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홍재민 기자= 축구는 불공평한 스포츠다. 선수의 가치를 객관화할 수 있는 숫자가 터무니없이 적은 탓이다. 그래서 팬들의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록과 상관없이 팬들로부터 사랑과 지지를 받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게 바로 축구다.
새해 첫날 지동원이 바로 그 일을 해냈다. 프리미어리그의 ‘갈라티코’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지동원이 쓰러트렸다. 그것도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타이밍에 터진 드라마틱한 결승골이었다. 득점 없이 비기기만 해도 홈 관중은 이미 환호할 채비를 갖추고 있었다. 지동원의 골로 인해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 경기장은 홈 관중이 내지르는 귀가 찢어질 듯한 함성으로 뒤덮였다. 구장명 그대로 찬란한 ‘승리의 빛’이 한국에서 날아온 스무 살 청년의 발끝에서 뿜어져 나왔다.
‘새내기’ 지동원의 데뷔 시즌 전반기는 사실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맨시티전 전까지 지동원은 프리미어리그 13경기에서 선발 1회, 교체 12회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10일 첼시전에서 잉글랜드 무대 데뷔골을 터트렸지만 팀의 패배로 빛을 바랬다. 더군다나 자신을 영입했던 스티브 브루스 전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전격 경질되었다. 신임 마틴 오닐 감독은 부임 후 지동원을 딱 한 경기에서만 교체 투입시켰다. 맨시티전 전까지 3경기에서 내리 벤치에 머물며 지동원의 팀 내 입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연말연시 빡빡한 일정이 시작되려고 하자 오닐 감독의 입에서 희망적인 발언이 나왔다. 새해 첫 열흘간 3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그 동안 뛰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는 로테이션 운용 선언이었다. 1월 이적시장에서 전력보강에 나설 게 뻔한 상황에서 지동원으로서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현지 팬들의 관심도 지동원으로부터 멀어질 조짐이 보이던 와중이었다. 성적 부진에 대한 해답으로 모두가 기존 선수들보다는 새로운 공격수를 갈망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동원은 자신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 먹구름을 멋지게 날려보냈다. 특히 리그 선두 맨시티를 꺾는 극적인 승리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사실이 금상첨화다. 이날 지동원의 골은 선덜랜드의 올 시즌 ‘최고의 골’ 후보에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이날 현장을 목격한 팬들은 아마도 이 골에 자신의 표를 던질 지도 모른다. 멋진 골이라서가 아니라 짜릿한 감흥이 생생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맨시티를 상대로 웨인 루니가 터트린 오버헤드 발리 골보다 지동원의 골을 더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축구만의 묘미다.
축구는 한 시즌 동안 정말 많은 골 장면을 낳는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총 1,063골이 생산되었다. 20개 팀수로 나눠보면 팀당 평균 53.15골을 기록했다. 득점수가 이렇게 많다 보니 팬들의 마음 속에 남는 골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앞서 말한 루니의 환상적인 오버헤드 발리킥이라든가 또는 저메인 벡포드(당시 에버턴)의 80미터 단독 드리블 골 등과 같이 ‘특별한’ 골만이 좁아터진 팬들의 기억 속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위대한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맨유제국’을 상징하는 위대한 골은 바로 1999년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올레 군나르 솔샤르의 역전골이었다. 엄청난 기술이 탄생시킨 골은 아니었지만 팬들은 여전히 바르셀로나에서 터진 솔샤르의 득점을 손꼽는다. 그 골 장면을 보면서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첫 시즌 3관왕(트레블)의 영광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지금은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솔샤르는 맨유 팬들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숨쉰다. 맨유에서만 여섯 시즌째를 맞이하는 박지성도 마찬가지다. 개인보다 팀을 우선시하는 그의 희생정신도 결국 진정한 평가를 받기 시작한 계기는 2010년 3월 리버풀을 상대로 투지 넘치는 결승 헤딩골이었다. 그 골 하나로 박지성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지동원의 골도 마찬가지다. 정말 간절할 때 기적처럼 골을 선사해 선덜랜드 팬들의 가슴을 마구 흔들어댔다. 오닐 감독 부임 이후 그나마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올 시즌 선덜랜드 분위기는 긍정적이지 못했다. 오닐 감독조차 “경기 전부터 정말 많은 문제들이 있었다”라고 고백할 정도로 분위기가 떨어져 있다. 지동원의 한 방이 선덜랜드가 재도약할 수 있는 스프링보드가 되어준 셈이다. 더군다나 상대가 ‘대세’ 맨시티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6-1로 대파했던 ‘괴물 팀’을 쓰러트리는 KO펀치였다. 영국인이 즐겨 쓰는 ‘Bounce Back’이라는 표현에 더할 나위 없이 딱 들어맞는 골 장면이었다.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구치게 만든 뒤 지동원이 선택한 골세리머니도 최고의 양념이었다. 지동원은 골을 넣은 뒤 곧바로 환호하는 팬들에게 달려가 안겼다. 흥분한 한 남성 팬은 경기장 안으로 뛰어들어 지동원에게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 팬심(心)의 온도를 극대화시키는 감격적인 장면이었다. 경기 전에 준비했던 퍼포먼스는 당연히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그의 골세리머니도 결승골 자체만큼이나 극적이었다. 구단 측에서는 경기가 끝난 뒤 이례적으로 이날 경기 모습을 담은 사진을 따로 모아 홈페이지에서 팬들에게 제공했다. 지동원의 선덜랜드 생활이 얼마나 길게 이어질 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동원과 맨시티 그리고 이날의 뜨거운 흥분은 영원히 기억될 것 같다.
