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바르샤바(폴란드)] 홍재민 기자= 유로처럼 큰 대회의 현장 취재가 주는 기쁨 중 하나는 각국 저널리스트들과의 교류다. 특히 ‘축구 대륙’ 유럽의 각국에서 활약하는 이론가와의 만남은 축구 세상을 읽는 또 다른 방법을 공부하는 둘도 없는 기회다.
바르샤바 시내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조나단 윌슨(Jonathan Wilson)을 만났다. 그는 영국 최고의 축구전술 전문기자다. 저서 ‘축구철학의 역사’(리북, 2011)는 전세계 14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본격 저널을 표방하는 축구 전문 계간지 '블리자드'의 편집장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인 오너가 추천해준 라비올리를 먹으면서 그로부터 유로2012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 저녁 경기(폴란드 vs 러시아)가 흥미진진하다.
어떤 면에선 최악이다. 폴란드에서 개최되는 유로 대회에서 러시아와 맞붙는다. 심지어 오늘(6월12일)은 러시아 국경일이다. 정말 많은 러시아 팬들이 몰려왔다. 경찰들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팬들 틈에 껴서 봉변 당할 수 있으니 이거 먹고 일찌감치 경기장에 가자.
BBC 파노라마 봤는가? (폴란드-우크라이나 자국 리그의 폭력과 인종차별 분위기를 고발한 TV프로그램을 대회 개막 일주일 전에 방영했다)
그 다큐멘터리의 제작기간이 얼마였는지 아는가? 한 달이었다. 우크라이나에서 딱 한 달 있으면서 원하는 장면만 기가 막히게 찍어갔다. 데이비드 아텐브러(영국의 유명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자)는 ‘프로즌 플래닛’을 2년이나 걸려 찍었다. 펭귄은 정해진 때 정해진 동선을 따라 정해진 행동을 반복한다. 그런데도 2년이나 걸렸다. 우크라이나에서 한 달 있으면서 찍은 영상으로 그 나라를 논하는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 한 시즌만 해도 아홉 달인데 말이다.
하지만 폭력문제를 떠나 우크라이나는 솔직히 준비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솔직히 이번 대회는 폴란드 단독으로 개최하는 편이 훨씬 좋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같은 기자들도 그렇고 팬들도 이동 수단이 없다. 출전국들도 대부분 폴란드에 캠프를 차렸다. 우크라이나는 아직 이런 큰 대회를 치를 준비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축구 얘기 하자. 당신을 가장 놀라게 한 팀을 말해달라.
공격 면에선 단연 러시아다. 러시아는 유로2008 당시 멤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알랑 자고예프가 들어간 정도다. 선발 11인 중 6~7명이 제니트 소속이라는 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 꾸준한 경기력과 리듬, 호흡 모두 잘 맞는다. 크로아티아도 화끈했지만 갖고 있는 능력를 따지면 러시아가 앞선다.
스페인-이탈리아 경기를 현장 취재했다. 가히 최고의 경기였다.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발휘한 것은 물론 이탈리아다. 조직력이 대단하다.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은 대표팀을 맡은 이후 처음 스리백 전술을 선택했다.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해야 한다. 선수들의 정신력도 대단히 뛰어나다. 센터백으로 뛴 다니엘레 데 로시는 리베로 역할을 수행했다. 스리백에선 가운데 서는 선수가 정말 중요하다. 지역방어도 불가능하다. 그런 약점을 데 로시가 잘 막아줬다. 안드레아 피를로를 중심으로 한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들도 정말 끝내줬다. 환상적이었다.
스페인의 제로 톱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스페인이 대단한 이유는 최전방 공격수가 없어서 그 전술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1994년 월드컵 우승 감독인 브라질의 알베르토 파헤이라는 2003년 축구 코칭 관련 강연회에서 "미래의 축구는 4-6-0 전술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현대 축구에선 수비력이 급상승하고 있다. 수비력이 강해지면 자연히 공간이 사라진다. 또 축구에서는 대부분 정해진 곳으로만 볼이 간다. 공격 연습을 할 때 전술적으로 그렇게 훈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전방 스트라이커(9번 공격수)를 두는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수비수들이 이미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롱 패스가 날아와도 따낼 확률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상 9번(False 9, 최전방 장신 공격수 역할을 하는 미드필더를 뜻함)'이 생겨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대표적이다. 웨인 루니, 카를로스 테베스와 함께 제로톱에 가까운 형태를 만들었다. AS로마의 프란체스코 토티도 마찬가지다. 다비드 비야는 스트라이커이지만 왼쪽에서 뛰기를 선호한다.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치렀던 평가전에서 스페인의 중앙 공격수는 다비드 실바였다. 비야가 왼쪽에 섰고, 가운데에 실바, 오른쪽에 이니에스타가 섰다. 물론 바르셀로나는 장신 공격수가 없어서 그런 선택을 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페인 대표팀에는 유럽 최정상급 타깃맨인 페르난도 요렌테가 있다. 솔직히 스페인은 요렌테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너킥 상황에서 그는 발군이다. 그러나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은 요렌테를 쓰지 않는다. 축구 철학에 대한 자기 신념이 대단하다.
