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정환 감독, “사간 토스의 꿈은 아시아 챔피언”
입력 : 2012.01.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지난해 J리그의 화제 중 하나는 만년 J2리그(2부리그) 중하위권팀이던 사간 토스의 J1리그(1부리그)로 승격이다. 승격의 주인공은 J리그 최연소 감독인 윤정환 감독이다.

2008년 사간 토스의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를 맡으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9년 코치, 2010년 수석코치를 지냈고 지난해 감독으로 팀을 이끌었다. 그리고 사간 토스의 창단 후 최고 성적인 2부리그 2위를 이끌며 1부리그로 팀을 올려놓았다.

사간 토스의 승격은 인구 7만명의 소도시인 토스시에 있어 지역 전체의 경사이기도 했다. 윤정환 감독은 “도쿄 사람들 중 토스를 모르는 사람도 있다”고 할 만큼 큰 관심을 받는 지역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간 토스의 승격으로 올 시즌 많은 이들은 사간 토스와 토스시를 주목하고 있다.

윤정환 감독은 주위의 이러한 시선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부담도 갖고 있었지만 1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팀을 조련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팀 훈련을 시작했고 27일에는 부산 아이파크와의 연습경기에서 2-1로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그는 “올해 목표는 10위권 진입이다. 우리 팀은 꿈을 갖고 있다. 승격이라는 꿈을 이뤘기에 이제는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꿈을 세웠다”며 포부를 밝혔다.

- 일본 선수들이 한국인 감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난 여기서 선수 생활을 했고 6년을 보냈다. 선수로서 (지금 선수들을) 상대하기도 했다. 별다른 건 느끼지 못했다. (일본에서 감독 생활을 한) 황보관 선배나 장외룡 선생님은 다른 지역에 계셔서 모르겠다. 그런데 누군가 그러더라. S라이선스를 딸 때였는데, 내가 하는 말이 잘 전달된다고... 라이선스를 딸 때 실기테스트를 하는데 내가 하려는 것을 선수들이 따라줘야 한다. 그래서 강하게 말했는데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무섭고 무슨 말인지 알아 듣겠다고 하더라.

- 통역 없이 선수들에게 얘기를 하나?
개인적으로 일본어를 사용 하는데 전체 미팅 때는 통역을 쓴다. 말이 잘못 전해질 수 있어서다. 난 이 생각을 갖고 얘기하지만 선수들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더 정확한 전달을 위해 통역을 쓴다. 그런데 너무 화가 나면 간단하게 일본어로 한다. (웃음) 하지만 확실한 전달을 위해 되도록이면 통역을 거친다.

- 선수 시절에는 부드러운 이미지였는지 호랑이 선생님으로 변신한 느낌이다.
그런 면이 없지 않다. 집중을 하지 않으면 선수들이 받아들이는 게 떨어진다. 선수 때 그것을 많이 느껴서 강조하고 있다.

- 한국 지도자들 점점 외국에 나가는 추세인데?
일본은 더 많다. 우리는 극소수다. 중국 몇 명, 일본 몇 명에 미얀마에 계신 박성화 감독님 등 얼마 되지 않는다. 일본은 더 많다. S라이선스를 취득하면 일본축구협회에서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낸다. ‘어느 나라 몇 개월, 1년 가실 분 모집’ 이런 내용이다. 일본축구협회에서 라이선스 가진 사람들에게 다 문자 보내 모집한 뒤 선별해서 지도자를 보낸다. 라이선스가 있어도 직업 없는 지도자도 있으니, 기회가 돼 외국에서 지도자를 하는 것도 괜찮다.

- 지도자가 외국에 나가면 어떤 점을 얻을 수 있을까?
견문을 넓힐 수 있다. 중국인이 어떤 성격인지 가면 알게 되지 않은가. 배우는 것이 많다. 난 일본에서 선수를 하면서 지도자가 됐지만 일본은 지도자를 하기 힘들고 까다롭다. 황보관 선배도 선수 시절부터 오랫동안 여기 있었고 팀에서 밀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가능했다. 장외룡 선생님도 뒤에서 도와준 분들이 많았다. 나도 구단 사장님이 해줘서 됐다.

- 일본 축구계가 폐쇄적인가?
일본 사람들은 한국축구를 낮춰 보는 경향이 있어서다.

- 동계훈련을 시작했는데 김민우는 2월 올림픽 예선을 다 마친 뒤 합류하나?
나도 경험했지만 선수를 위해 보내야 한다. 민우는 2년을 같이 했다. 잘 알고 있어서 괜찮다. 대표팀에 있으면 소속팀에 있는 것보다 실력이 오른다. 대표팀에는 좋은 선수 많고 서로 경쟁하기에 실력이 늘 수 밖에 없다. 외국팀도 상대하고 몸을 더 빨리 만들 수 있다. 예선을 마친 뒤 복귀하는데 경기 감각도 찾았을 것이고 잘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 현역 시절 패스가 뛰어났는데 선수들에게 패스 위주 플레이를 가르치나?
골키퍼부터 패스를 시작하지 않는다. 그러면 당한다. 그러려는 팀들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다친다. 능력이 없는데 패스하려니 뺏기고 역습 당해서 실점한다. 우리는 키 큰 선수가 5~6명 있어서 일단 킥을 한다. 킥을 받은 뒤 속공이 안되니 짧은 패스로 만들어간다.

