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둘러싼 잡음이 드디어 잠잠해지는 것일까.
북미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7일(이하 한국시간), ‘작고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구단주 피터 세이들러 가족 간 법적 분쟁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지 약 한달 만에 메이저리그 구단주들은 만장일치로 그의 형인 존 세이들러를 파드리스 구단의 관리 책임자로 승인했다. 피터 세이들러의 신탁 관리자로 공식 취임하는 동시에 회장으로 임중이 될 것이고 이 절차는 약 30일 가량 걸릴 전망이다’라고 보도했다.
지난 2023년 피터 세이들러 구단주가 지병으로 별세한 뒤 샌디에이고 구단 운영은 급격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미망인인 실 세이들러는 지난 피터의 동생인 밥 세이들러, 맷 세이들러를 고소했다. 지난해 12월, 맷이 존을 구단의 책임자로 임명한다고 발표한 뒤 실은 이를 즉각 반박했다. 지난 1월, 신탁 관리인으로서 의무를 위반했고 사기를 쳤다는 이유로 피터의 형제들에게 소송을 제기했다. 피터가 사망 전, 자신을 팀의 택임자로 지정했고 자신과 자녀들이 구단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소장에 실은 ‘존은 샌디에이고 지역에 연고가 없고 프로 구단 운영과는 무관한 토목공학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존은 ‘구단 홈 경기에 자주 착석하고 공학 컨설팅 회사의 CEO로서 사업적으로 성공한 기업가이자 지도자’라고 반박했고 또 피터가 아내를 신탁 관리자나 구단 관리자로 임명할 의사가 없었다고 재차 주장했다.
메이저리그 구단주가 되기 위해선 구단 지분을 최소 15% 이상 확보해야 하는데 실과 자녀들은 25%가량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존이 보유한 지분은 소수라고 알려져 있다. 이를 근거로 구단 장악을 위한 법적 조치 들어갔고 이후 내분이 계속됐다. 실은 존의 관리자 임명을 무효화하고 신탁을 관리할 중립적인 제3자를 임명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디애슬레틱’은 ‘이 사안이 몇달에서 몇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샌디에이고의 상황을 면밀히 살펴봤다.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단주 회의에서 결정을 내렸다. 사무국과 나머지 29개 구단 구단주들은 피터의 형제들 손을 들어준 것.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우리는 존 세이들러가 피터의 신탁 관리자로 취임하는 즉시, 샌디에이고 구단의 회장이 되는 것을 승인했다. 세이들러 가문이 계속해서 샌디에이고 구단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며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결정이다”고 발표했다. 메이저리그 구단주 4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서 공식적으로 승인됐다.
소송과 관련해서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이 소송은 실과 신탁 관리자들 사이의 법적 분쟁이고 메이저리그 사무국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피터는 명확하고 서면으로 된 유산 계획과 승계 계획을 제출했고 우리는 그 계획에 따라서 절차를 진행한 것이다. 신탁 관리자가 후임 회장을 임형하는 과정도 계획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망신 실 측의 대변인은 사무국의 결정 직후 “이번 결정은 예상됐던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실 세이들러의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소송의 타당성에 대한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소송이 구단과 피터의 유산을 오랫동안 보호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반발했다. 소송과 사무국의 결정은 별개라고 강조했다.
샌디에이고로서는 비참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피터가 작고한 뒤 구단은 정상궤도를 이탈했고 좀처럼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2012년 샌디에이고를 인수한 피터는 2020년부터 구단주 역할을 맡고 있는데, 이후 공격적인 투자로 지구 라이벌 LA 다저스를 위협해 왔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14년 3억4000만 달러), 조 머스그로브(5년 1억 달러), 잰더 보가츠(11년 2억8000만 달러), 다르빗슈 유(6년 1억800만 달러), 매니 마차도(11년 3억5000만 달러), 제이크 크로넨워스(7년 8000만 달러) 등 여러 스타 선수들에게 대형 장기 계약을 안겼다. 공격적인 투자로 스타플레이러를 수입했고 성적도 따라왔다. 샌디에이고는 최근 5년간 3번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최근 2년 연속 구단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성적과 흥행을 모두 챙기며 구단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피터의 사망과 함께 구단 중계 방송사였던 밸리스포츠의 소유주인 다이아몬드스포츠그룹이 파산하면서 중계권 수입 흐름이 끊겼고 구단 사정이 빠듯해졌다. 긴축재정을 펼칠 수밖에 없었고 올 겨울에는 포수 엘리아스 디아즈와 1년 35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은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메이저리그 계약이 없었다. 디아즈도 재계약이고 외부 영입은 없었다.
김하성(탬파베이)을 비롯해 주릭슨 프로파(애틀랜타), 태너 스캇(LA 다저스), 카일 히가시오카(텍사스) 등 FA를 얻은 주축 선수들을 모두 뺏길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딜런 시즈, 루이스 아라에즈 등 지난해 트레이드로 합류한 정상급 선수들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으면서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경영권 분쟁까지 겹치며 샌디에이고 구단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3년 42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외야수 프로파는 “샌디에이고는 구단주와 관련된 문제가 있다. 솔직히 샌디에이고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기존의 선수단도 동요할 수밖에 없다. 팀의 리더인 매니 마차도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 전력 보강이 이뤄지지 않아 실망스럽다. 팀의 핵심 선수들을 다른 팀으로 보내야 했다는 게 많이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장 주축 선수들을 뺏기고 기존 선수들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샌디에이고가 다시 정상화 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항간에 떠돌던 연고 이전설에 대해서는 맨프레드 커미셔너가 “연고 이전 논의는 한 번도 다뤄진적이 없다. 샌디에이고는 훌륭한 시장이고 구단 시설도 우수하다. 연고 이전은 우려스럽지 않다”라고 진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단을 둘러싼 위협은 여전하다. ‘디애슬레틱’은 ‘일부 관계자들은 가족간 분쟁이 장기화 될 경우 세이들러 가문이 구단 매각을 고려하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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