이 그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프로 스포츠에선 경쟁을 하는 게 당연한 것이고, 뒤처지지 않고 이겨내기 위해 서로 노력하다 보면 그만큼 팀이 더 강해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 시절 수비 훈련을 받는 김상수. /OSEN DB[OSEN=이대선 기자] KT 김상수. 2024.07.20 /sunday@osen.co.kr

선배들과 경쟁을 이기기 위해 천성호, 권동진, 강민성, 윤준혁, 유준규 등 20대 후배 내야수들도 연일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있다. 팀 훈련을 마친 뒤에도 엑스트라조로 남아 그라운드를 구르는 후배들의 모습을 본 김상수는 “저도 저렇게 했다. 처음에 입단했을 때 삼성 수비코치님이 류중일 감독님이셨다. 감독님이 된 뒤에도 훈련량을 많이 가져가셨다. 5~6년차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지옥의 펑고를 받았다. 저는 혼자서 맨투맨으로 했다”며 5명의 선수들이 나눠 펑고를 받는 후배들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이야기했다. 

어릴 때 강훈련으로 다저놓은 수비 기본기는 17년차가 된 지금까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김상수는 “경험을 통해 나오는 것도 있지만 어릴 때 했던 것을 무시 못한다. 수비는 훈련이 많이 할수록 실력이 는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 중 하나로서 어릴 때 훈련한 덕을 지금까지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 또래 친구들도 여전히 수비 잘한다. 발이 느려지지 않게끔만 하면 좋은 수비를 계속 더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올해 목표로 전 경기 출장 의지를 드러낸 김상수는 “감독님 스타일상 경기를 다 내보내진 않으실 것이다. 그래도 부상 없이 최대한 많은 경기를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120경기 이상 나가고 싶다”며 “이제 17년차인데 야구를 할 날이 한 날보다 적게 남았다. 후회 없는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OSEN=이대선 기자] KT 김상수. 2024.10.06 /sunday@osen.co.kr[OSEN=김성락 기자] KT 김상수. 2024.03.23 / ksl0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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