- 현실에 맞게 변화한 것인가?
맞추면서 바꾸는 것이다. 능력이 없는데 하려는 것은 자살하는 것과 같다. 선수들이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너희들끼리 볼 돌리면서 경기하라고 했는데 결국 볼 뺏겨서 실점했다. 선수들도 나중에 알게 되면서 우리가 왜 이런 축구를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 올 시즌 감독으로서 친정팀이라 할 수 있는 세레소 오사카를 상대하게 됐는데? 세레소를 유심히 보고 있다. 경기를 기대한다는 세레소 팬들도 있다. 아직까지 날 좋아하는 세레소 팬들이 계신다. 그 근처로 원정경기 가면 세레소 팬 몇 분이 우리 팀을 응원하러 오기도 했다.

- 올해 몇 위를 생각하는가?
10위권 안에 드는 게 목표다. 우승은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 (웃음) 10위 안에만 들어가면 더 올라갈 수 있고 강등되지 않는다.

- 지난해 가시와 레이솔은 승격팀이지만 J리그 우승을 차지했는데 도전할 만 하지 않은가?
가시와는 굉장히 좋은 팀이다. 유스팀 선수들이 7~8명 올라와서 뛰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운동하고 훈련하던 패턴이 계속 유지가 돼서 작년에 성적이 나왔다. 우리 팀은 유스팀을 정비해야 한다. 잘되어 있었다면 진작에 승격했을 것이다. 지역적으로 선수들이 인근의 대도시인 오이타나 구마모토, 후쿠오카로 많이 간다. 환경적으로 어렵지만 바꾸려 한다. 선수들도 꿈과 비전을 가져야 하는데 막연히 프로에 가겠다는 생각만 하는 것이 문제다.

- 올해 어느 팀을 이기고 싶은가?
한 번씩 이기고 싶다. 그러면 1부리그 잔류는 확실하다. 홈에서는 이겨야 관중이 많이 온다. 축구라는 게 쉽지 않고 올 시즌 J리그 내 이적과 감독 교체가 굉장히 많아 변화가 크다. 그렇지만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 본다.

- 김민우 외 한국 선수 추가 영입 계획은?
한국 선수 몸값이 비싸다. 재정은 생각하지 않고 선수를 뽑아야 하는데 어려운 점이 있다.이번에도 어린 고교생까지 한국 선수들이 J리그에 많이 들어왔다. 게임을 다들 뛸 지는 모르겠다.

- 한국 선수가 매년 10명 내외로 J리그에 가는 것 같다.
재작년에 40명 정도 한꺼번에 들어왔다가 작년에 반 이상 나갔는데 무슨 생각으로 왔는지 모르겠다. 일본 보내준다는 에이전트들의 농간인지, 학교에 지원비가 나가니 그걸 노리는 건지. 경기장에서 한국 선수들을 못 본다. 경기에 나서는 선수가 없다. 안타까웠다. 왜 일본에 왔는지 모르겠다. 팀에 잘 적응하고 녹아 들어야 경기를 뛸 수 있다. 그런데 아직 어리다 보니 자기 것만하면 될 것이라 생각하다 보니 되지 않는다. 지도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민우도 여기 왔을 때 힘들어했다. 난 더 심했다. 한국인이라 이해하지만 용병이니 더 해줘야 한다. 용병은 뭔가 해줘야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어린 선수가 외국에서 용병으로 산다는 건 쉽지 않다. 민우는 작년에 병이 있어서 고생했지만 잘 적응했다. 어린 선수들이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고교 졸업한 선수 2~3년 걸리고 대졸은 1년 정도 걸린다. 경기에 계속 나서도 그 정도 시간이 걸린다. 그래야 일본 축구에 적응할 수 있다.

- K리그에서 뛰다 해외에 나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텐데?
그게 좋지만 한국은 해외에 나가기 어렵지 않은가. J리그는 유럽 시스템에 맞게 가고 있지만 K리그는 아직 주먹구구식이다.

- K리그 감독을 원하지 않은가?
기회가 되면 하고 싶지만 기회가 올까? 구단의 비전이 날 잡고 있다. 구단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자고 말한다. 언제 될지 모르나 꿈과 목표를 가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가 크다.

- 아시아 챔피언이 되면 7만명 소도시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일텐데?
1부리그에 올라가는 게 꿈이었는데 그 꿈이 이루어졌다. 우리 팀의 플랜은 1~2년 마다 바뀌는데 항상 꿈이라는 말이 들어간다. 작년의 꿈을 이뤘으니 이제 새로운 꿈을 시작해야 한다.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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