사진=ⓒMatt West/BPI/스포탈코리아
새해 첫날 지동원이 바로 그 일을 해냈다. 프리미어리그의 ‘갈라티코’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지동원이 쓰러트렸다. 그것도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타이밍에 터진 드라마틱한 결승골이었다. 득점 없이 비기기만 해도 홈 관중은 이미 환호할 채비를 갖추고 있었다. 지동원의 골로 인해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 경기장은 홈 관중이 내지르는 귀가 찢어질 듯한 함성으로 뒤덮였다. 구장명 그대로 찬란한 ‘승리의 빛’이 한국에서 날아온 스무 살 청년의 발끝에서 뿜어져 나왔다.
‘새내기’ 지동원의 데뷔 시즌 전반기는 사실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맨시티전 전까지 지동원은 프리미어리그 13경기에서 선발 1회, 교체 12회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10일 첼시전에서 잉글랜드 무대 데뷔골을 터트렸지만 팀의 패배로 빛을 바랬다. 더군다나 자신을 영입했던 스티브 브루스 전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전격 경질되었다. 신임 마틴 오닐 감독은 부임 후 지동원을 딱 한 경기에서만 교체 투입시켰다. 맨시티전 전까지 3경기에서 내리 벤치에 머물며 지동원의 팀 내 입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연말연시 빡빡한 일정이 시작되려고 하자 오닐 감독의 입에서 희망적인 발언이 나왔다. 새해 첫 열흘간 3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그 동안 뛰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는 로테이션 운용 선언이었다. 1월 이적시장에서 전력보강에 나설 게 뻔한 상황에서 지동원으로서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현지 팬들의 관심도 지동원으로부터 멀어질 조짐이 보이던 와중이었다. 성적 부진에 대한 해답으로 모두가 기존 선수들보다는 새로운 공격수를 갈망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동원은 자신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 먹구름을 멋지게 날려보냈다. 특히 리그 선두 맨시티를 꺾는 극적인 승리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사실이 금상첨화다. 이날 지동원의 골은 선덜랜드의 올 시즌 ‘최고의 골’ 후보에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이날 현장을 목격한 팬들은 아마도 이 골에 자신의 표를 던질 지도 모른다. 멋진 골이라서가 아니라 짜릿한 감흥이 생생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맨시티를 상대로 웨인 루니가 터트린 오버헤드 발리 골보다 지동원의 골을 더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축구만의 묘미다.
축구는 한 시즌 동안 정말 많은 골 장면을 낳는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총 1,063골이 생산되었다. 20개 팀수로 나눠보면 팀당 평균 53.15골을 기록했다. 득점수가 이렇게 많다 보니 팬들의 마음 속에 남는 골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앞서 말한 루니의 환상적인 오버헤드 발리킥이라든가 또는 저메인 벡포드(당시 에버턴)의 80미터 단독 드리블 골 등과 같이 ‘특별한’ 골만이 좁아터진 팬들의 기억 속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위대한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맨유제국’을 상징하는 위대한 골은 바로 1999년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올레 군나르 솔샤르의 역전골이었다. 엄청난 기술이 탄생시킨 골은 아니었지만 팬들은 여전히 바르셀로나에서 터진 솔샤르의 득점을 손꼽는다. 그 골 장면을 보면서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첫 시즌 3관왕(트레블)의 영광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지금은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솔샤르는 맨유 팬들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숨쉰다. 맨유에서만 여섯 시즌째를 맞이하는 박지성도 마찬가지다. 개인보다 팀을 우선시하는 그의 희생정신도 결국 진정한 평가를 받기 시작한 계기는 2010년 3월 리버풀을 상대로 투지 넘치는 결승 헤딩골이었다. 그 골 하나로 박지성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지동원의 골도 마찬가지다. 정말 간절할 때 기적처럼 골을 선사해 선덜랜드 팬들의 가슴을 마구 흔들어댔다. 오닐 감독 부임 이후 그나마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올 시즌 선덜랜드 분위기는 긍정적이지 못했다. 오닐 감독조차 “경기 전부터 정말 많은 문제들이 있었다”라고 고백할 정도로 분위기가 떨어져 있다. 지동원의 한 방이 선덜랜드가 재도약할 수 있는 스프링보드가 되어준 셈이다. 더군다나 상대가 ‘대세’ 맨시티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6-1로 대파했던 ‘괴물 팀’을 쓰러트리는 KO펀치였다. 영국인이 즐겨 쓰는 ‘Bounce Back’이라는 표현에 더할 나위 없이 딱 들어맞는 골 장면이었다.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구치게 만든 뒤 지동원이 선택한 골세리머니도 최고의 양념이었다. 지동원은 골을 넣은 뒤 곧바로 환호하는 팬들에게 달려가 안겼다. 흥분한 한 남성 팬은 경기장 안으로 뛰어들어 지동원에게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 팬심(心)의 온도를 극대화시키는 감격적인 장면이었다. 경기 전에 준비했던 퍼포먼스는 당연히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그의 골세리머니도 결승골 자체만큼이나 극적이었다. 구단 측에서는 경기가 끝난 뒤 이례적으로 이날 경기 모습을 담은 사진을 따로 모아 홈페이지에서 팬들에게 제공했다. 지동원의 선덜랜드 생활이 얼마나 길게 이어질 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동원과 맨시티 그리고 이날의 뜨거운 흥분은 영원히 기억될 것 같다.
사진=ⓒMatt West/BPI/스포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