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이치로처럼 아침에는 늘 카레만 먹고(사실은 다른 것도 많이 먹었다고 최근 밝혔지만), 오타니처럼 웬만하면 외식은 나가지 않는다고?
일본 프로야구 선수라고 다 그러는 건 아닌 것 같다. 내로라하는 명문 구단 출신이 최근 아찔한(?) 과거 얘기를 숨김없이 털어놔서 화제다.
다카하시 히사노리(49)는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이승엽의 요미우리 시절의 팀 동료였던 좌완 투수다. MLB에서도 5년을 뛰었다. 메츠, 에인절스, 컵스 등에서 활약했다. 개인 통산 93승(85패)의 기록을 남겼다.
그는 최근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히사짱’이라는 채널(구독자 8만)의 주인이다.
최근작이 화제다. 예전 팀 선배를 초대했다. 같은 왼손 투수였던 미야모토 가즈토모(60)다. 지금은 요미우리 자이언츠 여자팀의 감독으로 재직 중이다. 이번 출연에서는 유쾌한 입담으로 구독자를 쓰러지게 만든다.
가장 솔깃하게 만드는 건 역시 ‘밤’ 얘기다.
그가 뛰던 1980~1990년대는 요미우리의 황금기다. “그때는 우리 팀에 쟁쟁한 선발(투수)들이 버티고 있었다. 4~5선발이던 내가 14승을 했으니, 말할 필요가 없다. 사이토 마사키가 20승, 구와타 마스미도 14승, 기다 마사오가 12승, 고다 이사오가 11승을 하던 시절이다(1990년).”
5명이 10승을 넘겼다는 말이다. 에이스였던 마키하라 히로미가 부상으로 주춤하던 시기다. 혼자만 9승에 그쳤다. 자칫하면 6명이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할 뻔했다.
자연히 분위기도 좋고, 단합도 잘 됐다. 원정만 가면 뭉쳤다. 매일 밤 먹고, 마시는 일정이 계속된다. 훈련보다, 실전보다, 술자리가 힘들어 죽겠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양심상 다음 날 선발은 열외를 인정해 줬다.
“나고야였던 것 같다. 그날도 역시 우르르 몰려 나갔다. 가게(술집)에 가면 주니치 팬들이 대부분이다. 그들도 우릴 보면 금세 알아본다. ‘오오, 교징(거인, 자이언츠의 애칭)이 놀러 나왔구나’ 하는 표정이다.”
미야모토의 기억은 이어진다.
“거기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눈썰미 좋은 팬들은 곧 알아차린다. ‘가만히 있어봐. 다들 있는데, 사이토가 안 보이네? 아하, 내일 선발은 그 친구구나.’ 움찔할 만큼 정확하다. 그때만 해도 선발 예고 같은 게 없을 때 아닌가. 왠지 진땀을 흘렸던 생각이 난다.”
입단 초기에도 비슷했다. 20대 초반, 숙소에서 생활할 때다. 어쩌다가 (1군) 승리투수가 되면 주변이 난리다. ‘한 잔 쏴.’ 성화가 빗발친다.
문제는 밖으로 나가는 일이다. 이미 구단이 정한 통행금지 시간은 지났다. 현관은 위험하다. 뒤쪽 비상구를 이용해야 하는데, 장애물이 있다. 철조망이다.
누군가 소방서에 전화를 건다. “저렇게 막으면, 화재 때 어떻게 탈출하냐. 위험하다”라는 신고다. 다음날 숙소 관리인이 소방서에 불려 간다. 혼쭐이 난 뒤 철조망은 철거됐다.
그렇다고 해결된 게 아니다. 구단은 플랜 B를 가동한다. 비상계단에 얇은 종이를 붙여 놓은 것이다. 누군가 지나가면 흔적이 남도록 하는 장치다.
하지만 머리싸움은 끝이 없다. 선수들은 미리 비슷한 종이 여러 장을 만들어 놓는다. 훼손된 곳을 감쪽같이 복구해 놓기 위해서다.
물론 그런 시대일수록 군기는 칼 같다. 역시 미야모토 씨의 회고다.
“신참 때의 일이다. 훈련이 끝난 뒤 라커룸에서 선배 한 명이 자신의 스파이크를 내게 집어던진다. ‘깨끗이 닦아 놔’ 하는 뜻이다. 어쩔 수 없이 신었던 양말을 벗었다. 그걸로 말끔하게 만들어 놨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야, 스파이크 징에 흙이 남았잖아. 다 털어내야지.”
별 수 없다. 급하게 원정용 가방을 연다. 그 속에서 칫솔을 꺼내 요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
숙소에서의 전화 당번도 고역이었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다. 돌아가면서 전화기 앞에서 대기해야 한다. 혹시라도 1군 호출 같은 급한 연락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정작 기다리는 소식은 없다. 대신 패한 날이면 어김없이 팬들의 항의 전화가 쏟아진다. “어이, 또 졌냐?” “니들이 프로냐?” 밤늦게까지 거나한 화풀이를 다 받아줘야 한다. “죄송합니다. 내일은 열심히 하겠습니다.” 거듭 조아린다.
그래도 미야모토 씨는 그때가 그립다. “지금은 그런 일이 있으면 당장 기사화되고, 난리가 나겠지? 한편으로는 요즘 젊은 선수들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스트레스를 잘 발산하고 있는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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