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사직 카리나’ 박준우(롯데)의 2025년 무대는 1군에서 펼쳐질까. 2025년 첫 실전 경기 오디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롯데는 12일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대만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3-4로 석패를 했다. 대만 타이난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진행하고 있는 롯데는 2025년 첫 실전 무대에서 지난해 프리미어12 대표팀 우승을 차지한 대만과 비등비등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사실 대만과 롯데의 연습경기는 시기와 중요도 차원에서 다를 수밖에 없었고 경기력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프리미어12 우승팀 대만은 오는 2월 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전을 치러야 한다. 2023년 대회 최하위로 예선에서 탈락하면서 예선전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는 21일부터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니카라과 스페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예선전을 치른다. 상위 2개팀이 본선에 나선다.
전력상 예선 통과는 당연하지만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 모르기에 대만은 지난해 프리미어12 우승을 이끌었던 정예 멤버들을 대부분 소집했다. 해외파 선수들도 빠지지 않고 불렀다. 비록 이번 롯데 평가전에서는 구린루이양, 쑨이레이(이상 니혼햄), 천보위(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 해외파 투수들은 합류하지 않았지만 타선의 경우 프리미어12 MVP 천제시엔 등이 그대로 합류했다.
반면, 롯데는 정규시즌에 맞춰 한창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하는 시기다. 청백전 등으로 실전을 치르면서 감각을 조율하지만 그럼에도 실전은 빠르다. 국가대항전에 나서는 대표팀과의 평가전은 다소 무리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롯데 선수단, 특히 투수진은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면서 대만 대표팀 타선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선발 등판한 박세웅이 2이닝 1실점을 기록했고 이후 박준우 정현수 나균안 송재영 한현희 정철원 구승민이 나눠서 경기를 책임졌다.
대부분 지난해 1군 마운드에 올랐던 선수들이고 1군에서 제 역할을 해줘야 하는 투수들이다. 이 중 박준우(20) 정도만 현재 1군 생존을 위해 오디션을 거치고 있는 투수다. 박준우는 박진 나균안 등과 함께 5선발 후보군으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유신고를 졸업하고 2024년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33순위로 지명됐고 지난해 데뷔 시즌, 2군에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선발 수업을 받았다.
2군에서 15경기 67⅔이닝 4승 5패 평균자책점 5.05의 성적을 기록했다. 9월 확장엔트리 때에 1군에 등록되어 2경기 2이닝 2실점, 평균자책점 9.00으로 1군 데뷔도 마쳤다.
사실 박준우는 지난해 마운드 위에서 모습보다 퍼포먼스로 이름을 알렸다. 퓨처스 올스타전 퍼포먼스로 아이돌 걸그룹 ‘에스파’의 ‘슈퍼노바’를 커버했다. 분장까지 하고 퍼포먼스를 하면서 박수갈채를 받았다. ‘사직 카리나’라는 별명도 이 때 붙여졌다.
앳된 신인의 모습으로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2군에서 꾸준히 경기 감각을 쌓았다. 이제 박준우에게 남은 것은 1군 생존과 경쟁이었다. 박준우는 일단 김태형 감독 앞에서 선보이는 첫 오디션을 나름 성공리에 마쳤다. 대만 대표팀을 상대로 1⅔이닝 2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선발 박세웅에 이어 3회부터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박준우. 선두타자 쑹청레이를 2루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장위청에게 좌전안타, 천제시엔에게 볼넷을 내줘 1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천즈하우를 유격수 뜬공, 리우지홍을 3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첫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쳤다. 4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박준우는 천원지에를 중견수 뜬공, 우녠팅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그러나 2사 후 카오위지에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삼자범퇴 이닝은 실패했다. 이후 정현수에게 공을 넘기면서 이날 첫 오디션을 마무리 지었다. 추가 실점은 없었다.
일단 무실점이라는 성과에 더해, 구속 자체가 올라왔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었다. 지난해 130km 후반대에서 140km 초반대 구속을 형성했던 박준우였는데 이날은 최고 145km에 평균 140km 초반대의 패스트볼 구속을 형성했다. 최고 145km의 빠른공 18개, 슬라이더 8개, 포크볼 2개를 구사했다. 공식프로필상 190cm의 키에 비해 다소 아쉬운 스피드였는데 지난 시즌 후반부터 꾸준히 구속이 오르더니 이제는 140km대 초중반의 공을 뿌릴 수 있는 투수가 됐다.
일단 첫 오디션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롯데는 남은 기간 퓨처스팀과 자체 청백전, 대만 프로팀 중신 브라더스와의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1차 캠프를 마무리 짓는다. 2차 미야자키 캠프는 구춘리그, 지바 롯데 교류전 등 실전 연습 경기위주로 펼쳐진다. 2차 캠프까지 가야지만 1군 생존까지의 7부 능선을 넘는다고 볼 수 있다. ‘사직 카리나’는 이제 1군에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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