미안한 얘기지만 당신 나라라서 어쩔 수 없이 묻는다. 잉글랜드는 어떤가?
유로를 치를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 부상자가 많다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피로감이 너무 크다. 로이 호지슨을 감독 선임한 것도 대회 개막을 40여일밖에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다. 앤디 캐롤과 대니 웰벡은 너무 어리다. 저메인 디포는 솔직히 함량미달이다. 4-4-2를 꾸릴 자원이 없다. 톰 클레벌리와 잭 윌셔가 빠지면서 미드필드도 약해졌다. 주어진 상황 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곤 하지만 역부족이다.
솔직히 잉글랜드를 보면 한국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항상 유럽 최고, 아시아 최고를 외치지만 정작 유로와 아시안컵 정상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이 왜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현장 취재했던 대회에서도 일본이 우승했다. 하지만 잉글랜드가 왜 유로에서 우승하지 못하는지에 대해선 이야기할 수 있다. 잉글랜드는 하루라도 빨리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잉글랜드는 톱 팀이 아니다. 실력이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영국 언론과 팬들, 선수들까지 모두 착각에 빠져있다.
특히 잉글랜드축구협회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 상태로는 차비 에르난데스 같은 선수를 절대로 키워내지 못한다. 축구 지도자 숫자를 보면 잉글랜드에 비해 스페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개인기는 어떨지 몰라도 정신력, 마음가짐, 프로 정신 그리고 상황 판단력까지 가르쳐줄 수 있는 검증된 지도자가 많아야 한다. 잉글랜드 축구 스타일이 템포가 대단히 빠르고 박진감 넘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잘 보라. 선수들이 무작정 볼만 쫓아다닌다. 이리저리 우르르 몰려다니는 초등학교 축구 스타일이다.
셉첸코가 두 골을 넣었다.
개인적으로 그 두 골을 넣는 쉐바(셉첸코의 애칭)를 보면서 너무나 기뻤다. 그의 몸은 이미 부서진 상태다. 사실 선발로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당당히 선발로 나왔고, 그 두 골을 넣는 순간만큼은 10년 전의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세계 속으로 진입하려는 변화 노력의 상징이다. 쉐바의 아버지는 구(舊)소련(USSR)의 군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탈리아와 잉글랜드에서 뛰었다. 아내는 미국인이다.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그는 유럽 내 동서양의 만남을 나타내는 아이콘이다. 오래 전 쉐바와 가족을 모두 인터뷰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좋은 기억이었다.
이번 유로에서 우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축구팀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먼저 움직이는 팀과 그에 대해서 반응하는 팀이다. 전력차가 심한 상황에서는 두 방법론 간격이 상당히 넓다. 하지만 유로처럼 강팀들이 한꺼번에 나오는 대회에서는 간격이 매우 좁다. 따라서 능동과 수동의 교차가 정말 심하다. 빨리 판단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주제 무리뉴조차 바르셀로나를 꺾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전방위 압박을 펼쳤다. 먼저 움직인 셈이다. 하지만 그러다가 5-0으로 깨졌다.
그러자 무리뉴는 수동과 반응을 선택했다. 뒤로 쭉 물러나서 바르셀로나에게 볼을 줘버렸다. 그리고 들어오는 공격에 대해서만 반응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메수트 외칠, 앙헬 디마리아 같은 환상적인 선수를 보유하고도 말이다. 그렇게 해서 결국 바르셀로나와의 차이를 좁혀가고 있다. 유로에서 우승하려면 능동과 수동의 전환 속도를 극단적으로 높일 수 있고, 교훈을 빨리 얻는 팀이라야만 한다.
오늘 이야기 정말 즐거웠다. 참, 당신은 선덜랜드 팬이다. 지동원 좀 잘 봐줘라.
