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3기 결산] 정성룡vs김승규,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입력 : 2013.09.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민 기자= 골키퍼들의 주전 경쟁이 이토록 치열했던 적이 있나 싶다. 홍명보호 3기를 돌아보는 시점에서 주목해야 할 포지션이 있다면 단연 골키퍼다.

홍명보호 3기의 마지막 경기를 책임진 골키퍼는 정성룡(28, 수원)이였다. 정성룡은 1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크로아티아와 친선경기에서 안정된 수비력을 보였지만, 팀은 아쉽게 1-2로 패했다.

결과적으로 ‘2’라는 숫자가 아쉽기는 하지만, 과정을 생각해봤을 때 절대 나쁘지 않은 경기력이었다. 정성룡은 분명 이날 나무랄 데 없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는 경기 내내 한국을 괴롭힌 크로아티아의 저돌적인 돌파와 날카로운 슈팅을 침착하게 잘 막아냈다. 한국이 전반전을 0-0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정성룡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의 수비력은 전반 34분에 정점을 이룬다. 이반 라키티치의 슈팅에서 시작한 크로아티아의 슈팅을 모두 막아냈다. 라키티치의 슈팅을 펀칭으로 돌려낸 정성룡은 흘러나온 공을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한 흐르보예 밀리치의 두 번째 슈팅을 반사적으로 막아냈다. 그간 정성룡의 단점으로 여겨졌던 ‘슈퍼 세이브 능력’의 부재를 한방에 날려버린 장면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주전경쟁’에서 안심할 수만은 없는 정성룡이다. 실질적인 경쟁자로 부각된 김승규(23, 울산)가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홍명보호에 승선한 후 정성룡은 지난 동아시안컵 3경기에 출전, 3경기 2실점으로 수문장 역할을 해왔지만 이후 페루전과 아이티전에서 김승규에게 주전 골키퍼 자리를 내주며 시험대에 올랐다.

문제는 김승규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페루전에서의 활약은 정성룡의 경기력을 넘기 충분했는데, 김승규는 이날 경기서 신들린 순발력으로 그의 슈퍼세이브 능력을 과시했다.

후반 39분의 장면이 압권이었다. 페루의 공격수 피사로가 문전 앞에서 슈팅한 것을 동물적인 반사 신경으로 슈팅을 막아냈다. 거리가 무척이나 가까웠음에도 순간적인 판단과 움직임으로 만들어낸 멋진 선방이었다.

물론 몇 차례의 경기로 김승규가 정성룡을 제치고 대표팀의 주전 수문장이 되리라고는 보장할 수 없다. 정성룡은 골키퍼의 가장 중요한 역량인 볼을 간수하는 핸들링 능력이 매우 뛰어나고, 경험 면에서도 아직은 김승규를 압도한다.

하지만 상승세의 흐름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다. 만약 김승규가 또 다시 기회를 얻고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정성룡을 넘어 대표팀의 새로운 ‘철밥통’ 골키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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