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주장 박탈은 전화위복의 기회
입력 : 2013.01.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정지훈 기자]

‘전화위복(轉禍爲福).’

중국 전국시대 6국의 연합재상을 맡았던 소진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옛날에 일을 잘 처리했던 사람은 화를 바꾸어 복이 되게 했고, 실패한 것을 바꾸어 공이 되게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어떤 불행한 일이라도 끊임없는 노력과 강인한 의지로 힘쓰면 불행을 행복으로 바꿀 수 있다는 희망적인 말이다.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거 박지성(퀸즈 파크 레인저스)도 소진의 말을 잘 새겨들어야할 것 같다. 그에게 큰 시련이 닥쳤기 때문이다.

QPR은 23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베테랑 수비수 클린트 힐이 팀의 새 주장으로 선임됐다”고 발표했다. QPR은 또 레드냅 감독의 말을 인용해 “힐은 프로의식이 투철한 선수이고 인품도 좋다”며 “그는 팀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팀의 EPL 잔류를 위해 힐과 같은 선수가 필요하다”고 힐을 주장으로 선임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지성은 지난해 여름 QPR 이적과 주장 선임으로 국내 축구팬들은 물론이고 영국 팬들에게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팀의 연패 수렁, 부상 결장 등으로 서서히 팬들의 머리에서 잊혀져갔고, 결국에는 주장 완장까지 벗게 된 것이다.

하지만 박지성은 오히려 이 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선 심적인 부담에서 벗어났다는 게 중요하다. 박지성은 전 소속 팀인 맨유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한 스타는 결코 아니었다(한국 팬의 시각이 아닌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자). 항상 로테이션 멤버로서 교체 멤버 또는 특정 팀을 상대로 할 때 선발로 출전했다. 그러면서도 전후반 90분을 줄기차게 움직이는 놀라운 지구력과 동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플레이 등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QPR에 입단할 당시에는 박지성이 팀의 중심축을 이뤄야 했다. 예전 맨유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EPL 2012-2013시즌이 시작되자마자 팀은 연패의 수렁에 깊이 빠져 점점 더 밑으로 내려갔고, 급기야는 영국 언론으로부터 “EPL 역사상 최악의 팀”이라는 참혹한 평가까지 받았다.

주장으로서 박지성은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10월 22일부터 34일간, 그리고 12월 12일부터 20일간 두차례나 햄스트링 부상으로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결국 지난 1월 13일 EPL 첼시와의 원정경기 때 복귀했지만 이후 별반 돋보이는 활약을 보이지는 못했다. 이러는 사이 QPR 팬들 뿐 아니라 전 영국의 언론에서 혹독한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강심장을 가진 박지성이라해도 연일 쏟아지는 비판에는 흔들릴 수 밖에 없었던 것.

하지만 주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이제부터 모든 것을 신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스포츠에서 심적인 부담을 더는 것이야말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본인이 좀더 편하게 생각하는 왼쪽 날개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는 올 시즌 EPL 13경기 중 선발로 9회 출전했다. 왼쪽 미드필더 4회, 중앙 미드필더 2회, 우측 미드필더 1회, 공격형 미드필더 1회, 수비형 미드필더 1회씩 나섰다(선발 출전 기준). 전체적으로는 측면에 섰을 때 더 결과가 좋았다는 평이다.

맨유에서 본인이 했던 것처럼 보조자 역할을 하면서 측면에서 뛴다면 팀 승리에 더 보탬이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박지성이 그동안의 시련을 딛고 ‘두개의 심장’을 재가동시켜야 소속팀 QPR도 EPL에 잔류할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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