(웃음) 지동원은 아직 어리다. 사실 팬들 사이에선 지동원을 팔고 비싼 선수를 사오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지동원이 잘해내리라고 생각한다. 맨체스터 시티전 골만으로도 충분하다. 솔직히 축구 기자라면 패스를 받는 그 순간 누구나 오프사이드라고 본능적으로 알 만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골이 인정되었다. 보다가 거실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여자친구가 ‘그렇게 좋아하는 거 처음 봤다’며 이상하게 쳐다보더라. (웃음)
바르샤바 시내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조나단 윌슨(Jonathan Wilson)을 만났다. 그는 영국 최고의 축구전술 전문기자다. 저서 ‘축구철학의 역사’(리북, 2011)는 전세계 14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본격 저널을 표방하는 축구 전문 계간지 '블리자드'의 편집장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인 오너가 추천해준 라비올리를 먹으면서 그로부터 유로2012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 저녁 경기(폴란드 vs 러시아)가 흥미진진하다.
어떤 면에선 최악이다. 폴란드에서 개최되는 유로 대회에서 러시아와 맞붙는다. 심지어 오늘(6월12일)은 러시아 국경일이다. 정말 많은 러시아 팬들이 몰려왔다. 경찰들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팬들 틈에 껴서 봉변 당할 수 있으니 이거 먹고 일찌감치 경기장에 가자.
BBC 파노라마 봤는가? (폴란드-우크라이나 자국 리그의 폭력과 인종차별 분위기를 고발한 TV프로그램을 대회 개막 일주일 전에 방영했다)
그 다큐멘터리의 제작기간이 얼마였는지 아는가? 한 달이었다. 우크라이나에서 딱 한 달 있으면서 원하는 장면만 기가 막히게 찍어갔다. 데이비드 아텐브러(영국의 유명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자)는 ‘프로즌 플래닛’을 2년이나 걸려 찍었다. 펭귄은 정해진 때 정해진 동선을 따라 정해진 행동을 반복한다. 그런데도 2년이나 걸렸다. 우크라이나에서 한 달 있으면서 찍은 영상으로 그 나라를 논하는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 한 시즌만 해도 아홉 달인데 말이다.
하지만 폭력문제를 떠나 우크라이나는 솔직히 준비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솔직히 이번 대회는 폴란드 단독으로 개최하는 편이 훨씬 좋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같은 기자들도 그렇고 팬들도 이동 수단이 없다. 출전국들도 대부분 폴란드에 캠프를 차렸다. 우크라이나는 아직 이런 큰 대회를 치를 준비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축구 얘기 하자. 당신을 가장 놀라게 한 팀을 말해달라.
공격 면에선 단연 러시아다. 러시아는 유로2008 당시 멤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알랑 자고예프가 들어간 정도다. 선발 11인 중 6~7명이 제니트 소속이라는 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 꾸준한 경기력과 리듬, 호흡 모두 잘 맞는다. 크로아티아도 화끈했지만 갖고 있는 능력를 따지면 러시아가 앞선다.
스페인-이탈리아 경기를 현장 취재했다. 가히 최고의 경기였다.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발휘한 것은 물론 이탈리아다. 조직력이 대단하다.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은 대표팀을 맡은 이후 처음 스리백 전술을 선택했다.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해야 한다. 선수들의 정신력도 대단히 뛰어나다. 센터백으로 뛴 다니엘레 데 로시는 리베로 역할을 수행했다. 스리백에선 가운데 서는 선수가 정말 중요하다. 지역방어도 불가능하다. 그런 약점을 데 로시가 잘 막아줬다. 안드레아 피를로를 중심으로 한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들도 정말 끝내줬다. 환상적이었다.
스페인의 제로 톱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스페인이 대단한 이유는 최전방 공격수가 없어서 그 전술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1994년 월드컵 우승 감독인 브라질의 알베르토 파헤이라는 2003년 축구 코칭 관련 강연회에서 "미래의 축구는 4-6-0 전술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현대 축구에선 수비력이 급상승하고 있다. 수비력이 강해지면 자연히 공간이 사라진다. 또 축구에서는 대부분 정해진 곳으로만 볼이 간다. 공격 연습을 할 때 전술적으로 그렇게 훈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전방 스트라이커(9번 공격수)를 두는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수비수들이 이미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롱 패스가 날아와도 따낼 확률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상 9번(False 9, 최전방 장신 공격수 역할을 하는 미드필더를 뜻함)'이 생겨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대표적이다. 웨인 루니, 카를로스 테베스와 함께 제로톱에 가까운 형태를 만들었다. AS로마의 프란체스코 토티도 마찬가지다. 다비드 비야는 스트라이커이지만 왼쪽에서 뛰기를 선호한다.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치렀던 평가전에서 스페인의 중앙 공격수는 다비드 실바였다. 비야가 왼쪽에 섰고, 가운데에 실바, 오른쪽에 이니에스타가 섰다. 물론 바르셀로나는 장신 공격수가 없어서 그런 선택을 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페인 대표팀에는 유럽 최정상급 타깃맨인 페르난도 요렌테가 있다. 솔직히 스페인은 요렌테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너킥 상황에서 그는 발군이다. 그러나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은 요렌테를 쓰지 않는다. 축구 철학에 대한 자기 신념이 대단하다.
미안한 얘기지만 당신 나라라서 어쩔 수 없이 묻는다. 잉글랜드는 어떤가?
유로를 치를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 부상자가 많다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피로감이 너무 크다. 로이 호지슨을 감독 선임한 것도 대회 개막을 40여일밖에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다. 앤디 캐롤과 대니 웰벡은 너무 어리다. 저메인 디포는 솔직히 함량미달이다. 4-4-2를 꾸릴 자원이 없다. 톰 클레벌리와 잭 윌셔가 빠지면서 미드필드도 약해졌다. 주어진 상황 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곤 하지만 역부족이다.
솔직히 잉글랜드를 보면 한국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항상 유럽 최고, 아시아 최고를 외치지만 정작 유로와 아시안컵 정상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이 왜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현장 취재했던 대회에서도 일본이 우승했다. 하지만 잉글랜드가 왜 유로에서 우승하지 못하는지에 대해선 이야기할 수 있다. 잉글랜드는 하루라도 빨리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잉글랜드는 톱 팀이 아니다. 실력이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영국 언론과 팬들, 선수들까지 모두 착각에 빠져있다.
특히 잉글랜드축구협회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 상태로는 차비 에르난데스 같은 선수를 절대로 키워내지 못한다. 축구 지도자 숫자를 보면 잉글랜드에 비해 스페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개인기는 어떨지 몰라도 정신력, 마음가짐, 프로 정신 그리고 상황 판단력까지 가르쳐줄 수 있는 검증된 지도자가 많아야 한다. 잉글랜드 축구 스타일이 템포가 대단히 빠르고 박진감 넘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잘 보라. 선수들이 무작정 볼만 쫓아다닌다. 이리저리 우르르 몰려다니는 초등학교 축구 스타일이다.
셉첸코가 두 골을 넣었다.
개인적으로 그 두 골을 넣는 쉐바(셉첸코의 애칭)를 보면서 너무나 기뻤다. 그의 몸은 이미 부서진 상태다. 사실 선발로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당당히 선발로 나왔고, 그 두 골을 넣는 순간만큼은 10년 전의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세계 속으로 진입하려는 변화 노력의 상징이다. 쉐바의 아버지는 구(舊)소련(USSR)의 군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탈리아와 잉글랜드에서 뛰었다. 아내는 미국인이다.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그는 유럽 내 동서양의 만남을 나타내는 아이콘이다. 오래 전 쉐바와 가족을 모두 인터뷰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좋은 기억이었다.
이번 유로에서 우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축구팀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먼저 움직이는 팀과 그에 대해서 반응하는 팀이다. 전력차가 심한 상황에서는 두 방법론 간격이 상당히 넓다. 하지만 유로처럼 강팀들이 한꺼번에 나오는 대회에서는 간격이 매우 좁다. 따라서 능동과 수동의 교차가 정말 심하다. 빨리 판단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주제 무리뉴조차 바르셀로나를 꺾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전방위 압박을 펼쳤다. 먼저 움직인 셈이다. 하지만 그러다가 5-0으로 깨졌다.
그러자 무리뉴는 수동과 반응을 선택했다. 뒤로 쭉 물러나서 바르셀로나에게 볼을 줘버렸다. 그리고 들어오는 공격에 대해서만 반응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메수트 외칠, 앙헬 디마리아 같은 환상적인 선수를 보유하고도 말이다. 그렇게 해서 결국 바르셀로나와의 차이를 좁혀가고 있다. 유로에서 우승하려면 능동과 수동의 전환 속도를 극단적으로 높일 수 있고, 교훈을 빨리 얻는 팀이라야만 한다.
오늘 이야기 정말 즐거웠다. 참, 당신은 선덜랜드 팬이다. 지동원 좀 잘 봐줘라.
(웃음) 지동원은 아직 어리다. 사실 팬들 사이에선 지동원을 팔고 비싼 선수를 사오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지동원이 잘해내리라고 생각한다. 맨체스터 시티전 골만으로도 충분하다. 솔직히 축구 기자라면 패스를 받는 그 순간 누구나 오프사이드라고 본능적으로 알 만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골이 인정되었다. 보다가 거실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여자친구가 ‘그렇게 좋아하는 거 처음 봤다’며 이상하게 쳐다보더라.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